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도담서림(道談書林)

  이런 정치인이 있다면?


  상대가 똥을 쌌다고 생각했나 보다. 똥 싼 상대를 감싸주지 않고 똥 쌌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닌다.


  그냥 놔두었으면 그가 똥을 쌌든 싸지 않았든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을 텐데...


  오히려 말을 함으로써 똥을 사람들에게 퍼뜨렸다. 똥 냄새가 천지에 진동하게 했다. 그러면서 내가 똥 싼 것도 아닌데 왜 똥 싼 사람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을 비난하냐고 한다.


  자신이 똥 싼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똥에 관해 사람들은 생각도 하지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고 똥 냄새로 괴로워하지도 않았을 텐데.


자신이 똥 냄새를 퍼뜨려놓고, 왜 그러냐고 하면 무어라 해야 할까? 똑같이 똥 냄새 퍼뜨리는 사람이 되기 싫어 입 다물고 있어야 하나?


이미 퍼진 똥 냄새를 막는 길은 그 냄새를 인식하게 한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 그가 더 이상 그러한 말을 퍼날라 세상을 더럽히지 않도록 하는 것.


하지만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니, 네가 잘못했어, 당신이 잘못했어라고 말하기보다는 그의 말이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 그를 그냥 놓아두는 것.


그렇게 그가 속이 터질 것 같아 대나무숲에 들어가 떠들어대더라도 대나무숲에 들어가게 할지언정 우리들에게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할 것.


그런 생각을 했다. 모 정치인 때문에 더러워진 내 귀를 씻으면서. 그러다 이윤학의 이 시집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왜 그랬을까 퍼뜩 떠오른 생각. 아, 이 사람에겐 어른이 없구나. 이 사람은 어른을 만나지 못했구나, 어른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어른을 알아보지 못해서 그렇게 귀가 닫혔구나, 입만 살았구나. 그 입으로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해서 사람들 마음을 어지럽혔구나.


이런 사람을 조용하게 하는 것. 그가 남들 앞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지 못하게 그를 홀로 놓아두는 것. 왜 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나? 이미 다독거림은 지나갔는데... 그냥 놓아두고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강제로라도 남 앞에 서지 못하게, 남들에게 말을 퍼뜨릴 수 없게 해야겠지.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야겠지. 그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모 정치인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시. 바로 이윤학의 '어머니 말씀'이다. 물론 그가 이 시를 들을 귀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를 비난(욕)하지는 않으련다.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다만,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련다. 그가 더 냄새를 퍼뜨리지 않게 그냥 조용히 있게 하고 싶어서.


이 시에서 말하는 어머니와 다른 태도겠지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 하고... 


   어머니 말씀


똥독도 항상 다독거려야 한다.

다독거리지 못하면

휘젓지나 마라.


못 박힌 

소나무 작대기로

휘젓지나 마라.


네게만 냄새 난다.


이윤학, 그림자를 마신다. 문학과지성사. 2005년. 105쪽.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설해목'이란 글이 있다. 그 글의 마지막에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인 것을' (법정, 무소유. 범우사.1996년. 2판 49쇄. 39쪽.)


자기 지식만을 자랑하며 남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부드럽게 남을 바라보고 대하는 자세를 지닌 정치인을 이제는 기대해도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이 시에 나오는 어머니 말씀과 법정 스님의 설해목에 나오는 글처럼.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