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싫은 소리를 한 번 들어도 신경쓰이는데 아예 미움을 받고 있다면 견디기 힘들 거예요.
본인의 잘못 때문에 비판을 받는 상황이라면 반성하면 될 일, 그러나 감정적으로 얽힌 상황이라면 쌍방의 문제인 것이지 자책은 금물.
우리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알려준 기시미 이치로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어요.
《이제 당신의 손을 놓겠습니다》는 '연결되지 않을 각오'에 관한 책이에요. 이번 책에서 저자는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라는 건 저절로 형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먼저 알아야 할 것들이 있어요. '나'로 존재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타인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거예요. 인간관계의 관점에서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되려면 부모와의 관계에서 의존성을 벗어나야 해요. 인간관계는 의존하거나 지배하는, 둘 중 하나의 관계가 되기 십상인데 이러한 의존과 지배 관계, 즉 수직관계에서 밑에 놓이게 되면 자신의 인생을 살기가 어려워요. 지배받고 강요당해서 만들어진 관계는 거짓 관계이며, 저자는 주변 관계를 점검해보고 거짓된 유대는 끊어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어요. 조직 내에서 권위에 따르지 않기란 어려운 일인데 만약 지시받은 일이 부정한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세상은 권력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고 이득을 보려는 기회주의자들이 득실득실, 그래서 프롬은 "자신의 이성에 따라 판단하고 결심해야 할 때, 인간은 고독해야 한다."라고 말했고, 미키 기요시도 "모든 인간의 죄악은 고독하지 못한 데서 생겨난다." (116p) 라고 말했어요.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사람들은, 아들러의 말을 빌리자면 지지해주는 친구가 있기 때문인데, 이런 상태를 공동체 감각이라고 봤어요. 타인을 적이 아니라 필요할 때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본인도 기꺼이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만이 인간관계 안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고독해져야 한다고 말한 것은 상사의 비리를 고발해 직장에서 소외되더라도 더 넓은 공동체 안에서는 외롭지 않다는 것, 인간에게 깃든 휴머니티인 이성과 양심에 따라 무엇이 정의인지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은 결코 외롭지 않으며 타인과 연대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이것이 공동체 감각이라는 거예요. 아들러는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때만 용기를 낼 수 있다" (224p) 했는데, 저자는 전제 조건으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 어쩌면 이 믿음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자 희망이라는 생각을 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