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넓고 알아야 할 작가는 많다. 올리비아 랭의 산문집 <이상한 날씨>를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올리비아 랭의 명성은 전부터 많이 들었다. <외로운 도시>라는 책이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그 책보다 먼저 이 책이 눈에 들어와서 읽어보았는데 여러 면에서 예상 밖이었다.
첫 번째는 저자가 이십 대 시절에 상당히 과격한 수준의 환경 운동에 투신했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 시절의 경험담은 책 초반에 실린 에세이에 자세히 나온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불매하는 수준을 넘어서 공산품 일체의 소비를 거부하고 심지어 공장에서 만든 음식도 먹지 않을 정도였다니. 어쩌다 그런 급진적인 생각에 이끌렸는지 궁금하고 어떻게 그만둘 마음을 먹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그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 책에 나오기는 하지만, 고생을 한 것과 마음을 바꾸는 건 별개의 일이니까.
두 번째는 저자가 레즈비언의 딸이라는 것이다. 책의 저자가 레즈비언 당사자인 경우는 여러 번 봤지만, 레즈비언의 딸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 자신은 젠더 플루이드로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 시절에 이미 젠더 플루이드라는 개념이 있어서 그걸 알고 젠더 플루이드로 자신을 정체화 했던 건지, 아니면 그때는 그런 개념이 있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젠더 플루이드였던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저자의 책을 더 읽게 될 듯하다.
이 책 자체는 저자가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한 에세이, 비평, 서평, 대담 등을 담고 있다. 에세이보다는 비평, 서평, 대담의 비중이 높고, 당시 영미권 예술계(문학, 음악, 미술, 사진 등)의 유명 인사들에 관한 내용이 많아서 내가 아는 사람에 관한 글은 재미있게 읽었고 내가 모르는 사람에 관한 글은 대강 읽었다. 영국의 여성 작가인 힐러리 맨틀과 앨리 스미스에 관한 글이 특히 좋았다. 둘 다 관심 가는 작가인데 작품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