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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 15,120원 (10%840)
  • 2024-01-29
  • : 6,799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7월이 시작하자 무더위도 함께 왔고, 그냥 참을 만하다가 아니라 체온보다도 높은 온도가 되어 일하는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목숨을 잃기도 한다. 덥다, 참아라. 이건 아니다. 참을 수 없는 더위를 참으라고 하는 사람은, 그런 더위를 겪지 않은 사람이다. 자신은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 폭염 속 노동 시간 중에 휴식 시간을 더 많이 주라는 말에도 반박하는 사람은, 정말, 그런 더위에 나가서 일해봐야 한다. 자신이 과연 그 더위 속에서 한 시간이라도, 아니 십 분이라도 견딜 수 있는지...


이런 폭염이 자연스러울까? 자연이라는 말과 같이 이런 폭염은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 인간이 지구를 변화시켰으니까. 기후 위기, 기후 재앙이라는 말 또는 인류세라는 말이 통용이 될 정도로 기후 변화에 인간이 끼친 영향이 크니까.


이렇게 기후 변화에 인간도 고통을 받는데, 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생물들은 어떨까?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 바다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가 변하게 되고, 더위를 견디지 못하는 바다 생물들이 폐사하는 경우도 많은데...


기후 변화는 인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구에 사는 생물들도 함께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문제까지 고민할 수 없다고, 내 코가 석 자라고. 아니, 그건 나만이 아니라 함께 겪는 문제니까.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겪는 문제는 곧 인간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정보라 소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는 처음 제목만 보고는 외계인 침공을 다룬 소설인가 했다. 그런데 아니다. 바로 지구 환경 문제다. 물론 외계 생물도 등장한다. 말하는 문어, 대게 등이 등장하니까. 이들을 외계의 권력자가 지구의 권력자와 결탁해서 팔아넘기고 있다는 설정이기도 하니까.


이는 지구라는 생태계에서 권력을 쥔 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들, 또 다른 존재들을 이용하는 것에 빗대었다고 봐도 좋은데...


이런 생명체들을 등장시켜 지구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경쾌하게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 이 소설이다. 그러니 외계 침공이 아니라, 인간이 지구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있는지, 또한 소수의 권력자가 다수의 사람들을 어려움 속으로 빠뜨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설정도 참신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참으로 경쾌하다. 무거운 주제인데 가볍게 보여주고 있어서 좋다. 너무 진지하게만 접근하면 사람들이 외면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방식으로 소설을 쓴 것은 읽기에도 좋고, 그래 이건 문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니 좋은 서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먼저 읽은 [아무튼, 데모]가 이 소설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책이 머리 속에서 겹쳐지면서 이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고나 할까. 


소설은 허구라고 작가의 삶과 일대일로 연결지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튼, 데모]에서 읽었던 작가의 삶이 떠올라서 싱긋 웃음이 떠오르기도 한다. 대게들에게 연대해서 저항하라는 남편의 말. 그렇지. 약자들은 연대해야지. 저항하지 않으면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지. 그래서 '고래'에서는 우리나라 현실 문제가 나오게 되지. 고래들이 다시 지구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되는 것.


우리가 바다를 생물들이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문제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존재들이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모습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 


이 연작소설들은 그런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약자라고 해서 권력자에게 길들여지지만은 않는다는 것. 약자들은 연대하고 저항하면서 자신들의 권리를, 그리고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야 함을.


내용은 무겁지만 전개는 가볍다. 이 가벼움이 오히려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물론 환경 문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가 함께 나온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바다 생물들을 통해서 보여주며, 각 소설들이 모두 행복하게 끝맺음을 하고 있다.


이는 비록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포기하지 않았음을,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제목을 조금 바꾼다. 지구 생물체는 결코 항복하지 않는다. 지금 조건이 나쁘더라도 웃으며 이 환경을 바꾸기 위해 연대하고 저항할 것이다. 권력을 비판하는 데는 진지함도 좋지만, 때로는 웃음이 더 큰 역할을 할 때가 있다. 그런 웃음은 상대를 무력하게 만들고, 우리를 하나로 엮어줄 것이니. 


그래서 사람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웃음이 결국 세상을 바꿀 때까지. 이 소설의 웃음도 그런 역할을 하겠단 생각을 한다.


혹시 이 소설을 읽고 아직 [아무튼, 데모]를 읽지 않았다면 그 책을 꼭 읽길 바란다. 그러면 이 소설을 더 재미있게 느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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