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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님의 서재
  •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
  • 진수미
  • 10,800원 (10%600)
  • 2024-12-31
  • : 2,295
제목이 좋아서 고른 시집인데, 확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그 무엇을 찾으려고 열심히 읽었다.

요즘 골라 읽는 책들....에게서 재미를 찾는 게 좀 어려운데... 시국 탓인가.
피로하고 우울해서일까.

금요일 하루 기분 좋았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 ㅋㅋㅋㅋ 헛웃음만 나고....

테니스 엘보가 심해져서 왼팔을 못 쓰고 있어서 더 그런 거 같고... 

- 이름 붙일 수 없는 망가짐을 보라.
어쩌면 이리도
나는, 나라는 존재는
좋아지기만 하는 걸까.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진
원고 파일처럼
지상이라는 무밭에서 솎아지고 사라지길
꿈꾸었던 순간을 기억하며,
이 꿈은 어서 깨도록 하자. - 시인의 말

- 궁극적으로 질문인 세계여 여자, 한복판, 찔렸다...... 무표정한 당신, 사실의 톤으로 만져지는 것들을 묻는다면, 양파의 궤도로써 도는 세계여 지금 당신의 이름으로 벗기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 10번 출구에서 돌아보라 - 강남역에서 중

- 삶이란 모두 잠든 밤
삐걱대는 마루를 디디는 일
발끝을 뾰족 세워도
존재의 기척은 요란하다
당신을 깨우고야 만다 - 센세라는 이름의 고양이 중

- 생은 한없는 모욕
순종과 굴종 사이에서 눈알 굴리는 것 - 처형의 이듬 중

- 삶이란
누군가 한 번은 밟아야 하는
개똥의 다른 이름
젖은 교차로에서
냄새나는 생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나의 바닥을
세상 모서리에 비벼 닦는다
스크린도 무대도 없이
아름다운 나의
개똥,
당신들 - 젖어서 아름다움 중

- 하염없이 배제당하는 아이야
하염없이 밀려나는 아이야
그럼에도
삶을 선택하는 아이야
그 끝엔 무엇이 기다리는 걸까 - 개미는 애인이라도 있지 중

<심해어>
내게는
두 개의 눈이 있고

눈을 반쯤 감은 현실이 있고
스크린이 있고

액자처럼
세계를 껴안은 어둠이 있다

어둠은 사라지지 않는다
당신의 이름도 사라지지 않는다

스크린에는
하염없이 이어지는 빗줄기가 있고
납작 엎드린 고요가 있고

우리는
왜 이리 슬픈 일이 많은 건가요?

지층처럼 단단해진 어둠
못생긴 입술이 있고

눈을 감으면
왜 동시에 감기나요?

느릿느릿 어둠을
툭 밀어내는 물음이 있고
(전문)

- 나는 내가 불편해
한없이
아마
이 생 내내 그럴 거야. - 자연광 독서 중

- 괴로움에 사상이 있다고
도스토옙스키는 말했다
당신 문제는
사상이 없었다는 것
괴로움이 너무 많았다는 것
당신은 나의 삶을 예측했다
헤아릴 수 없이 아득했던 그때
욕설 대신
이리도
많은 별을 천장에 새겨주었다 - 천장관찰자의 수기 중

-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
이 책의 모든 문자가 사라졌다
당신이 읽은 문서는
한갓 신기루
그러니까 이미 없는 것들에
잠시 눈이 어지러웠다는 말씀 - 신적인 너무나 신적인 중

2025. mar.

#고양이가키보드를밟고지나간뒤 #진수미 #문학동네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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