
이 책은 마리즈 콩데가 20대 청년 시절을 보낸 19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의 일들을 담고 있다. 훗날 위대한 작가이자 교수가 된 사람이라면 모범적이고 성실한 청년 시절을 보냈을 것 같지만, 적어도 이 책에 그려진 마리즈 콩데의 청년 시절은 그렇지 않다. 1937년 프랑스령 과들루프에서 태어난 마리즈 콩데(원래 성은 '부콜롱')는 유복한 부모 덕에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이나 혐오를 겪지 않고 자랐다. 그랬던 그가 자신의 인종(흑인)과 국적(프랑스 식민지)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건 대학 진학을 위해 파리로 유학을 오고 나서다. 그는 그때까지 인종 차별은 남의 일이고 자신은 파리 사람들과 '같은'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했지만, 파리에서의 경험은 달랐다.
상처 받고 혼란스러웠던 그는 장 도미니크라는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해 혼자서 출산했다. 첫 아들 드니를 키우면서 학교에 다니고 일을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 그는 아이를 양육 가정에 맡기고 돈을 벌었다. 2년 후인 1958년에 마마두 콩데와 결혼해 드디어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가 했지만 금방 남편과 사이가 안 좋아졌고 결국 아들을 데리고 기니로 떠났다. 당시 프랑스의 흑인 사회에서는 자신들의 뿌리가 아프리카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아프리카의 역사, 문화, 예술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마리즈는 이러한 의식에 동조해 기니로 이주했지만, 기니 사람들은 프랑스어로 말하고 프랑스 문화에 익숙한 그를 그들과 같은 인간으로 여기지 않았다.
고향에서도, 파리에서도, 기니에서도 자신이 온전히 속할 수 있는 공동체를 발견하지 못한 그는 계속해서 남자를 만나고 성관계를 가지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하나의 삶도 온전하기 힘들 때 더 많은 삶이 탄생하는 아이러니). 그러는 동안 아프리카에 정치적, 사회적 분쟁이 연이어 발생해 그와 그의 가족이 휘말리는 사건도 생긴다. 프랑스와 아프리카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았다면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이해하지 못한 채로 마리즈 콩데 개인의 생애에 관한 부분만 읽어도 충분히 극적이고 흥미로웠다. 이렇게 드라마틱하고 스펙터클한 삶을 산 작가는 어떤 소설을 쓸지도 궁금하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담은 책 <울고 웃는 마음>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