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하는 용서 - 여세실
hellas 2025/04/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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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일에 하는 용서
- 여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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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 -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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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풀리지 않는 분노, 서러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집을 묶을 때 그 감정들에 맞서보기도 하고, 무너져보기도 하고, 곱씹어 보기도 하고, 그 감정을 가지고 놀아보기도 하는 마음으로 시집을 꾸렸어요."
라는 시인의 말. 그게 나에게도 와닿았나 하면... 그러진 못한 것 같다.
소소하고 세밀한 일상의 감정들이 너무 광범위한 일상을 말하고 있어서 집중력이 떨어졌다고나 할까.
그래도 다정한 시였다.
- 눈이 쌓이고 난 후의 흰빛이 음악이 된다고 믿었다 눈은 내리고 오래지 않아 더러워 보였다 나는 거기까지를 눈이라고 불렀다 - 후숙 중
- 나를 대체할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나 나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므로, 의로운 사람의 평화 깨뜨릴 수 있는 사람 언제든 나타날 수 있으나 그 평화 거머쥘 사람 오로지 그뿐이므로, - 당도 중
- 마모될 걸까
나 이전의 나를 헤아려보겨로 한건
망설이고 있어 달싹이고 있지
흔들려보기로 한 거야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선택 앞에 - 끝났다고 생각할 때 시작되는 중
- 낭랑하다, 너는 그 말 뜻 중에 어떤 것이 제일 마음에 드냐고 물었다 눈물이 거침없이 흐르다, 나는 그게 좋다고 했다 거침없는 슬픔이나 막힘없는 서러움, 그게 제일 좋겠다고 했다 - 오늘은 다른 길로 가보자 중
- 여름엔 겨울을, 겨울엔 여름을 생각하며
거의 다 왔다고 믿었던 적 있다 - 부정할 수 없는 여름 중
- 구겨졌다고 말하기에는
돌은
너무 많은 모서리를 끌어안은 채
둥글다 - 경유 중
- 일그러진 최선. 일그러진 채로도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눈을 감는 최선. 하루에 십오분은 자리에 앉아서 소리 내어 책을 읽고, 삼십분씩 햇볕을 쬐며 빠르게 걷고, 플라스틱 용기에 묻은 국물 자국을 씻어 분리수거를 했다. 집에 있는 눈썹 칼을 치웠다. 종이에 손이 베였다. 손을 들고 손바닥을 앞뒤로 흔들었다. 조카가 와서 같이 손바닥을 흔들었다. 반짝 반짝. 포기하고 나서야, 도망치고 나서야 마주 보고 울었다. 아주 큰 소리로. - 생시와 날일 중
2025. jan.
#휴일에하는용서 #여세실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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