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린 시절에 죽음을 경험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에요.
동화책을 읽듯이 누군가의 죽음을 전해 듣는 경우는 많았지만 실제로 죽음을 본 적은 없었어요. 어른이 된 뒤에야 마주했고,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어요. 눈앞에서 목격하고도 믿을 수 없었거든요. 근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정신병원 원장인 아버지를 둔 덕분에 병원이라는 공간을 이질적인 장소가 아니라 따뜻하고 안락한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였고, 그 안에서 삶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며,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경계 없이 사람들을 대하고 있어요.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요아힘 마이어호프의 자전적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주인공 '나'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빼빼 마른 아이라서, 요즘이었다면 말썽꾸러기라고 야단을 많이 맞았을 거예요. 뭐, 여기에서도 조용한 날은 없지만 아무리 심각한 문제가 생겨도 삶을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얼핏 다르다고 느껴졌던 것들이 어느새 익숙해진 것인지,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네요.
작은형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약간 심드렁한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훈계조로 말했다.
"교육학에서 이런 상황을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엄마? '원칙 없는 갈팡질팡 교육'이라고 그래요!
엄마 아빠가 쟤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거라고요. 쟤가 또 쳐다보네!"
"제발 그만해! 좀 내버려둬. 곧 자러 갈 거야!" 어머니가 나무랐다. (304p)
나는 아버지의 손에 뽀뽀를 했다.
아버지는 가끔 손등에서 엄지와 검지 사이의 피부를 잡아 올려 살짝 비틀곤 했다. "이것 봐." 이럴 때 아버지의 표정은 항상 진지했다.
"이렇게 그대로 있어.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한참이 걸려. 네 손 줘봐." 아버지가 내게 똑같은 실험을 하자 내 피부는 즉각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310p)
아들 삼형제가 복작대며 지내는 모습이 시끌벅적 유쾌하지만 늘 맑은 날만 있는 건 아니었네요. 어머니의 갑작스런 발작 증세라든가, 가깝게 지내던 이들의 죽음은 전혀 평범한 일상은 아니니까요. 아버지는 환자들에겐 좋은 의사였는지는 몰라도 아내한테는... 부부의 세계는 두 사람만의 영역이라서 아무도 모를 것 같지만 자녀들은 다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마를레네 기억나? 우리 집에서 얼마간 지냈던 애!"
"당연히 기억하죠. 엄청나게 느린 애였죠.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어제 자살했어."
"정말요?"
"응." 아버지는 슬픈 눈으로 나를 건너보았다. "수영하러 가자."
우리는 나란히 샤워장으로 갔다. 우리 둘의 키는 이제 비슷했다. 내가 물었다. "왜요?"
"모르겠어. 가끔 있는 일이지. 이번이 네 번째 시도였어. 이유는 그 아이 자신도 몰라. 그냥 죽고 싶다고만 했어.
우리랑 있을 때도 그랬지." 아버지가 자신의 환자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들려준 적은 없었다.
"삶에 대한 애착이 전혀 없다는 건 끔찍한 일이지, 안 그래?" 아버지가 말을 이어갔다.
"부모가 이유도 아니었어. 다정한 사람들이었거든. 나는 육 년 동안 마를레네를 치료했어. 우린 말이 잘 통했지.
난 그 아이를 정말 좋아했어. 아주 멋진 소녀였거든." 아버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마지막까지도 어쩌면 우리가 해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344-345p)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병이나 사고로 떠나는 것도 슬프지만 자살은, 남겨진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는 점에서 잔인한 죽음이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고 나면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한 만큼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 같아요. 그로 인한 슬픔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아요. 괜찮아지는 일은 없지만 견디며 살아가는 거죠.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웃다가 그만 먹먹해졌네요. 소원해진 어머니와 아버지가 떨어져 지내다가 주인공이 집에 돌아왔을 때,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있는 부모님을 발견했는데, 아버지가 어머니를 한 팔로 감쌌고, 어머니는 아버지 가슴에 머리를 묻고 있었던 거예요. 두 분이 이렇게 가깝게 붙어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고, 주인공은 문득 '이게 네 부모야. 잠든 부모. 너한테는 항상 아버지와 어머니만 있었지, 부모는 없었어.' (464p)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대요. 눈을 뜬 어머니가 전혀 놀라지 않고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길래 어머니의 손에 입을 맞추었고, 이어 아버지의 손에도 입을 맞추었더니 눈을 뜨며, "내 아들 요세구나, 잘 왔다. 고마워."라고 말했다고, 우리가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인생에서 부모님과 함께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464p)라고 하네요. 어머니는 끝까지 투병 중이던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줬고, 막내 아들은 죽은 아버지 옆에 바짝 붙어 누워있었다고, 여전히 아버지의 몸이 따뜻해서 살짝 잠이 들었는데 그건 아버지의 체온이 아니라 밑에 깔려 있던 전기 매트리스의 온기였다고 해요. 전원을 끄고 나니 아버지는 빠르게 식어갔고, 그제야 죽음이 무정하고 냉혹한 것임을 실감했다고 하네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온기, 살아간다는 건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일이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