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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0만 부 에...
  • 패트릭 브링리
  • 15,750원 (10%870)
  • 2024-11-25
  • : 145,762



시카고 출신인 저자는 대학 졸업 후 <뉴요커>에 입사했다.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에 들어갔으므로 이대로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친형 톰이 폐암에 걸렸다는 것이다. 몇 년 후 톰은 세상을 떠났고, 충격을 받은 저자는 더는 예전처럼 일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회사를 그만둔 그는 뉴욕의 상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취직했다. 하루 여덟 시간에서 열두 시간 동안 미술관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라니. 정신적으로 다른 일을 하기 힘들었던 저자에게는 최적의 직장으로 보였다.


저자는 그로부터 10년 동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일했다. 이 기간 동안 저자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얻은 건 생계 유지를 위한 수입 그 이상이다. 저자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미술관에 자주 드나들었다. 대학에서 미술사 수업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 하나 하나를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관찰한 건 경비원 일을 하면서가 처음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예술 작품에 대해 배우지 말고 예술 작품으로부터 배우라(Don't learn about art. Learn from it.)" 많은 사람들이 미술의 역사와 화가의 생애 등을 공부하지만, 작품 하나 하나를 자신의 삶 또는 일상과 연결해 보는 경험은 하지 못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사례(example)다.


미술관 경비원들의 세계를 경험해 본 것도 뜻 깊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경비원으로 일을 시작한 첫 날부터 경비원 일을 그만둔 마지막 날까지의 일들을 자세히 보여준다. 블루칼라 노동이라는 이유로 경비원이라는 직업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자가 직접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경비원만큼 능력이 다양하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모인 직종이 드물다. 저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경비원 동료 중에는 투자 은행가도 있고 예술가도 있다. 생계를 위해 경비원이 된 경우도 있지만 예술이 좋아서, 봉사하고 싶어서 이 직업을 택한 경우도 있다. 저자처럼 관람객들의 질문에 정확히 답변하기 위해 자신이 맡은 전시관의 작품이나 화가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저자가 얻은 가장 큰 기쁨은 삶을 긍정하게 된 것이다. 형의 투병과 죽음을 겪으며 저자는 삶이란 언제 어떻게 갑자기 끝날지 모르는 두렵고 불안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삶은 끝나도 예술은 남는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고, 필멸을 알면서도 삶을 예술에 바친 예술가들을 진심으로 경외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경탄한 삶의 경이로움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어졌다. 어쩌면 형이 저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이것이 아닐까 싶다. 삶은 짧다. 그러니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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