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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귀매
  • 유은지
  • 15,300원 (10%850)
  • 2024-07-31
  • : 2,086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문화인류학과 무당'으로 불리는 혜린은 예부터 부산 지역에 내려오는 마을 제사에 대해 조사하는 민속조사단에 합류한다. 민속조사단에는 혜린의 대학원 동기인 형섭과 학부생 성진, 유정이 속해 있다. 혜린은 부산에 온 김에 부산에서 교사로 일하는 친구 민경을 만나러 간다. 오랜만에 만난 민경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주변에서 자살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는 말을 전하고, 혜린은 민경이 근무하는 학교 주변이 자신이 곧 조사할 예정인 마을인 걸 깨닫고 두려움을 느낀다. 혜린은 어릴 때부터 부적처럼 간직해 온 말 모형이 달린 목걸이를 민경에게 건네지만, 혜린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민경은 의문의 죽음을 맞고 목걸이 또한 사라진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유은지의 소설 <귀매>는 2024년 크게 히트한 영화 <파묘>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이른바 '신기'를 가진 젊은 여성과 그를 보좌하는 젊은 남성이 짝을 이뤄 사건에 대응하는 점, 궁극적으로 사건의 배후에 일제 강점기 식민 지배 역사, 한국의 무속 신앙과 일본의 무속 신앙 간의 대결, 여태 남아 있는 친일파 후손 문제 등을 다룬 점이 그렇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소설이 <파묘>가 개봉되기 22년 전인 2002년에 처음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유은지 작가는 이 소설을 대학교 1학년이던 스무 살 때 썼으며(참고로 유은지 작가는 당시 이공계 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이 소설을 쓰면서 민속학에 매료되어 그 후로 아예 전공을 민속학으로 바꾸고 현재도 민속학 연구자로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도 소설 같다.)


22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나로서는 그렇게 낡은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다. 부산 다대동이라는 지금도 존재하는 지역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점, 실제로 그 지역에서 행해졌던 마을 제사나 지금도 전해 내려오는 설화, 풍습 등을 차용한 점 등 후배 작가들이 본받았으면 싶은 미덕들이 있는 점이 좋았다. 그러고 보면 옆 나라 일본은 호러, 오컬트 소설이 지금도 활발히 창작되어 일본의 민속이나 전통 문화에 대한 지식이 일반인들은 물론 나 같은 외국인 독자에게도 전해질 정도인데, 한국은 호러, 오컬트 소설이 일본만큼 활발히 창작되지 않아서 한국의 민속, 전통 문화 또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 나라도, 이제부터라도 한국의 호러, 오컬트 소설을 눈여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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