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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한잔

관노트: 7월 11일

글 제목: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두번째 여행


회사의 일을 함께 마친 나는 동료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어라, 차 키가 없네. 집에다 놓고 왔나 보네. 동료들아, 잠시 기다려. 집에 가서 열쇠 가지고 올께.”

‘아니, 엘리베이터에 웬 사람이 이렇게 많아? 할 수 없다. 계단으로 올라가야 겠다. 7층에 다 올라왔다. 어, 근데 여기가 어디지? 주상 복합이라니… 원래 우리집이 이런 곳이 었었나? 아, 참. 우리집은 서쪽 끝에 있지. 그쪽 복도로 가자.


아니, 사람이 왜 이리 많지? 어? 우리 절 신도님들 이신데?  이제 보니 지O이 아버지 장례식장에 가려는 분들 이잖아. 나도 가야 될 것 같은데… 아이고, 지금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떻 하냐? 아. 민O아, 너를 여기서 만나다니? 반갑다. 내 부탁하나 있는데 좀 들어줄 래? 안된다고? 네가 내 부탁 들어주면 앞으로 네가 원할 때 나도 꼭 네 부탁 들어줄 께. 진짜라구. 그래? 고맙다. 저 건물 밖에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들 좀 집에 데려다 주면 고맙겠어. 정말 고마워.


아, 문O법우님, 오랜 만이에요. 청O 스님 안녕하셨어요. 언제부터 계셨어요? 아, 저기 우리 절 신도님들이 차를 대절해 오셨네요. 지O이네 장례식 가려고 이렇게 들 많이 오다니… 앗, 혜자스님 오셨다.' 

"스님, 스님, 저어… 제가 혹시 안보이시나요? 스님, 혹시 옆에 계신 청 O 스님이 너무 밝으셔서 제가 안보이시는 것이 아닌가요? 

스님, 너무 배꼽 빠지게 웃으시는데요."

'아 저 보살님은 왜 스님을 발로 치 실까? 

아…각자 누구나 자기 차원에서 공부가 있구나.' 

"이제 지하로 내려 가시죠."


'아니, 지하가 이렇게 넓다니…

무슨 광장도 이런 광장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런데 여기가 전부 장례식장이라니?

대문 안에 들어가니 정면에 불상이 모셔져 있네. 합장 삼배를 하고 들어가야지. 안에는 겉 보기와 다르게 진짜 넓고 사람들도 많구나.

지O이네 장래식장은 왼쪽이구나.


저 높은 사당안에서 스님들의 염불 소리가 들리는데… 아, 조문객들은 사당 아래에 마당에 있었구나. 

이크. 웬 수레가 옆을 지나가지? 아, 저 수레에는 대나무가 잔뜩 실려 있네… 아, 대나무로 화장을 할 때 태운다고? 그렇구나. 

그런데 비구 스님들 께서 직접 수레를 몰고 가시네. 잘못하면 쏟아 질 것 같은데… 아, 다행이 전부 사당 앞에 잘 실려 왔구나. 이제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자.


저기 상주인 지O이가 앉아 있네. 지O아,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 

아니 뭐야, 생각 보다 얼굴이 밝은데? 그래, 다행이다. 아버님이 이렇게 가신 것도 그나마 다행인 것 같구나. 그래. 

아 청년회 회장님. 정O아, 3배 해야 한다고? 위 사당에 계신 스님들께? 그래 알았어. 혜O 스님의 독경 소리가 들리네...


어, 옆에 장례식장에 있는 저 사람. 아, 남대리, 15년전 전 직장에서 마지막이었는데 오늘 이런데 서 보게 될 줄이야?' 

"남대리 잘 있었어? 거기로 넘어 오라구요? 상주분의 호의는 고맙지만, 저는 인사만 하고 갈 겁니다. 남대리, 흰 드레스가 잘 어울리네. 아니, 임신했어? 신랑은? 아, 어디 잠시 나갔다고? 옆에 이 젊은 남자는 누구 신지? 아, 근데 남대리 한테 반말로 얘기하지 말라고요? 아, 네 알겠습니다. 꼰대 소리 안 들으려면 존댓말 해드려야죠. 알았어요. 앞으로 꼭 경어 쓸께요."

'아, 그런데 이제 의식이 돌아오는데….  에이, 꿈이 였구나.’

 

또 꿈이다.

일주일전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무덤 여행 뒤에 다시 또 지하 장례식 여행을 하고 왔다. 지난 번 꿈에서 혜자 스님께서는 조상이 바로 나라고 하셨다.

이번엔 아마도 그 전날 실제 지O이 아버님 부고를 보고 난 뒤 잠이 들었는데 그게 그대로 꿈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어제 낮에는 가족의 인연에 대해 생각해 봤다.

만약 윤회가 있다고 전제하고, 윤회 한번에 100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우리가 실제 문명의 역사는 대략 5천년. 그동안 100년에 한번 환생을 했다고 하면 50번 윤회를 한 셈이다. (그런데 겨우 50번의 윤회라니…)

그럼, 이 50번 윤회 가운데 현재 나의 가족이 만나게 될 확률을 대략 10프로로 본다면… 대략 5번. 지금 나의 가족이 또 다시 똑 같은 가족으로 만난다면? 천년에 한 번이다.

아니, 뭐 엉터리 계산인 것은 확실하지만 지금 가족으로 다시 만나게 될 확율은 긴 역사 속에서 희박하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천년에 딱 한번, 맺어지는 가족의 인연이라 생각을 하니, 갑자기 너무 아련해진다.


부모가 자식이 되고, 자식이 부모가 된다고 큰 스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우리가 또다시 지금 이대로 가족이 되려면 천년에 한번 맺어지는 인연일 수도 있다.

일기일회(一期一会,이 생에 단 한번 뿐인 만남)이다.

내 부모, 내 아내, 내 자식, 내 형제 같은 인연은 정말 천년에 한번 또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인연이라니…

정말 순간순간 마주하는 모든 인연들에 대하여 소중히 생각해야 겠다.

15년 전, 크게 의미 없었던 직장 동료도 꿈에 나오는 데, 언제 또 다시 어떤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말로 헛된 인연은 없는 것 같다.

꿈이 그냥 꿈이 아닌 것 같다.

무덤 속과 장례식을 다니면서 나의 의식은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닌 세계로 가는 것일까?


🖋 by Dharma & Mah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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