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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당신만이 알고 있다
  • 모리 바지루
  • 15,300원 (10%850)
  • 2025-04-20
  • : 2,095
같은 작가가 쓴, 장르가 모두 다른 다섯 편의 모음입니다. 그런데 앞 작품의 단서를 뒷 작품이 받고, 마지막 <사랑과 질병>에서는 앞 네 작품의 이런저런 큐들이 합류하기 때문에 독자의 마음이 뭔가 찡해집니다. 맨처음의 <아오카게 탐정의 현금 출납장>이 추리장르라서 저는 이후의 네 작품도 다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그 대신, 장르로 분리된 여러 다른 세계가 알고보니 하나의 가느다란 통로를 통해 만나는 걸 보고,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옆 칸의 평행우주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떠한 우리의 연(緣)이 만들어질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첫 작품은 두 번의 반전이 있습니다. oo oo치기가 두 번 쓰인 건데 한 번은 실제로, 한 번은 oo의 말을 통해서입니다. 연속으로 두 번이 쓰였다는 게, 장르의 규칙을 익히 아는 독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미도리하라 파의 비서 야쿠시지는 우리가 저 강남 번화가 어느 샵에 들르면 별개의 책상에 앉아 상황을 조용히 주시하는 정체 모를 아저씨 같은 인상이죠. 루리야는 공부를 못해서 그 부친으로부터 매우 심한 폭력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 역시도 공부에 열의가 없던 본인의 잘못이며 이렇게 범죄조직에 들어가라고 누가 등을 떠민 사람도 없습니다. 아무튼, 이 장르에서 oo이 크게 훼손되었다는 상황이 나오면 대뜸 저 트릭부터 떠오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건 그렇고, 아오카게 탐정은 간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나중에 사정이 드러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요?

두번째, 청춘소설 <최고 반응!>은 제 개인적인 생각에 이 책 전체의 척추 같은 역할입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만담"이라는 분야로 고등학생들이 서바이벌 경연에 참여한다는 것도 크게 공감가지 않았고 아이들이 구사하는 사투리도 뭔가 어색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사기 하유라는 여고생, 명랑하고 당차지만 마음에 아픈 상처가 있고 고민도 많은 소녀한테 자꾸 정이 가서 저는 3, 4, 5번째 작품을 읽다가도 다시 여기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자기객관화도 잘 되어있고 현실적이며, 이런 유형이 잘못하면 피해의식 때문에 남들한테 되지도 않은 생떼를 쓰고 폐나 끼치기 쉬운데 그런 면도 전혀 없어서 대견했습니다. 나이도 어린데 말입니다.

p89, p149에는 아사기의 대사를 통해 "시공 경찰"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시공 경찰이 대체 뭔지(p206) 저는 판타지 장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만약 이 작품집 네번째 엔트리로 판타지가 나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을텐데 말입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건 도바시 지히로가 p128에서 개그 대본을 까먹은 아사기를 도우면서 멋지게 상황을 넘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모든 경연 참여는 아가시가 주도한 건데 정작 본인이 대사를 잊다니! 그러나 도바시도 그간 아사기와 호흡을 맞추며 많이 성장했고 이제는 주인의식도 있어서 필요할 때 제몫을 할 줄도 압니다. 주인공인 애들이 이렇게 커 가는 모습을 보는 게 어른 독자 입장에서 너무 흐뭇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니케 트로피입니더!"가 음성 지원되는 것 같습니다.

나츠메 양은 꽤나 미인인데, 아사기가 도바시를 처음 포섭(?)할 때 이 나츠메하고 도바시를 연결해 주겠다고 했던 바로 그 아이입니다. 얘가 왜 예쁜지는 세번째 작품 중에 이유가 나오며(p222), 네번째 작품에서는 스케일이 확 커져 계(界)를 초월한 처절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흡혈귀 아닌 흡골귀(吸骨鬼. p292)란 건 또 처음 들어 보는데, 갑자기 비서 하루사키와 아웅다웅하는 아오카게 탐정이 등장해서 독자들에게 웃음을 줍니다. 또, p278에 나오듯이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어느 영혼은 임시로 이름을 笑라고 짓는데, 이 "소"라는 글자는 주로 일본에서 입 구 변에 관(關)의 약자를 써 훈독으로 "さく(사쿠)"라 읽습니다(한국에서도 그 글자를 "[꽃이] 필 소"라고 따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영혼도 임시로 자기 이름을 "사키"라 부르는 건데, 독자는 나중에 이 영혼이 누구인지 비로소 알고 2편으로 다시 돌아가봐야 합니다.

다섯째 작품에서 저 첫번째 작품의 오나기 보스가 잠깐 등장하여 주인공 오토구로 나미를 무섭게 합니다. 아, 후유키 oo키(冬木 千秋)라고, 이름에 계절이 두 번 들어가는 특이한 이름이라는 말은 저 앞 p171에 나왔지만, 그때는 성이 나츠메[夏目. 하목]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그때 이미 설명이 나왔고, 인과 연이 서로 얽히고설켜 우주를 맺기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마치 불교 설화를 보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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