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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한잔

 관노트

2025년4월16일

제목: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와 오이디프스 그리고 아버지에 담긴 뜻


나는 어제 AI 시대에 인간은 질문하는 자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좀더 사색해 보니 스핑크스 신화가 떠올랐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 속 스핑크스는 질문을 던졌다.

그가 내뱉은 질문은 사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아침에는 네 발, 낮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존재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 질문을 마치 하나의 퀴즈처럼 받아들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 삶의 전체 궤적이 담겨 있다.

갓난아이로 태어나 기고, 청년이 되어 당당히 걷고, 노인이 되어 지팡이를 짚는 삶.

그러나 이것은 단지 육체의 변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우리의 의식과 자아,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겪는 내면의 여정이 담겨 있다.

신화 속 괴물 스핑크스는 그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자를 죽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죽음은 외적인 형벌이 아니라, 질문 앞에서 멈춘 자가 겪는 내면의 소멸일지도 모르겠다.


오이디푸스는 수수께끼에 답했다. 그 수수께끼의 답이 마침내 풀리고 스핑크스는 죽었다.

이후 오이디푸스는 테베를 구하고, 왕이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 진짜 수수께끼는 그 이후에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

그리고 그 진실을 알게 된 순간, 스스로 눈을 찌르고 방황의 길을 떠난다.

왜 그는 그토록 가혹한 대가를 치렀을까?

정말 금기를 어겼기 때문일까?


정작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풀었지만, 자기 안에 숨겨진 수수께끼는 풀지 못했다.

그는 인간의 존재에 답했지만, 자기 존재의 진실 앞에서는 눈이 멀어 버렸던 것이다.

여기서 다시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오이디푸스가 죽인 ‘아버지’는 단순한 혈육인가, 아니면 더 깊은 상징인가?


서양에서 ‘아버지’는 종종 ‘신(GOD)’을 뜻한다.

절대적 권위, 넘을 수 없는 경계. 그래서 아들이 아버지의 자리를 넘보는 순간, 비극이 발생한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조금 다르다.

붓다는 말했다.

중생은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부처에 의하면 아들이 아버지가 되는 것은 죄가 아니라 자기 존재의 완성을 향한 여정이다.

금기를 깨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초월해 내면의 신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불교적 성찰로 보면 오이디푸스는 단지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라, 아직 깨어나지 못한 존재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그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풀었지만, 내면의 각성에는 이르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완성으로 나아가는 진화의 여정 속에 있다.


오늘의 우리는 질문을 던지는 스핑크스이자, 그 질문에 답하려는 오이디푸스이며, 동시에 ‘아버지’라는 상징을 마주하는 존재다.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시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비춘다.

질문은 단순한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하나의 길이다.

스핑크스는 괴물이 아니라 질문 그 자체였고, 오이디푸스는 영웅이 아니라

질문의 답을 찾으려 했던 존재였으며, ‘아버지’는 금기가 아니라 우리가 도달해야 할 의식의 자리였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질문할 것이다.

그 질문은 우리를 스핑크스로 만들고, 그 답을 찾아내는 길은 우리를 오이디푸스로 만든다.

“나는 누구인가?”

“왜 존재하는가?”

“진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우리 존재는 진화를 거듭해 오며 어느덧 진화의 최종장에 진입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더 똑똑한 존재로 진화해 왔다. AI시대에서 인간의 똑똑함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오직 질문을 통한 인공지능과의 공진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 질문의 끝에서 우리는 더 똑똑한 존재가 아니라 더 깨어 있는 존재로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진짜 여정은 그 이후다.

모든 사유의 파동을 지나 마침내 우리는 ‘아버지’라는 상징을 내면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진짜 인간, 즉 참나(주인공)으로 깨어 있는 존재로 나아가게 된다.

그것이 인간의 길이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진정 가리키는 목적지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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