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색깔 논쟁, 정치분열 현상을 과학적으로 톺아보는 책이 나왔네요.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생물정치학 전문가인 존 R. 히빙과 케빈 B. 스미스, 존 R. 알포드가 함께 쓴 책이에요.
이 책은 2013년 초판되어, 10년이 흐른 2023년 출간된 개정판인데, 저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동일하며, 다음과 같아요.
"정치 성향은 그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서 선천적으로 타고난 생물학적, 심리적 성향에 따라 형성된다." (12p)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정치 성향은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할 거라고 추측하는데, 실제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저자들은 정치 성향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가 심리적, 생물학적 성향, 즉 타고난 성향 때문이라고 초판에서 주장했고, 지난 10년간 후속 연구를 통해 더욱 확고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어요.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 있어요. 갈등의 역학, 정치와 과학, 이념의 스펙트럼, 정치와 이념의 본질, 행동의 생물학, 선호의 정치학, 정치와 성격의 상관관계, 시선과 사회적 반응, 인체의 정보 처리체계, 얼굴 속 정치학, 부정 편향과 보수주의, 유전자의 힘, 진화하는 통념, 환경에 따른 유전 변이, 진화의 혼란, 정치 성향의 유전성, 사회생물학 논쟁까지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서로 다른 사고방식의 뿌리를 살펴보고 있어요. 특히 극단적인 성향의 지지자가 소란을 피우는 이유를 아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는 점이 의미심장했네요. 공교롭게도 개정판이 출간된 시점에 한국 사회는 계엄령 선포, 대통령 탄핵, 서부지법 폭동 사태 등 비상식적인 극우들의 난동으로 사회 불안이 가중되었어요. 그동안 몰랐던 한국 보수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시간이었네요. 비교적 음지에서 활동하는 소수의 극우들이 광장으로 나오게 된 데에는 국내 요인이 있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정치를 생물학적, 심리적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움직임은 최근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타고난 성향이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갈 것인가, 바로 이것이 다음 단계인데, 저자들은 타고난 성향의 존재가 정치적 차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체제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에서 주장하고 강조하는 사실, 정치 성향이 심층적 차원에 내재한 생물학적, 심리적 성향에 기반하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폭넓게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정치 환경은 조금 개선될 수 있어요. 서로 다름, 차이를 알고 인정해야 정치적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결론은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 서로가 바뀌기를 기대하지 말고 그들의 본모습을 인정하며 함께 노력하자는 거예요. 양극화로 인한 피해를 줄여나가는 것, 근본적인 역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정치 분열과 사회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길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