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노트: 7월 3일
글 제목: 이승과 저승의 경계 사이에서
새벽 꿈이다.
나는 새벽 녘 산길에서, 혜자 스님을 만났다.
스님께서 나를 보시고는 “급하다” 고 얼른 따라 오라고
하셨다.
스님은 앞장 서시며 아주 큰 무덤, 왕릉처럼 큰 무덤 안으로 들어 가시려 하셨다.
무덤 입구에서 나한테 “후레쉬가 있냐?” 고 물으셨다.
때마침, 파란색 손전등을 나는 쥐고 있었고 등을 켜서 스님께 건네 드렸다.
빛이 그리 밝지 않는 것 같아서, 내 손의 핸드폰 후레쉬를 하나 더 키고 스님 뒤를 따라 갔다.
무덤 속은 캄캄했고 무척 넓어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 갔다.
그저 스님 뒤를 바짝 따라붙으며 가면서도 무서운 마음이 올라왔다.
스님께서는 그 어두운 무덤 속을 마치 전부 다 보이시는 것처럼 능숙하게 찾아 가셨다.
꺽어 돌아가는
면이 많아, 나 혼자 왔다면 분명 길 잃어버리기 쉬웠을 꺼라 생각하면서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 갔다.
드디어, 어느 제단 앞에 도착했다.
스님께서 어떤 의식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초를 켜고 향을 피웠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스님께서는 “이제 괜찮다” 고
하셨다.
그리고는 제단 바로 옆에 있는 방으로 들어 가셨다.
방은 작지만 침대 하나가 놓여 있고, 홀로 수행하기 딱 좋은 토굴 같았다.
그때 내 뒤에서 묵직한 무언가 가 나에게 기대어 왔다.
순간 이것은,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지만, 또 사람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스님, 여기
뭐가 제 뒤에 기대는 데요?” 하자, 스님께서는 “그거 네 조상이야. 그리고 너 자신이야” 하셨다.
그 순간 기대는 그 무언가의 묵직한 무게가 나 육신과 합쳐지는 것이었다.
그 무게가 나에게 로 와서 합쳐져서 순간은 낯설었지만 곧 적응이 되었다.
“아, 조상이
바로 나로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께서 이제 나가자 하면서 무덤에서 나가셨다.
날은 어느 덧 밝아 지고 있으며, 아까 그렇게 미로 같았던 무덤도 사실은 그렇게 복잡한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무덤 밖을 나오자 스님께서는 새들에게 무덤 안 재단에서 가져온 견과류 같은 것들을 나눠 주셨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귀속에 선명하게 들렸다.
곧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조상이 바로 내가 되는 꿈이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 무덤 안의 여행이었다.
🖋 by Dharma &
Mah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