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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
  • 한수희
  • 12,150원 (10%670)
  • 2018-07-13
  • : 408



터틀넥프레스 김보희 대표의 책 <사업일기>를 읽고 한수희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어떤 글을 쓰시는 분일까 궁금했는데 마침 구독하는 전자책 서비스에 한수희 작가님의 책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이 있기에 읽어 보았다. 읽어보니 이 책은 교토 여행 책이지만 교토 여행만 다룬 책은 아니다. 교토 여행을 매개로 저자의 인생과 여행 철학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


저자는 30대가 된 이후로 해마다 교토에 간다. 20대 시절부터 여러 나라를 여행해 보았는데 교토만큼 거리가 적당하고 혼자 여행하기 편하고 실망할 구석이 적은 도시를 찾지 못했다. 교토에 가서 특별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그저 마음이 끌리는 거리를 산책하면서 먹고 싶은 걸 먹고 쉬고 싶은 만큼 쉬다가 돌아온다. 누군가의 딸로, 아내로, 엄마로, 친구로, 동료로 정신없이 살아온 삶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이 되는 시간을 스스로 선물한다. 


이 책의 초반부는 저자를 따라서 교토의 이곳저곳을 유유자적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저렴하고 침구가 깨끗한 숙소에서 단출한 차림의 조식을 먹고, 숙소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고 마음 가는 대로 달리다가, 교토에서만 나는 제철 채소로 만들었다는 정식으로 배를 채우고, 옛날 느낌 물씬 나는 카페에서 스페셜 블렌드 커피를 마시고, 또 다시 정처 없이 걷다가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인 듯한 목욕탕에서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를 푸는 하루.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하루를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저 여유롭고 한가하게만 보이는 여행의 장면 속에 이따금 등장하는 저자의 인생 이야기도 흥미롭다. 교토에서 가까운 오사카에서 청춘의 한때를 보낸 친구 이야기, 사랑하지만 좋아할 수는 없었던 외할머니와 엄마 이야기,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카페를 차리면서 겪은 몸 고생 마음 고생 등등. 원래 살던 곳에서라면 좀처럼 떠올릴 일이 없었을 과거의 편린들을 새삼 꺼내보게 되는 것.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목적이자 필요가 아닐까. 아,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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