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한 끼의 행복
빙혈 2025/05/06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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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 한 끼의 행복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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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5-04-18
: 140
책은 모두 네 파트로 나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부분인데, 음식 중에는 계절을 타는 것도 있고 딱히 상관 없는 것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한 번이라도 맛을 본 메뉴의 경우 정연주 에디터님의 분류에 따르는 편이 과연 제격이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게다가 지금 이 책은 야외에서 캠핑할 때 곁들이는 한 끼 또는 풍미의 디저트, 음료이니, 각별히 계절의 풍취를 따르기도 하겠고 말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먼저 p14를 보면 저자가 추천하는 캠핑장 목록과 지도가 나옵니다. 전국 단위로 다 표시가 되었으므로 어디에 사는 독자건 간에 참조할 수 있으며, 생각 외로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캠핑장이 우리 나라에 그리많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충북, 충남에는 각각 1곳이며, 전북에 1곳이 추천되고, 전남, 경남북은 추천된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캠핑이니 영호남 거주자들도 SUV나 캠핑카를 몰고 타 시도로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습니다. p16 이하에는 카라반, 캠핑카, 트레일러의 차이가 무엇인지 설명됩니다.
p69에 나오듯이 그 생김새는 대파하고 비슷합니다. 대파는 좀 늘씬한데 얘는 통통합니다. 얘가 누구냐면 칼솟인데, 무슨 칼을 솥에 넣어두는 건 아니고, calçot이라고 씁니다. 그냥 세(c)가 아니라 세디유가 붙은 세(ç)이기 때문에 발음이나 철자에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간혹 calsot이라고 쓰는 것도 보는데 비표준이며 발음 때문에 저렇게 잘못 쓰는 것입니다. 아무튼 책에서 저자께서 설명해 주는 예는 칼솟타다인데, 칼솟 그 자체로는 뭔지 몰라도 이 칼솟타다 요리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채소이기도 합니다. 책에 나오듯이 이걸 함양파라고도 부르는데, 희한한 게 이 칼솟을 한국에서는 대량으로 상업적으로 처음 재배한 곳이 경남 함양군입니다. 칼솟은 양파(onion)와 친연관계이므로 이리저리 말이 되게 함양파라고 (아직은 비공식적으로) 이름이 저리 붙은 것 같은데 재미있습니다. 칼솟을 태워서 칼솟타다는 아니고(ㅋ) 카탈루냐 원어가 원래 그렇습니다.
"꼬치구이는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래 계속 존재해온 원초적 요리법이다(p96)." 수원 같은 데를 돌아다니다 보면 羊肉串이라고 써 둔 식당 간판을 보는데 저 串(찬)이란 글자가 꼬치라는 뜻이며(육서 중 전형적인 상형자죠) 중국식으로는 4성 "촨"처럼 읽습니다. 바베큐는 중국어로 燒烤(소고)라 하는데 샤오카오처럼 읽습니다. 아무튼, p98에서 저자가 말씀하듯 꼬치구이는 재료가 다양하며 하다 보면 나만의 꼬치구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거저거 시도하다가 기발한 레시피가 생기기도 하고, 이게 사는 낙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게도 됩니다. p100에도 그런 말이 있지만 중요한 건 불의 세기입니다. 급하다고 세게 하면 다 태워먹고 그렇다고 너무 약하면 속이 탑니다. 화로대, 팬 등에 대해서는 책 저 앞으로 가서 p29 이하를 참조하십시오.
"자고로 레시피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p177)." 캠핑에서 가장 큰 낭만은 역시 야외에서 이렇게 뭘 만들어서 해먹는 재미겠습니다. 두 페이지 앞에서 저자는 태국의 로띠와 크레프(책의 표기는 크레페네요)를 대조하는데 아주 적절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랑말랑촉촉이 크레페이고, 바삭바삭이 로띠라는 건데, 팬에 부칠 때 굳기 전에 바로 퍼지도록 반죽을 묽게 하는 게 포인트라고 하시네요. 끔찍해하는 외국인들도 있다지만 "한국인은 가위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는 거죠. 정석대로 접시에 사각형으로 썰기보다 그냥 척척 잘라먹는 시원한 방식을 자랑하듯 서술하시네요.
p294를 보면 뱅쇼가 나옵니다. vin chaud, 프랑스어는 이처럼 수식어가 피수식어 뒤에 오죠. 영어의 칼로리(열량)과도 어근이 같은 chaud(쇼)는 따뜻하다는 뜻입니다(영어의 칼로리도 어차피 프랑스어에서 왔지만). 겨울에 장작불 옆에서 머그잔에 홀짝거리는 와인... "레시피는 이렇게 조절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다(p228)." 여기서는 캠핑빵이 설명되는데 "발효가 잘된 반죽을 유산지째로 무쇠 냄비에 집어넣고 30분 굽는데, 숯, 장작, 돌 등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아직도 완성 중인 레시피라고 하시네요.
역시 요리책(캠핑책도 마찬가지지만)은 삶이 행복한 사람이라야 쓸 수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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