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을 기획하라
빙혈 2025/04/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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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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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먹여살리는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몇몇 대도시만 비대해지고 집값 땅값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매우 심각합니다. 이른바 지방의 소멸을 걱정해야 할 판인데, 가뜩이나 좁은 국토인데 그나마 한 구역에만 사람이 몰려 살면 그 폐해는 우리들뿐 아니라 후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지방을 그 나름의 대체불가능한 매력으로 가꾸어 나가려는, 재능 있는 실천가들의 활약상은 이 와중에도 보석처럼 빛나는데, 이 책에 그 멋진 실례들이 많이 실렸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삼전 한국총괄 마케팅 부서에서 주요 경력을 쌓으신 저자께서는, 지방도 중앙 정부의 지원만 기다리고 수동적으로 이 변화무쌍한 세상을 맞을 게 아니라, 타 지역, 나아가 다른 나라에서 이 지방의 독특한 향토색에 끌려 찾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책은 모두 6개의 챕터로 이뤄졌는데, 파트 1은 로컬 문화의 가치와 접근에 대해 논합니다. 이 책에는 감성적으로 서술된 짧은 프롤로그가 따로 있는데, 독자인 제게는 프롤로그와 이 제1장이 이 책 전체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왔습니다(개인적 느낌입니다).
강원도에는 휴전선 근처에 화천군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꼭 모 보병사단이라든가 군 복무 관련이 아니라 해도, 화천군이라는 이름은 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합니다. 다름 아닌 산천어 축제 때문인데, 책 p15를 보면 이 지역에는 기차역도 하나 없어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고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YT에서 이 지역축제를 따로 기사를 통해 소개했을 만큼, "관광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훌륭한 기획과 마케팅이야말로 그 성공의 비결이라고 저자는 요약합니다.
그럼 로컬문화의 특성은 무엇이라야 하며, 어떻게 기획하여야 성공할 수 있는가? 제2장 p34에 그 비결이 잘 정리됩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사회 활력 제고, 문화적 다양성 증진, 지역 아이덴티티 강화, 이 네 가지 필요에 의해 로컬 문화는 발달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네 요소에 주안을 두고 기획을 추진해야 합니다. 지역 문화는 일반 기업의 프로젝트 추진과 달리 지역 사회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전폭적으로 예산상의 지원을 해 줘야 의미있는 성장, 성과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1987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South by Southwest(줄여서 SXSW)라는 축제가 시작되어, 4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그저 음악페스티벌의 위상을 넘어 "디지털 혁신과 스타트업 발표 중심지로 자리잡았다(p65)"는 게 저자의 평가입니다. 이 이름은 영화감독 히치콕의 고전 North by Northwest에서 따 왔겠으나, 이제는 그저 로컬 예술제에 그치지 않고 세계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사로 거듭났는데, 이는 지역문화자원과 파트너십 확보가 성공적이어서라는 게 저자의 진단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걸친 협력 확보, 지역 기업의 협조, 글로벌 아티스트의 도움, 지역주민-학술기관의 협력, 소셜 미디어 활용이 그 비결이라는데 이런 대원칙들을 일단 실무자들이 염두에 두고 있어야만 하겠네요.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입니다. 과거 1차 산업 위주일 때에도 이렇게 농토가 부족하여 고민이었고, 산지마저 남벌 때문에 숙종 연간 이후에는 대부분이 민둥산으로 바뀌어 여름에 수해를 일으키는 주요 이유가 되는 등 악순환이 겹쳤습니다. 이 산지 지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로컬 컨텐츠 개발이 중요한데, p90에서 저자는 영국의 글로스톤베리 페스티벌을 벤치마크 사례로 듭니다.
또 지역문화 발굴이 자체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외부 벤치마킹이라는 건 아무리 성공적 사례가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 남의 사정이니 만큼 한계가 뚜렷합니다. p122 이하에는 지역 돌아보기, 지역 이슈 발굴, 스토리 있는 문화자산 선정, 선호도 조사, 대표 자산 선정, 문화자산 활용 기회 체계화 등을 제시합니다. 특히 저자는 p169 같은 곳에서 know-where를 중요성을 시조하는데, 로컬의 컨텐츠는 역사성과 진정성에 기반하여 계발되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으로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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