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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제2차 냉전 시대
  • 제이슨 솅커
  • 16,020원 (10%890)
  • 2025-05-07
  • : 11,160
영어로 제2차 세계대전을 World War Two라고 부릅니다. 제이슨 솅커의 신저인 이 책은 원제가 Cold War Two인데, 말그대로 제2차 냉전이라는 뜻입니다. 20세기 중반 소련과 미국 사이의 다툼이 1차 냉전이었다면, 지금 서로 포화만 오가지 않을 뿐 살벌하게 서로를 노리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갈등을 2차 냉전이라 지칭할 수 있습니다. 제이슨 솅커뿐 아니라 누구라도, 무역 갈등으로 촉발된 이 시대구간을 그렇게 파악하는 데 동의할 텐데, 시대가 바뀌면 그에 임하는 적응 전략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 신저에서 우리 독자들도 그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88을 보면 중국의 미국 지우기 전략이라는 게 있습니다. 무기를 써서 미국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는 게 아니라(아직은 그 정도가 되진 못합니다), 경제적으로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적어도 중국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는 데 미국으로부터 공급선은 정리하거나 대체하겠다는 뜻입니다. 미국은 지금 이게 안 되어, 중국 공산품을 차단하니 미국 소매점 매대가 텅텅 비는 판입니다. 마치 (1차) 냉전 때 소련 식료품점이나 빵가게 앞에서 물건을 사려고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섰던 모습도 떠오르는데, 제조업 강국이 갖는 이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다만 지금은 미국이 열위에 섰다는 게 차이일 뿐입니다.

미국도 중국을 공급망에서 제외시키려니 저런 난감한 점이 있어서 지금 단호하게 밀고나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당장 시민들의 일상용품을 종전처럼 싼 값에, 혹은 어느 정도라도 비슷하게 조달할 만큼 새로운 제조원을 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1980년대 미국에는 모든 종류의 생필품이 made in USA로 매대에 진열되었고 미국내를 떠나 그 남은 물량이 전세계를 덮었으니 이래서 미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나왔던 것입니다. 40년 새 미국 공산품은 가격, 품질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잃고 세계 시장에서 사라졌으니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할 수밖에요. 이제는 딥시크의 성공 예에서 보듯 첨단 분야에서조차 중국 눈치를 봐야 합니다. 십 년 동안 이를 갈고 기술 분야에 투자한 중국인데 무슨 수로 견제하겠습니까.   

p64에는 바그너 그룹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야무진 독재자 푸틴의 지도 하에 기력을 되찾아가며, 취약한 재래식 전력(소련 붕괴 후 상당량을 세계 시장에 내다팔았습니다)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 회사인 바그너그룹을 적극 활용하는 등 민활한 모습을 보입니다. 다만 재작년에 세계가 지켜봤듯 그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푸틴과 갈등 끝에 죽었고 지금은 20대 후반인 그의 아들이 이끌고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중국은 15년 전부터 세계적 범위에서 자원 확보에 애썼습니다. 이 책에도 나오듯 콩고(브라자빌)에서는 중국이 확고하게 자원 생산처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그 거대한 잠재력을 빨아먹는 중이고(이 나라는 원래 영국 식민지였으며 인근의 더 큰 나라 민주콩고는 벨기에 식민지였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도 특히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에 대해서 중국이 역시 큰 지분을 갖습니다. 미국은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남미에 새로운 접근 수단을 강구하지만, 이미 단물 다 빨았다는 듯 중국은 리튬 아니라 나트륨을 이용하여 2차전지를 제조하는 신기술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저걸 액면 그대로 믿을 건 아니지만 여튼 이 분야에서 중국이 가장 앞서감은 분명하며, 한국은 이미 추월되었고 미국은 아예 손도 못 쓰는 판입니다.

p114를 보면 공급망 탈동조화 이야기가 나오는데 미국은 5년 전에서야 부랴부랴 인태 전략을 새로 구상하여 인도, 베트남 등으로 서플라이체인을 바꾸려 들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은 당과 국가 수뇌부가 확고한 친중이며 주변의 기대보다 성장세가 신통치 못합니다. 1980년대 한국 흉내를 내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인도는 숙적 파키스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안보 위협을 당하며 며칠 전에도 프랑스제 라팔을 운용하다 상대방의 J-10C에 격추되어 큰 망신을 겪었는데, 문제는 파키스탄이 채용한 저 전투기가 중국산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뉴스가 알려지자 이집트가 전투기 도입선을 한국에서 중국으로 급히 바꾸었습니다. 중국의 성장은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산업 전반에서 한국의 밥그릇을 치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p132를 보면 미국은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프렌드쇼어링을 통해 종전의 실수를 만회하려 듭니다. 오프쇼어링은 1990년대 미국이 세계화를 시도하며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업은 해외에 하청을 주고 자국은 손쉬운 금융업이나 하이테크만 전념하려 했던 정책입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이 정책은 큰 실책이었음이 확인되었고, 제조업의 감퇴는 미국 내 일자리 감소뿐 아니라 유사시 국가 안보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p186 이하에서 저자는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전개하는데, 사실 트럼프도 시진핑도 바보가 아니므로 섣부른 전쟁, 즉 열전(hot war)를 벌인다든가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술과 경제에 야무지게 투자해야 미래가 있는 법인데,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고 현재의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국가 자원을 당대에 다 탕진하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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