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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벌거벗은 세계사 : 과학편
  •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 21,600원 (10%1,200)
  • 2025-04-24
  • : 1,090
모두 10편의 에피소드가 정리되어 실렸습니다. 이 책에 실린 방송분들은 모두 과학 연관인데, 공룡 편(박진영 박사)는 작년(2024) 5월 14일, 화산(윤성효 교수) 편은 '23년 7월 25일, 세균편은 작년 2월 27일, 갈릴레오 편은 '23년 2월 28일, 다윈과 우생학 편은 같은해 5월 2일, 노벨 편은 작년 7월 30일, 에디슨 편은 '23년 1월 17일, 바다 오염 편은 같은해 3월 14일, 마리 퀴리 편은 작년 1월 30일, 오펜하이머 편은 재작년 9월 12일에 방영되었습니다. 제가 작년 9월에 리뷰한 한정판 5권 세트에는 당연히 포함되지 않았던 새 책이며 교보문고에서 이번에도 제작했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희가 자랄 때와는 달리 요즘은 공룡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견해들이 등장하여 혼란스러울 지경입니다. 그러나 TV 방송에서도 연예인 패널들을 잘 이끌며 설명하셨듯, 이 설 저 설이 언론을 통해 난립하던 것을 박진영 박사께서 잘 정리하여 책에서도 알기 쉽게 가르칩니다. 일단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부터가 공룡은 파충류보다 차라리 새에 가깝다고 작품 속에서 말하여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1990년 창작된 그 소설은 2년 후 한국어로도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 p39에 나오듯 시노사우롭테릭스 화석의 발견(1996)은 공룡이야말로 새의 조상이라는 입장에 결정적 증거가 되었고 2003년에 나왔던 <쥬라기 공원 3>의 몇몇 중요 장면에 모티브 노릇을 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악어 피부가 아닌 병아리처럼 털이 복실복실한 공룡의 상상도, 복원도는 뭔가 좀 깨기도 하지만 진리를 향해 전진하는 인간의 노력은 경이로울 뿐입니다. 

1990년 이전 우리 민법에는 약혼 해제 사유에 폐병이 들어 있었는데 그만큼 이 질환은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p121에 나오듯 결핵은 유독 에밀리 브론테, 프레데릭 쇼팽 등 천재들을 괴롭혀 죽음으로 몰고 간 병이기도 했습니다. 18세기에만 해도 맨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라는 게 많은 병의 원인이 된다는 과학적 설명을 사람들이 널리 받아들이지도 않았습니다. 일찍이 16세기 얀센이, 또 19세기 코흐와 파스퇴르가 세균학을 크게 발전시켰고, 20세기 들어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우연히 만듦으로써 인류는 크나큰 위험 하나로부터 해방되는 듯했습니다. 세균은 꼭 나쁜 게 아니며, p131에 나오듯 좋은 쪽으로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니 김응빈 연대 교수님 말씀처럼 "작은 것들의 힘은 위대"합니다.

앞에 나온 얀센처럼 당시 네덜란드에는 렌즈를 잘 다루는 기술자들이 많았는데 21세기에도 특정 EUV 노광장비를 네덜란드 회사 ASML만이 제조 가능하니 전통과 풍토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p155에 나오듯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 같은 천재도 대륙 저 건너편인 네덜란드인들의 망원경 발명이 아니었다면 그같은 업적을 이루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벨라스케스의 그림 <무염시태>에서 성모 마리아는 매끈한 달의 표면을 밟고 섰으나,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확인한 달의 표면은 전혀 그렇지 않아 당대인들의 신앙심에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p161까지 이어지는 당대인들의 논쟁과 명화 도판은 독자를 완전히 사로잡을 만큼 재미있고, TV 방영분도 그러했습니다. 

많은 박물학자들이 세계를 유람하며 학문 연구의 단서를 찾아다녔으나 찰스 다윈처럼 폭넓고 혁신적인 결과를 내놓은 이는 없었습니다. 비글 호를 타고 그는 카리브해의 갈라파고스에 다다라 온갖 진귀한 생태를 접하고 놀라운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찰스 다윈은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으나 진화론은 뜻밖에 우생학이라는 위험한 사조, 경향을 낳았으며 이는 엉뚱하게도 미국에서 큰 세를 한때 얻었고, 안타깝지만 J D 록펠러, 앤드류 카네기, 켈로그 등 산업계의 거인들도 이에 호응했습니다(p201). 이 대목에서 염운옥 교수님의 평가가 끝나자 패널들이 일제히 아쉬워하던 리액션이 시청자로서 저는 생각나네요.

일반적인 과학자와 발명왕 에디슨이 달랐던 점은 p259에 나오듯 "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만들겠다"는 그의 현실 감각과 무서운 집념입니다. 전구 필라멘트 소재 하나를 찾기 위해 수천 개를 실험했듯 그의 의지와 끈기는 상상을 초월했는데, 요즘은 인공지능이 도와 주기 때문에 이런 중노동을 할 필요도, 많은 자금을 투입할 필요도 없기는 합니다. p281에 나오듯 그는 직류를 밀었고, 그의 적수로 알려진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를 밀었는데 에디슨의 편에는 그 유명한 J P 모건이, 테슬라 편에는 웨스팅하우스社가 섰습니다. p280에 나오듯 이 싸움을 당시에 Current War라고 불렀고 이걸 소재로 한 최근 영화도 있습니다. 같은 페이지에 나오는 당시 미국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는 중임은 했으나 연임을 못한 유일한 예였는데 몇 달 전 트럼프가 당선됨으로써 역사상 두번째 사례를 만들었죠.

마리아 스클로도프스카, 우리가 퀴리 부인으로 아는 위대한 과학자는 p325에 나오듯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럿 가진 천재였습니다. 두 분야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아직도 이분밖에 없습니다. 역시 천재라서인지, 그녀는 한 번에 한 가지 주제만 읽으면 쉬이 피곤해져 차라리 여러 주제를 동시에 공부해야 직성이 풀렸다는 말이 p331에 나옵니다. p341에서 박민아 한양대 교수가 평가하듯, 그리스 신화에서 인류에게 최초로 불을 선사한 프로메테우스처럼 마리 퀴리는 그 전에는 사람의 두뇌가 전혀 알지 못하던 소중한 지식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한국처럼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무역에만 의존하여 국부를 창출하는 나라에서 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해 주는 각계 최고 전문가들의 정성과 재능이 돋보이는 멋진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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