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궁금했어요.
어떤 사람일까라는.
《쓰는 사람》은 백희성 님의 기록에 관한 책이네요.
처음엔 제목만 보고 전업작가인 줄 알았더니,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 사무소 출신의 건축가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 틈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는 아마추어 화가라고 하네요. 한 가지 일을 잘 하기도 어려운데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두루 잘 해낸다니 부러울 따름이네요. 저자는 이런 직업적 결과들을 가능하게 만든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평범했던 자신의 삶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20년 넘게 이어 오고 있는 기록의 힘이라는 거예요. 이 책은 저자의 기록에 관한 기록이자, 기록이 '결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그야말로 기록을 통해 변모해가는 삶의 여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는 기록이 생각을 만들고, 생각을 바꾸며, 인생을 바꾼다고 이야기하네요. 그동안 나름 기록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저자 덕분에 대단한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네요. 저자는 기록할 때는 먼저 자신의 생각을 적고, 질문을 던지고, 다른 사람처럼 묻고, 결정해 보고, 잊었다가, 나중에 그 기록을 다시 읽는 단계를 거친다고 해요. 단순 필기와 나만의 기록을 가르는 기준은 내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였네요. 창의적 아이디어는 생각의 시작이 중요한데, 모두가 맞다고 생각하는 생각의 논리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아이디어의 시작이라는 거예요. 근데 우리는 뭔가 새로운 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누가 한 말을 인용하고, 복사하고 있으니, 생각이라는 걸 제대로 하질 못하고 있었네요. 한국에서 교육을 받을 당시에 저자는 질문이 많은 학생이었는데 교수님들은 질문에 모두 답해 주지 않고,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언제나 스스로 찾아보고 물어라. 스스로 답을 찾아야지, 누군가의 입으로 해결된 답은 너의 답이 아닐 수도 있다." (126p) 이러한 가르침 덕분에 프랑스 교육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저자의 2003년 2월 1일의 기록을 보면, "인생을 재밌게 사는 방법 = 실패를 뺏기지 말고, 조언을 구하지 마라! 해보지 않은 사람이 말하는 것이 바로 '실패와 조언'이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범위에서 멋대로 살아라!" (194p) 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아버지가 해주신 조언이라고 하네요. 꾸준히 기록해 오면서 스스로 터득해온 저자의 기록법을 보면서, 무엇을 적을까, 어떻게 쓸까에 대한 기준을 배웠네요. 단순히 기록하는 기술만이 아니라 질문하고 사유하며 자신의 생각을 확장해가는 방식을 알게 되었어요. 쓰는 행위는 내면의 세계를 키워나가는 길이었네요.
"살면서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될까? 물론 말로만 바꾸는 게 아니라 진짜 사고와 신념이 바뀌는 순간 말이다. 가치관을 바꾸는 존재는 책일 수도, 사람일 수도, 또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다. 이런 존재와 꾸준히 접촉할 수 있다면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 그러니 내게 이토록 강력한 변화와 성장을 불러일으킨 존재가 무엇인지 찾아야 했다. 그래서 기록 노트를 꺼내 들었다. 생각보다 방대한 양이었다. 기간을 압축해서 찾아도 여든 권이 넘는 기록 노트에서 그 순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5일 이상 걸려 모든 기록들을 읽고 나니 확실히 알게 됐다. 내 가치관을 흔들 정도로 자극을 주는 존재가 누구인지." (3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