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돌 석 점이 세모나게 펼쳐진 모양을 호랑이가 입을 벌린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호구라 부른다고 했다. 호구에 들어간 돌은 살아날 방법이 없었다.
그날의 화장실이 검은 돌 석 점과 똑 닮았다. 나는 어리석게도 스스로 호랑이 입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그 말을 들었다. " (p14)
윤수는 작은 키 할아버지와, 이혼해서 혼자 벌이를 하는 엄마와 함께 산다. 학교에서는 아이들로부터 쫄이라 불리는 주온이와 함께 학교폭력을 당한다. 이유없이 폭력에 당하는 윤수와 주온을 보면서 무기력한 기분을 느꼈다. 작품 속에는 분명 법과 질서가 있고 어른들도 있지만 아무도 이 아이들의 고통을 멈춰줄 수 없다는 말인가.
3선 국회의원의 아들들은 왜 이렇게 윤수를 괴롭히는지, 윤수는 왜 그들 앞에서 군림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되는 대목이 있다. "지금 와 생각하면 너는 그런 나를 이기고 싶었던 것 같아. 내가 받은 신뢰와 애정을 너는 받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 신뢰와 애정은 네가 무시하는 내 난쟁이 할아버지와 가난한 엄마에게 받은 것이어서, 결국 처음부터 나를 이길 수 없었어." (p200)
"윤수야 무리하여 못되게 살지 않어도 된다. 일부러 착하게 살 필요도 읎다. 행복한 놈이 되어라." 할아버지는 이 말을 남기고 돌아가신다. 아무것도 없는 윤수의 삶에 단단한 자존감 뿌리가 되어주던 건 몸은 작지만 마음은 큰 할아버지의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 윤수를 버티게 했을 것이다.
책 읽는 내내 폭력에 관한 묘사는 보기가 힘들었다. 그 속으로 들어가서 멈춰주거나 꺼내주고 싶었다. 고작 스무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왜이렇게 서로를 괴롭히는지 그 폭력을 바라보는게 불편했다. 한편으로는 이게 꼭 픽션이기만 할까, 실제로도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면서 무서워졌다. 어른은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나는 어른으로 그 몫을 하고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