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시리즈를 계속 읽으려 했다가, 어느 순간 끊겼다. 다시, 시작. 서두르지 말자. 그냥 천천히 생각날 때마다 읽는 것도 좋다. 한 권 한 권의 내용이 독립적이니까. 물론 등장인물들이 겹치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다시 찾아보면 된다.
이번에는 도로시가 등장한다. 2권에서 도로시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아마도 당시의 어린 독자들은 도로시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어린이들은 나에게 이런 의견을 보내 왔습니다. "도로시를 다시 오즈의 나라로 가게 해주세요."라는 작가의 말이 있으니.
그렇다. 오즈의 마법사에 도로시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어린 독자들은 실망하고 말리라. 게다가 역시 어린이였던 오즈마 공주가 2권에 나왔으니 오즈마 공주와 도로시가 만나는 장면도 보고 싶어할 테고.
이런 독자들의 바람을 작가는 무시할 수가 없다. 작가와 독자의 교감을 통해 다음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아무 이유도 없이 도로시를 다시 오즈로 보낼 수는 없다. 무언가 사건이, 1권에서처럼 토네이도와 같은 강한 바람이 분다든지 해야 하니, 이번에는 바다에서 표류하게 한다.
바다, 파도, 표류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로 갈 수 있는 설정을 할 수도 있고. 이렇게 도로시는 헨리 아저씨가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는 길에 함께 가다가 폭풍우가 몰아칠 때 다시 모험에 나서게 된다. 이번에는 암탉과 함께다.
이 암탉이 큰 역할을 하는데, 작은 존재가 커다란 역할을 하니, 이 책을 읽은 어린 독자들은 작은 생명체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달을 것이다. 암탉의 이름을 '빌'이라고 한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암탉인데 '빌'이다. 빌은 주로 남자 이름이니, 당시 남녀가 분리되고 서로 다른 이름을 지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암탉 '빌'은 이상에게 보일 수 있다. 도로시가 그 점을 지적하는데, 암탉 자신은 그게 뭐 어떠냐는 식이다.
도로시는 '빌리나'라는 이름으로 바꿔주지만, 빌리나든 빌이든 암탉은 암탉일 뿐이다. 하니, 성별에 따른 고정 관념에 대해서 토론할 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할 수 있고... 여기에 양철나무꾼과 비슷한 기계를 만나기도 한다. 태엽을 감아줘야만 움직이는 기계 틱톡.
이들이 만나 모험을 하는데, 여기에 오즈마 공주가 위기에 처한 이브 왕국을 구하기 위해 오고, 1권에서 만났던 도로시 친구들이 모두 등장한다. 그러니 작가는 어린이들의 바람을 3권에서 이뤄주고 있다.
이들이 만나 마법을 부리는 놈 왕국으로 간다. 이브 왕국의 왕비와 왕자, 공주를 구하러. 여기서 펼쳐지는 모험, 그리고 해결책.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도로시.
이 소설을 읽은 어린 독자들이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할 수 있을까? 아니다.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환상 속 모험들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안다. 그럼에도 환상 속 모험을 즐기는 이유는 바로 현실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자신들의 바람을 상상 속에서 이루려는 것, 이것이 어린 시절에 지니는 자세 아닌가. 그렇다고 상상 속에만 빠져 있으면 안 된다. 현실에서는 현실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놈 왕국에서 도로시가 얻은 마법의 허리띠가 오즈의 세계에서는 작동하지만,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명확하게 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현실의 법칙을 따라야 하지만, 때로는 상상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다시 만들어내는 시기. 그러한 시기의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 작가. 하여 동심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 다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자.
가끔은 현실을 떠나 환상 속 세계를 여행하는 것도, 도로시와 함께하는 여행을 하는 것도 현실을 더욱 풍요롭게 살기 위한 디딤돌이 될 테니까. 다음에 4권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