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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초록을 입고
  • 오은
  • 13,500원 (10%750)
  • 2024-05-01
  • : 4,982



5월을 좋아하는가. 사실 나는 5월을 좋아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같은 온갖 기념일 행사 때문에 부담스러웠고, 어른이 된 이후로는 온갖 기념일 행사 + 결혼식 때문에 지출이 많아서 힘들다. 좋아하지 않는 5월을 좋아할 이유가 생겼다. 바로 이 책 <초록을 입고> 덕분이다. 이 책을 쓴 오은 시인님은 내게 (지금은 종료된)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의 진행자로 더욱 친숙하다. 출판사 난다에서 한 달에 한 권씩 시인의 책을 출간하는 '시의적절' 시리즈를 런칭하며 그중 첫 번째 5월은 오은 시인이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찌나 반가웠던지. 5월 특유의 싱그러우면서도 다정다감한 분위기가 오은 시인님과 꼭 닮았다. 


오 씨인 데다가 5월 생이기도 해서 5월을 특별히 여긴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시, 동시, 일기, 산문, 인터뷰 등으로 5월 하면 떠오르는 온갖 정서들을 환기시킨다. 매일 매일의 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오발단(오늘 발견한 단어)'이라는 읽을거리까지 곁들인 점이 저자의 후한 인심을 보여주는 듯하다. 오은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관한 글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왜 나만 돌림자 이름이 아니냐고 항의하는 어린 아들에게 '오금은 저리고 오동은 나무라서' 오은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하며 킥킥대다 곧이어 등장한 오은이라는 이름의 진짜 의미를 읽고 너무 좋아서 (오은 시인님이 잘 쓰시는 표현을 빌려) 무릎을 쳤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만큼이나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허수경 시인님과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들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서 누군가의 탄생이나 기쁜 일뿐 아니라 누군가의 죽음이나 슬픈 일로 기억되는 날들이 늘어난다. 그걸 생각하면 어린이든 어버이든 스승이든 누구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기뻐할 수 있는 지금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분히 즐겨야 한다. 그러니 행사가 많아서 지출이 늘어나서 5월이 싫다는 배부른 소리, 철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주변의 한 사람이라도 더 챙겨야지. 5월이면 더욱 생각나는 사람, 애틋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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