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아이가 미래를 지배한다
빙혈 2025/04/20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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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아이가 미래를 지배한다
- 신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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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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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지구 곳곳에 뻗어가 정보를 고속으로 전달하는 21세기에는 바야흐로 문해력이 뛰어나 정보를 잘 흡수, 이해, 정리, 내면화하는 사람이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저자 신중호 서울대 교수님은 TV에 자주 출연하는 분이므로, 설령 그 성함은 덜 익숙하더라도 이 책 표지 사진을 보면 알아볼 이들이 많겠습니다. 신 교수님은 국내에서 교육학의 대가이기도 하지만, 대중에게는 문해력 전도사로도 잘 알려진 분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요즘 포털이나 커뮤니티, 메신저를 보면 리스트 곳곳에 광고가 들어가서 잘못 클릭하면 상품 소개 페이지로 리디렉션됩니다. 그전에는 이렇게 딥하게 침투한 광고가 없었는데,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들의 일반 광고 집행이 뜸해지다 보니 포털이나 커뮤 운영측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입니다. p25를 보면 심지어 대학생이라고 해도, 소셜 미디어나 카페에 게시된 일반 유저의 글과 광고를 구분 못 합니다. 이게 바로 디지털 문맹의 일종입니다. 문해력은 마치 황야, 스텝에서 살아남는 유목 민족들의 시력(視力)과도 같은 자질입니다. 멀리서 다가오는 적의 낌새를 빨리 알아채면 내가 살고, 늦으면 내가 죽습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유익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영리하게 먼저 분별해내는 자가 이 세상에서는 survivor가 됩니다.
쇼츠 영상 감상, 멀티태스킹이 일상에서 요구되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직장에서도 높이 평가되는 자질인 멀티태스킹 능력이, 대체로는 깊이 읽고 생각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p62에서 저자가 드는 예는, 아이들이 컴 화면에다 유튜브 창, 틱톡 창, 워드프로세서 창, 인스타 창 등을 여럿 띄어 놓고 분주히 일하고 놀이하는 모습인데, 이 역시도 아이들한테는 멀티태스킹이며 이런 걸 잘하는 애가 인기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보편화해가는 아동 식의(?) 멀티태스킹이, 진지하고 창의적이며 의미를 새기는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챗GPT의 뛰어난 점 중 하나는 긴 문서를 요약해 주는 자질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해당 문서에 대해 어차피 큰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이나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지, 좀 아는 사람이 보면 허점이 많이 보이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튼 현대에는 정보가 많다 보니 일일이 다 읽을 수가 없어 요약, 한줄요약, 세줄요약을 당연히 요구하는 풍조가 또 있죠. 저자는 이를 두고 지식의 패스트푸드화라고 비판(p70)하는데, 이처럼 구체적인 맥락을 무시하고 결론만 강조하는 풍조가 문해력을 고사시키는 해로운 환경이라고 비판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자주 입에 담는 말이 "짜증난다"인데, 이처럼 아이들은 다양한 어휘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 꺼려하고 말이 아닌 부호처럼 극소수의 단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래서는 뇌가 발달되지 않고, 생각의 다양성이나 깊이도 현저히 떨어지는, 지식이나 감정 모두 미발달한 반쪽짜리 인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긴 남 앞에서 뭘 가르친다는 인간도, 이건 필요없다, 이런 번거로운 수식어는 다 생략해라 같은, 무슨 공산당이나 나치에서나 통할 법한 지침을 하달하는 경우도 있으니 애들만 어떻게 탓하겠습니까. 질문, 질문, 질문을 통해 아이의 사고 방향을 다양화하고 깊이 파고드는 습관을 부모가 길러 주는 게 중요합니다(p179).
p271 이하를 보면 집안에 장서를 갖춰 두고 아이를 책에 노출시키는 가정 교육 분위기가, 이후 아이들의 지능과 정서 발달에 큰 기여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인용되었습니다. 이는 막연한 짐작이 아니라, Evans라는 학자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이끈 Family Scholarly Culture라는 연구에서 학문적으로 규명한 것입니다. 제가 찾아보니 M D R Evans라는 호주 국립대 교수가 있고(학위명 아님), 이분은 교육학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나오네요. 아무튼 애한테 책 사 주는 데에는 돈을 아끼면 안 되겠다는 점 여기서도 다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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