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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 강지은
- 15,120원 (10%↓
840) - 2025-01-31
: 1,795
현재는 러시아령인 쾨니히스베르크(칼리닌그라드)에 머물면서 항상 정해진 시각에 산책을 하여 주민들이 그를 보고 시각을 맞췄다는 일화가 남은 인물이 바로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입니다. 칸트는 수공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을 마치고 장래를 설계했습니다. 그런데 칸트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과목은 지리학이었다고 합니다. 이무렵이면 유럽인들이 항해술을 발전시켜 세계 곳곳을 탐험할 때인데, 칸트 역시 최신 지식을 흡수하여 그의 지적 호기심을 채웠다고 합니다. 평생 한 장소에만 거주했다는 선입견과는 다소 대조되는 행적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는 젊었을 적 칸트의 이 행적에서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라고 권합니다. 지리학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지속적으로 내용이 채워지고 개정되고 완성되어 가는 학문이었습니다. 하나의 정해진 텍스트만을 붙들고 암기하며 떠받드는 학문은 이런 젊은 지성의 갈증을 만족시킬 수 없고, 사회에 공헌하는 바도 적습니다. 또 칸트는 어떤 특별한 성취를 이루려고 강박에 시달리기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루틴을 만들어 발전을 이루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여기서 우리에게 교훈을 전달합니다. "무엇을 잘하기는 힘들어도 매일 꾸준히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또 저자는 "루틴은 존재의 불안을 제거한다"는 멋진 말씀도 들려 줍니다. 사실상 이 책의 주제에 가까운 명언입니다.
이 세상에는 경험으로 아는 게 있고, 경험 이전에 우리가 아는 게 있습니다. 후자를 가리켜 선험적인 앎이라고 부릅니다. 또 칸트적 의미에서 "순수하다"는 건, 그 선험적 앎이 경험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었음을 뜻합니다. 앞선 시대의 데카르트도 그러했지만, 철학의 가장 기초되는 바는 의심이라고 칸트도 보았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말합니다. "소셜 미디어를 보면 슬픔이라는 게 없다. 누구나 행복하고 풍요롭고 멋진 삶을 산다. 과연 이 모든 게 진실일까?" 소셜 미디어의 발전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줄이고 소통을 증진하는 게 아니라, 남과 나를 비교하고 더 불행해지는 게 역설이라면 역설입니다. 칸트의 비판 정신이 소셜미디어의 이런 환각과 허풍에 대해 의심해 보게 하는 순기능도 행하는 것 같네요.
왜 선험적인 게 중요한가? 경험에 근거하여 판단한다면, 사람마다 모두 다른 경험에 바탕하여 판단을 내릴 건데 과연 누구의 경험을 기준으로 삼을지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p77). 양 당사자가 싸울 때 제3자를 불러 중재를 요청한다 해도, 그 3자가 누구 하나의 편을 들면 다음에 또 누군가(새로운 제3자)를 소환해야 합니다. 이런 제3자 퇴행논변의 무한연쇄를 막으려면 우리는 시비의 여지가 없는 연역적 진리, 선험적 앎의 중요성을 의식하고 연구할 필요가 절실합니다.
골목에서 주변이 뿌예지도록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중학생들을 보고서도 지나가던 어른들이 아무도 훈계를 하지 않는 게 요즘입니다(p102). 저자는 이런 현실이, 파편화한 개인주의 때문에 도덕과 윤리가 실종된 대한민국 사회의 위기를 나타내는 징표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칸트가 강조한, 윤리의 실천성을 강조합니다. 알면서도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그 지식은 이미 지식도 뭣도 아닙니다. 이렇게 비생산적이고 단절적인 개인주의가 극복되어야, 나의 자유도 역설적으로 최대한 신장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사람은 본래 스스로 깨닫고 남의 강요가 없어도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면이 있어서 존엄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사회다 보니 아무 강제도 없이 모두가 잘 알아서 하리라 막연히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에는 법이라는 게 필요하고, 형벌의 위하(威嚇) 효과에 기대어 질서가 유지되기도 하는 것입니다(p117). 칸트가 말한 정의(正義)도 이렇게 해서 실현되겠는데, 언제나 필요한 건 우리 모두의 강력한 실천 의지라고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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