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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의 서재
  • #명탐정의유해성
  • 사쿠라바 카즈키
  • 17,820원 (10%990)
  • 2026-02-05
  • : 4,58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독특한 제목에 끌렸네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저 단어가 맞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거예요.

《#명탐정의 유해성》은 사쿠라바 가즈키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네요.

이 소설은 한때 명탐정 사천왕으로 불리며 인기를 누렸던 탐정 고코타이 가제와 그의 조수 나루미야 유구레가 각자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시작되네요. 열세 살 연하 남편과 함께 '오이디푸스 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유구레는 갑작스러운 가제의 등장에 모른 척을 했네요. 단골 손님 중 케이 씨가 가제를 알아보면서 명탐정의 과거가 소환되고, 왕년의 스타 같은 대접을 받는데, 조수였던 유구레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요.

"사천왕! 명탐정 사천왕 중 한 명이지? 세 명 더 있었던가?

아니, 더 많았나. 그 당시엔 명탐정이 워낙 많았으니까. 마블 영화의 슈퍼 히어로처럼 잔뜩 있었잖아.

세상에, 진짜 그때 생각이 나는군. 아아, 정말이다. 진짜 그사람인데. 어이쿠야, 이런 데서 다 만나는군!

나 목소리 왜 이렇게 크냐. 죄송합니다."

가제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꽤나 오래전 사진이네요. 여태 우리를 기억하는 분이 있다니 뜻밖인데요."

"그러게요······. 명탐정이 이젠 싹 사라져버렸으니까요. 그 사람들이 활약한 것도 헤이세이시대(1989~2019년) 중기까지였던가요."

케이 씨가 사진을 찍고 싶어하기에 내가 스마트폰을 받아 가제와 둘이 나란히 선 사진을 찍어주었다. 가제는 팔짱을 끼고 사진 찍히는 데 익수한 사람답게 빙긋 웃었다.

"그렇군요. 한 20년 됐나요. 요샛말로 AI가 등장하는 바람에 말이죠. 인간보다야 기계가, 아무래도 말이죠, 정확하니까요. 결국에는요."

"그렇습니까. 그렇지만 인간 명탐정이 출동해서 추리라는 특별한 두뇌의 힘을 써서 도와주는 묘미는 기계 같은 걸로는 맛볼 수 없죠. 이거야 원. 요컨대 세상이 각박해진 겁니다. 하여간 요새 젊은 것들 하는 짓하곤." (13p)

이제 쉰 살이 된 유구레와 50대 아저씨가 된 가제의 모습이 뭔가 쓸쓸해 보였는데, 요즘 트렌드를 전혀 모를 뿐더러 관심도 없어 보이는 모습에서 젊은 세대와 단절된 기성세대의 단면을 보았네요. 유구레는 단골손님이자 20대 여성인 케이 씨가 보여준 영상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네요. 구독자 40만 명의 유튜브 채널 <코롱코롱>에서 '명탐정의 유해성을 고발한다! 제 1탄은 고코타이 가제의 유해성이다!! 사건의 범인은 정말 범인이었나? vol.1'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명탐정은 산 사람의 운명과 목숨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면서, 퀴즈라도 푸는 것마냥 타인의 인생을 좌우했다면서 비난하고 있어요.

"아무튼 말이죠. 불행한 빙하기 세대가 낳은 과거의 망령인 겁니다. 경박하기 그지없는 명탐정 붐이란 건 말이에요.

레이와시대(2019년~ 현재)의 새로운 가치관에 비춰 돌아보면, 자기가 초법적 존재인 척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용납할 수 없는 악이에요. 코롱이 씨가 이렇게, 다 지난 이야기라고 하지 않고 문제 제기하는 걸, 전 나이 차가 나는 친구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왜냐면 말이죠."

"네?"

"왜냐면 과거는 청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세대 사람들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요." (43-44p)

그 뒤로 명탐점들의 과거 추리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명탐정의유해성'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퍼져나가면서, 20년 만에 재회한 명탐정 가제와 조수 유구레는 과거에 해결했던 사건들이 현재에 미친 영향을 재검증하는 여정을 떠나게 되네요. 유튜버 코롱이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명탐정들이 왜 사건 해결에 나섰는가, 명탐정들이 잘못 추리한 것이라면 그 책임은 누가 지어야 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완벽한 정답으로 칭송받았던 명탐정의 추리가 시간이 흐른 뒤에 다르게 해석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네요. 명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인데,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 신선했어요. 기존에 범인을 추리하는 역할에서 과거 잘못에 대해 검증 당하는 대상이 되었고, 명탐정과 조수는 영광스러운 과거 환상에서 벗어나 다시 과거 사건들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관습에 얽매였던 과거에 대한 경종이 아닌가 싶어요. '라떼는 말이야'로 대변되는 기성세대 꼰대들은 자신들의 경험이 최고이고 유일한 것인양 가르치려고 들지만 시대는 바뀌었어요.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니까요. 무엇보다도 과거의 영광들이 다 훌륭하고 옳은 것은 아니라는 걸, 명탐정 고코타이 가제를 통해 깨닫게 만드는 이야기였네요.

'그러게, 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른 걸 경험하고 생각하고 기억하기도 하지.

아무튼 나루미야, 좀 더 기운 내라고. 헛헛헛!' (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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