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는 집 (리커버판)
빙혈 2025/05/1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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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건너는 집
- 김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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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 -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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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김하연 작가님 출세작이기도 했던 그 초판을 읽고 리뷰도 등록했었습니다. 여러 힘든 사연을 안고 살던 아이들이 우연히 어떤 운동화를 신게 되고, 그 운동화를 신은 이들에게만 보이는 "타임하우스"에 모여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어른 독자가 읽어도 재미있었으며 바쁜 일상 속에 잊기 쉬운 인생의 참된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도 되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42에 이 초자연적인 집에 얽힌 규칙들이 나옵니다. 첫째 집 자체가 그 신비의 운동화(겉으로 보기엔 아주 평범)를 신은 사람에게만 보인다. 둘째 과거/현재/미래의 문 중 무엇이라도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셋째 이 멤버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외부에 이 사실을 발설하면 모두에게 주어졌던 특권은 그때부터 사라진다. 넷째 평행우주 어디에서 나의 다른 삶이 있더라도 여튼 이 세계의 나는 그에 대해 알 수 없다 등입니다. 일종의 연대책임을 지며 단 한 사람의 잘못이라도 모두의 마법을 해제한다는 규칙이, 현대에는 잊기 쉬운 공동체정신이랄까 우애, 협동의 미덕을 일깨우는 듯합니다.
5년 전에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지만 역시 있는 집 애들이 뭔가 모든 면에서 여유라는 게 있습니다. p25, p39를 보면 김강민은 스스로 대치동 소재 효문고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하는데, 물론 얘네들이 사는 우주에서나 그렇겠고 독자인 우리네 우주의 현실 강남 대치동에는 그런 학교가 없습니다. 강민이는 "우리"라는 대명사를 거리낌없이 쓰는데 이수는 바로 냉소, 거부의 반응을 표시합니다. 역시 자칭타칭 사이코패스다운 언행이며, 이런 애 곁에서 말을 주고받는 다른 아이들한테도 걱정하는 눈길이 쏠리는 게 당연합니다. 한 팀 안에 이런 멤버가 끼었으니 과연 어떻게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습니까. 에휴.
2020년 주식시장에는 이른바 3세대 항암제 테마가 인기를 끌어서 어떤 회사는 3상까지 다 되었다더라, 어떤 회사는 미 FDA에서 승인이 다 떨어졌다더라, 이번 미 암학회에서 대호평을 받았다더라 등 별의별 루머가 다 돌았습니다. 하루빨리 3세대(면역), 4세대 항암제(대사)가 상용화하면 p70 이하에 나오듯 선미 엄마 같은 분이 화학치료를 받느라고 저리 고생을 할 이유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게나 몸 곳곳에 붙은 살들이 빠지질 않아서 컴플렉스였는데 항암 치료를 받다 보니 몸에 남아나는 살이 없더라, 이게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고백입니까. 선미의 성적도 엄마의 암 선고와 더불어 뚝뚝 떨어지더라는 말이 슬프게 읽힙니다. 이 와중에 할머니는 아빠더러 새장가 들라고 성화(p142)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어린 독자들이 가장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제 생각에 자영이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무서운 공포는 학폭인데, 폭력 자체의 강도가 세어서라기보다, 또래들한테 받아들여지지 않고 비참하게 밀려났다는 사실이 아이들한테 큰 좌절감을 주고, 그 모든 피해가 본인 잘못에 기인했다는 자책감이 치명적이라서입니다. 자영이가 이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고 자존감을 찾을지, 주변에서 도움은 누가 주는지도 잘 지켜봐야 하는 포인트입니다. p121을 보면 진한 화장을 하고 집으로 찾아온 담임이란 분은 그저 자신의 처지만 생각할 뿐 자영이를 진심으로 돕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이 사람의 처지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p206에는 자영에 대해 강민이 말이라면 껌뻑 죽는다는 이수의 평가가 나오는데 앞에서 강민이가 자영이 말도 들어주고 좋은 조언도 해 줬기 때문입니다. p139를 보면 매번 틱틱거리는 것 같아도 처음으로 살짝 마음을 열고 강민을 신이수가 형이라고 부르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튼 얘는 기어이 검거되어 신문 기사에까지 나는데 나머지 멤버들은 공동미션 완수 여부보다도 과연 얘 운명이 어떻게될지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이 단계에서 아이들 사이에는 공동운명체 인식이 생겼고 독자는 벌써 일이 잘되어간다는 좋은 예감도 듭니다(특서 책은 대부분 해피엔딩이니 믿고 읽죠). 수수께끼의 아저씨는 자영한테만 특별히 하나의 예외를 허락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지 독자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도 뜻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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