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모든 문제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확증 편향'이다.
보통 과학적 문해력이 뛰어날수록 이성으로 감성을 제어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연구에 의하면 '과학적 문해력과 수리력이 늘어날수록 문화 양극화는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심화된다. 일반 대중이 과학을 더 많이 배울수록 ... 이들은 더 능숙하게 자기 집단의 의견과 관련된 경험적 증거를 찾고 - 혹은 필요한 경우 꾸며 내고 - 의미를 부여한다'(263쪽)는 주장이 있다.
이것을 인정하기 힘든가? 과학자들은 합리적이고 냉철하게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창조과학론'을 생각해 보자. 진화론을 믿지 않는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들을 창조론에 꿰어맞추려고 한다.
이런 점만 봐도 인간은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꼭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인간의 합리성에 반하는 사고 경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후광 효과라는 것도 그렇다. 사람이 신이 아니고, 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엄청난 비난을 퍼붓는다. 그가 자신은 그런 존재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음에도.
특히 유명인들에게 이것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마치 그 사람은 완벽한 존재여야 한다는 듯이, 그가 말했다 또는 그가 그렇게 행동했다가 판단 기준이 되는 경우가 있으니, 이러한 후광 효과는 인간의 이성과는 배치되지만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후광 효과말고도 비례 편향이라는 것이 있다. '거대한 사건(과 거대한 감정)에는 마찬가지로 거대한 원인이 있기를 바라는 심리적 갈망'(53쪽)이라고 하는데, 이는 음모론과 연결이 된다. 외계인의 음모라든지 뭐라든지 무언가 알지 못하는 원인을 이야기하는 것, 이것이 비례 편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정 선거라는 음모론이 특정 사람들을 휩쓴 적이 있다.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를 자신들의 정책이 잘못되었거나 정치를 잘못했다는 쪽에서 찾지 않고 부정 선거라는 쪽으로 돌리는 것, 이것도 일종의 비례 편향이다.
굳이 정치를 이유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이러한 비례 편향에 빠져 원인을 외부로 돌릴 때가 많다. 힘없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 이런 생각을 지닌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
앞에서 든 것들 외에도 참 많은 생각의 오류, 판단의 오류들이 나오는데 '매몰비용 오류, 제로섬 편향, 생존자 편향, 최신성 환상, 과신 편향, 환상 진실 효과, 쇠퇴론, 이케아 효과'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것들이 우리들의 생활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여러 사례들을 들어 보여주고 있는데...
읽으면서 맞아, 나도 그런 적이 있어.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하는 책이다. 하지만 이런 사고들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가령 이케아 효과 같은 것을 보면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이 들어간 존재에 다른 것보다 더 애착을 느낀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 존재에 쏟아부은 자신의 노력은 양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의 판단으로 제한되지 않으니 말이다. 자기가 시간과 공력을 투여한 존재에 어찌 애정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전문가가 만든 훌륭한 작품보다도 더 나에게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높은 가치를 매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높은 가치에는 자신의 마음을 안정시켜주었다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 들어 있으니까.
이러한 긍정적인 사고 경향도 있지만 우리를 부정적인 쪽으로 몰아가는 사고 경향도 많으니,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늘 합리적일 수는 없지만, 대체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려 하지 않는가. 그것이 진화의 결과이기도 할 테니까.
그러니 이러한 사고 경향을 알아두는 것은 그런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 상황에 맞는 사고 경향을 떠올릴 수 있고, 떠올리는 순간 그러한 사고 경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적어도 그러한 사고 경향을 떠올렸다는 것은 감정에 푹 빠져들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니까. 자신을 조금 떼어놓고 볼 수 있는 이성이 작동하는 시간을 확보했다는 뜻이니까.
하여 이 책에 나온 많은 사고 경향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많은 대담들을 통해 그러한 경향에 빠진 사람들과 또 자신의 경험을 적절히 조화시켜 이 책을 썼기에 이해하기가 쉽고, 그것들이 지닌 위험성을 파악하기도 쉽다. 그리고 내가 그러한 경향 속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면서 자신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보게 하고 있으니, 정보의 바다가 넘실대는 현대 사회에서 차근차근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