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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한잔
  • 천룡팔부 1~10 세트 - 전10권
  • 김용
  • 115,200원 (10%6,400)
  • 2020-05-25
  • : 603

책제목: 천룡팔부

지은이:  김용

제 목: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무협지가 되는 순간


   천룡팔부(天龍八部) 는 법화경에 등장하는 팔부중천(八部衆天)을 뜻하는 천룡, 아차, 건달바, 야차 같은 8종류의 신장(神將)을 말한다. 즉 불교를 수호하는 호법신들을  일컫는다.

김용(金庸 1924~2018본명, 사량용(査良鏞)의 소설 <천룡팔부>에서는 이러한 불교의 소재로 모티브를 삼았지만 사실은 인간 내면의 투쟁으로 재해석 했다.

소봉(萧峰), 단예(段譽), 허죽(虛竹)이라는 세 주인공은 각각 '분노, 망설임, 순수'라는 인간의 본질적 갈등을 체현하며 독자로 하여금 진정한 영웅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던진다.


  개방의 방주였던 소봉이  아주(阿朱)를 살리기 위해 취현장(聚賢莊)을 찾게 된다.

이때 소봉의 취현장 혈투는 자신이 본래 분노에 사로잡힌 노예였음을 보여준다. 한족(漢族)과 거란인의 정체성 갈등, 아주를 잃은 슬픔은 그를 폭력으로 내몰았지만, 결국 살아있는 생명의 가치를 깨닫고 요나라와 송나라간에 벌어질 전쟁을 막게 된다. 소봉이 취현장에서 흘렸던 피의 교훈을 통해서 그는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대리왕자 (大理王子) 인 단예는 늘 시종 도덕적 의무와 욕망 사이를 오고 가며 망설인다. 자신이 짝사랑하는  왕어언과  우물속에서 맞닥뜨린 경험을 통해 규칙보다 진심을 선택한다. 결국 그는 진정한 사랑은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는 예의로 억압했던 자신의 감정을 인정한 것으로 규칙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진정 깨닫게 된 것이었다.

허죽은  소림사의 승려이긴 하지만 무공이 높지도 않고 절에서 신분도 낮은 사미승에 불과 했다. 하지만 착하고 순수한 성품으로 인해 영웅으로 성장한다. 허죽은 천산동모와 동행하는 여정 속에 승려의 계율을 어기게 된다. 특히 서하국 밀실에서의 욕망의 금기를 깨고 진정한 자비의 마음을 얻게 된다. 그의 성장은 순수함이 약점이자 곧 강한 힘이 됨을 증명하여 보여주었다. 소림사의 계율은 그를 스님으로 만들었지만 지하 밀실의 금기는 그를 부처로 만들었다.  



김용은 이 소설을 통해 영웅은 고통 없이 태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다. 소봉의 취현장, 단예의 우물, 허죽의 밀실은 각자 우리 인생의 전환점을 상징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분노, 망설임, 순수함을 마주할 때 이들은 나의 적이 아니라 스승임을 알아야 된다.

소봉의 분노와 단예의 망설임, 허죽의 순수함은 우리 인간 본성이면서 우리를 성장 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 처럼 김용의 소설은 단순한 무협이야기가 아니다. 화려한 무공대결과 강호의 음모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 고민이 그대로 녹아 있다. 천룡팔부를 비롯한 그가 쓴 작품들은 무협이라는 장르를 빌려 진정한 용기와 성장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그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초인적인 무공을 지녔지만 인간의 감정과 인물간 갈등은 현대를 사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 작품속 주인공들은 체험을 통해 불교의 인연과 업(業), 도가의 무위(無爲), 유교의 인의(仁義)를 배우게 된다.


나의  취현장은 어디인가? 내가 분노를 쏟게 만든 곳, 그곳이 취현장이다.

나의  우물은 어디인가? 내가 망설이는 그 순간이 나의 우물이다.

나의  밀실은 어디인가? 나의 순수함을 지키고자 했던 그 순간이 나의 밀실이다.

우리는  마음속의 취현장에서 소봉처럼 혈투를 벌이고 있다.

천룡팔부에서  소봉이 분노를 이겨내고, 단예가 사랑을 선택하고, 허죽이 순수함을 지키듯이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깨달음을 얻는 기회를 맞이 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김용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가 쓴 무협지를 보면서 영웅의 성장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읽으며 무공(武功) 보다 심공(心功)이 가장 중요함을 알게 된다.

이때 비로소 나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며 응원하고 있는 내 자신을 만나게 된다.

내 안의 소봉이 외치고, 단예가 질문하고, 허죽이  웃을 때 비로소 나만의 천룡팔부가 완성된다.  

우리의 삶이 바로 아름다운 무협지가 되는 순간이다.

 


오늘은 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으니 이 술 모두 비우고 절교 하도록 합시다. 나 교봉을 죽이고자 하는 벗은 누구든 이 술 한 사발을 먼저 마시고 지금부터 과거의 교분을 일소하는 것으로 하겠소. <4권> - P315
나는 거란인인가, 아니면 한인인가? 내 부모와 사부님을 죽인자는 누구일까? 난 평생 인의를 행하며 살아왔는데 오늘 내가 어찌 아무 연고도 없이 이 수많은 영웅을 해쳤을까? 난 아주를 구하겠다는 일념하나로 여기 왔건만 억울하게 목숨을 잃게 되었으니...<4권>- P346
소봉이 단 삼초 만에 당대의 고수들을 물러서게 만들자 호기가 생겨 큰 소리로 외쳤다.
"술을 가져와라!" <9권>-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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