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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틀 아일랜드
- 아키요시 리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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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25-04-24
: 2,050
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 이웃을 동료로 생각지 않고 내 생존을 위해 죽여야 할 희생양으로 간주하여 벌이는 살육의 참상. 인간이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짓거리인데, 이게 꼭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무인도(소설이 다 끝났을 때도 어디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나, 오징어게임에서의 그 또다른 익명의 무인도라든가, 다카미 고슌[高見廣春] 작 배틀로얄(1997)에서의 그 피비린내 나는 섬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고, 불법 하코방을 두고 권리금을 붙여 팔아먹는다는가 하는 악질의 사기꾼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걸레질을 하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일랜드라는 독특한 이름의 술집에 모이는 단골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탈하고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마스터라고만 불리는 술집 주인은, 가끔 무례한 말을 손님들에게 들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자영업 마인드에 특화된 인물로 보입니다. 제가 몇 개월 전에 읽었던 어떤 자영업 관련 서적을 보면, 그 저자께서 진상 손을 대할 때 사장은 그저 "이 객이 철없이 구는 어린이이겠거니"하고 넘기는 게 상책이라는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사실 제 생각에, 저자는 아마 처음에 다른 표현을 쓰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출판물에 지나치게 원색적인 표현을 쓰는 게 곤란했으니 그 정도로 순화하고 넘어가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그 저자님(사장님) 얼굴을 보면, 정말로 한 성격 할 것 같은 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장 순하고 남한테 해 안 끼칠 것 같은 인물들이 가장 짐승 같은 악행을 벌이는 걸로 드러납니다. ooo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섬 안에서 돌연 살인마로 바뀌는 ooo 또한 그렇습니다. ooo는 평소 그 직업을 맡아 온갖 진상 o원o을 상대하다 보니 그런 괴물이 된 듯 그려지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 (소설에서도 여러 번 서술되듯) 타고난 인성 자체가 나빠서 그렇겠죠. 청소 노파 역시 상황이 사람을 그리 만든 게 아니라, 타고난 인성이 비틀어지고 사악한 탓입니다. 그럼 ooo는 왜 이렇게 잔인하고 악랄한 무대를 만들었을까? 돈과 시간은 많은데 할 일이 없으면, 지루한 걸 못 참는 인간이란 종은 이렇게까지 타락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 지옥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나간 oooo도 앞으로 조심해야 할 듯합니다.
소설은 매우 치밀하게, 무인도에 갇힌 7인의 처절한 변모와 투쟁을 묘사합니다. 제 생각에는, ooo가 꾸민 지옥의 규칙을 알고, 같은 피해자의 처지이면서도 룰에 순응하고, (도움이 안 되는) 멤버를 배제하는 과정 같은 게, 사람의 지극히 이기적인 품성을 잘 드러낸다고 봤습니다. 이런 일은 무인도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현실에서 벌어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협력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자고 이성적인 제안을 한 사람, 이 와중에 남들에게 그나마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남들보다 먼저 죽어나갑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주변에 끝까지 남겨 둬야 나에게도 이익인 사람에게 맨먼저 해코지를 하는 데서, 사람이란 최소한의 이성도 없는, 그저 일개 동물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아주 시야가 좁은 잔머리인데, 그 한심한 잔꾀를 두고 스스로 영리하다며 자화자찬하는 꼴을 보면, 라커인 양 착각하고 이용당하는 미친 돼지를 보는 듯 연민이 느껴집니다.
(약스포)
작가님은 소설 창작을 두고 연구를 많이 하신 분 같습니다. 무인도에서 생존하기 위해 이런저런 요긴한 지식이 전개되는 걸 보면, 우리 독자 누구라도 설마 이런 일이 내 생에 벌어지진 않으리라는 걸 알아도, 이런 좋은 팁은 꼭 알아둬야겠다는 우스꽝스러운 다짐을 하게도 됩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건 oooo이, 예를 들어 p232 같은 데서 의외의 치밀한 계산을 한다거나, 그 사악한 빌런의 숨통을 끊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거나, 결말에 가서도 o깍o를 스스로 벗고 그 한심한 놈을 저승으로 보낸다거나 하는 과감한 면모입니다. 그 oo 되시는 분들도 보통 사람이 아니니 그런 큰 돈을 벌었을 텐데, 그 DNA가 뭐 어디 딴데로 갔겠습니까?
사실 저는 읽어나가며 좀 다른 결말을 예상했는데, oooo이 각성해 나가는 과정도 재미있긴 했습니다. 모쪼록 제대로 이 섬을 빠져나가 그 망할 자식한테 복수도 하고, 자신의 엄청난 포텐도 터뜨렸으면 좋겠습니다. 頑張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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