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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의 서재
  • 사람과 사랑과 꽃과
  • 나태주
  • 12,420원 (10%690)
  • 2026-01-19
  • : 88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랑할 때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들 하잖아요.

풀꽃 시인으로 알려진 나태주 시인도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한 계기가 열다섯 살 무렵에 짝사랑하던 여학생에게 쓴 연애편지였다고 하네요. 한 사람에게 쓰는 연애편지에서 출발하여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시를 썼고, 어느덧 시는 세상에 보내는 연애편지가 되었노라고 이야기하네요. 이제 시인 생활 55년을 맞이하는 나태주 시인은 여든의 나이에도 꾸준히 시를 쓰고, 강연과 저술 활동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인생의 지혜를 전하고 계시네요.

《사람과 사랑과 꽃과》는 그동안 나온 시들 가운데 독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던 작품들만 모아낸, 특별 시집이네요.

이 책에는 나태주 시인의 시들을 사람, 사랑, 꽃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어요. 워낙 유명한 시들이지만 다시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내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선물처럼 느껴지네요. 어떤 시에는 그 아래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발췌한 독자들의 소감이 적혀 있어서, 함께 시의 의미와 소감을 나누는 느낌이 들었네요. 각자의 시선에서 느끼는 감정이 달라서 신선하고, 어떤 부분은 똑같이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네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시, "아름다운 사람 / 눈을 둘 곳이 없다 / 바라볼 수 없고 /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 그저 눈이 / 부시기만 한 사람." (14p)를 읽으면서 두근두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네요. 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니까, 그 아름다운 사람을 바라보고 싶지만 바라보지 못하는 심정을 '그저 눈이 부셔서'라고 표현하고 있네요. 아름다운 그대는 눈이 부시네요. 사랑 시를 읽다보면 가슴이 몽글몽글해져요.

"바람은 구름을 몰고 / 구름은 생각을 몰고 /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 자국, /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아래 /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 해 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 소리만이 내 차지다 /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 이 가을, / 저녁밥 일찍 먹고 / 우물가에 산보 나온 / 달님만이 내 차지다 /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 달님만이 내 차지다." (52p) <대숲 아래서>라는 시는 나태주 시인이 문단에 이름을 알린 첫 번째 시,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생애 첫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하네요. 이 시를 읽다가 깊은 밤 대숲 아래를 거닐어 보고 싶어졌네요. 바람 소리, 댓잎 흔들리는 소리, 소나기 소리, 그리고 나의 울음 소리... 모두가 내 것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외롭고 서글픈 밤에 대숲을 거닐면서 서녘 구름, 떠드는 아이들의 소리, 밤안개, 달님이 내 차지라고 이야기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보고 싶다고, 그리워하며 우는 모습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뜨겁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때는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편지를 쓰는 일이 드물다 보니, 빨간 우체통을 보기가 힘들어졌네요. 발렌타인 데이처럼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쓰는 날을 정한다면 무척 낭만적일 것 같아요. 자신의 마음을 적어도 좋고, 사랑 시를 옮겨 쓰는 것도 멋질 것 같아요. 향긋한 꽃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읽었던 나태주 시인의 아름다운 시집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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