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최근 뉴스를 보니 미국이 이란과의 전면전을 염두에 두고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군력을 중동에 집결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명령만 떨어지면 이번 주말이라도 즉각적인 타격이 가능한 상태라는 거예요. 올해 초에 미국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를 공습하여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는 과정을 트럼프 대통령은 관저에서 생중계로 지켜본 데다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랑하듯 소감을 밝힌 것은 매우 충격적이에요. 제국주의의 회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트럼프의 행보는 국제법적 정당성을 무시한 채 자국 이익을 앞세우고 있으니, 미국 중심의 일방적 질서가 해체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네요. 이럴 때 역사를 들여다 보게 되네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는 경제학자 던컨 웰던의 책이에요.
저자는 전쟁의 역사를 '돈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제학의 접근 방식으로 살펴보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천년간의 전쟁사 가운데 열일곱 개를 선별하여 전쟁 이면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손, 즉 경제 원리를 짚어내고 있어요.
"기나긴 인류 역사에서 제도와 그에 따른 경제적 성취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전쟁과 폭력이었다. 인류가 만든 수많은 제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였으며, 전쟁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행위(경제사학자들은 이를 '군신 마르스의 선물'이라고도 부른다)는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거의 모든 시기에 걸쳐 국가를 규정하고 그 발전을 이끌어왔다. 따라서 우리는 전쟁을 살펴봐야만 제도의 발전을 파악할 수 있으며, 제도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알아야만 경제학의 핵심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다. 전쟁을 수행하는 일과 국가를 수립하는 일은 나란히 발전을 거듭해왔다. 오늘날 우리가 '국가' 혹은 '국민국가'라고 부르는 제도는 남들보다 성공적으로 전쟁을 수행한 집단이 발전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 초창기 국가를 세운 사람들은 경제사학자들의 점잖은 표현을 빌리자면 '폭력 전문가'였으며, 당시에는 주로 폭력의 위협이 경제적 교환을 이끌었다. ··· 폭력과 갈등은 인간이 처음 사회를 이룰 때부터 그 발전을 이끈 핵심 요소였다. ··· 전쟁의 성격이 바뀌자 국가의 성격과 규모도 바뀌었다. " (11-12p)
시대 순으로 10세기 바이킹 시대, 12세기 칭기즈칸, 14세기 아쟁쿠르전투와 장궁, 15세기부터 16세기의 신대륙 정복, 16세기부터 17세기 초까지 유럽을 휩쓴 마녀사냥, 15세기부터 16세기 이탈리아 전쟁과 르네상스 시대,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초까지 활동한 해적들, 18세기 최대의 전쟁인 7년 전쟁과 영국 해군의 성공 비결, 19세기 세포이 항쟁, 미국 남북전쟁, 현대 경제전, 세계대전, 독일 공군의 자멸, 소련의 몰락, 베트남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루고 있어요. 전쟁의 승패는 최첨단 무기보다는 그 자원을 운용하는 국가의 신용체계와 보상 제도에 의해 결정되며, 그 시스템이 얼마나 견고한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려주네요. 역사는 명확한 설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실패와 우연한 성공의 연속이기에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어요. 경제학의 관점에서 본 전쟁의 역사는 폭력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누가 숨은 이득을 챙겼는지, 경제적 생존이라는 실질적 유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있네요. 물론 경제학자들이 항상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네요. 중요한 것은 세상을 폭넓게 바라보는 관점인 것 같아요. 오늘날 거대한 갈등과 위기가 향후 어떤 새로운 사회 시스템과 경제 질서를 만들어낼 것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