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 넘게 감기로 고생하는 중이다. 전에는 일주일 정도 앓으면 감기가 나았는데 요새는 일주일을 앓아도 감기가 안 낫는다. 나이 때문인가 싶고, 앞으로는 어쩌나 싶고, 앞으로고 뭐고 일단 지금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몸도 마음도 별로인 상태라서 좀처럼 독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때에는 가벼운 일본 소설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기 시작한 게 이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재밌게 읽었고, 하라다 히카 역시 좋다. 적당히 감상적이고 적당히 현실적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도쿄 진보초의 헌책방 거리. 이곳에서 수십 년간 혼자서 헌책방을 운영한 다카시마 지로가 사망하면서 홋카이도에 사는 여동생 산고가 헌책방을 대신 운영하러 온다. 호기롭게 오기는 했지만 도쿄에서 사는 것도 장사를 하는 것도 책을 파는 것도 처음이라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산고. 다행히 근처에 있는 대학에서 국문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큰오빠 아들의 딸 미키키가 헌책방 일을 도와주기로 한다. 사실 미키키는 지로 할아버지의 유산 분배에 관심이 많은 엄마의 명에 따라 산고 할머니를 돕기로 한 건데, 헌책방 일을 거들면서 점점 헌책의 매력에 빠져들고 자신의 진로를 재고하게 된다.
책 제목이 <헌책 식당>인 만큼 에피소드마다 책 한 권과 음식 하나가 등장한다. 매 에피소드가 책을 좋아하지만 헌책방 운영은 처음인 산고 할머니와 미키키가 헌책방을 찾아온 손님과 음식을 나눠 먹고 손님에게 필요한 책을 찾아 주는 식으로 전개된다. 손님들의 사연도 그렇지만 산고 할머니와 미키키 각자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이들이 묘사하는 진보초의 풍경과 음식, 책 이야기가 흥미롭다. 오래전 도쿄 여행 때 진보초에 가본 적이 있는데, 언젠가 다시 가볼 기회가 있다면 오래 머무르면서 이 책에 나온 음식도 먹어보고, 산고 할머니와 미키키가 있을 법한 헌책방에도 들러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