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관계는 지독하게 사랑했던 사이가 아닐까 싶어요.
연인 혹은 부부 사이에서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 같아서 언제 뒤집힐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범죄 가운데 살인사건의 경우는 대개 세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고 해요. 원한, 치정, 거액의 돈. 이번에 읽게 된 책은 결혼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앤솔로지 소설집이에요.
《시소게임》은 부부의 세계를 주제로, 네 명의 여성작가가 쓴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첫 번째 이야기는 박소해 작가님의 <사마귀, 여자>인데, 제목처럼 아슬아슬 위험한 정사를 즐기는 여성에게 홀딱 넘어간 젊은 형사가 등장해요. 결혼한 유부남, 유부녀들의 불륜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 아니라 너무 고약해서, 목구멍 깊숙한 곳을 자극했을 때 울컥하는 구토 반사 같은 거예요. 혀 안쪽은 음식물이 넘어가는 통로라서 다른 이물질이 닿으면 생존을 위해 뱉어내도록 설인신경이 작동하는 건데 불륜뿐만이 아니라 거짓된 마음을 슬그머니 사랑으로 포장하는 모든 것들이 구토를 유발하네요. 위험한 그녀의 정체부터 살인 사건, 진짜 살인범까지 반전의 반전을 주네요. 누가 죽였는가보다는 누가 진심으로 사랑했는가, 이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두 번째 이야기는 김재희 작가님의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예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병원 쇼핑 환자'라는 아이디로 "저는 불륜하는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익명이긴 하나 불륜 고백이라는 파격적인 글 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그녀도 성형외과 의사인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는데, 정작 충격적인 사실은 불륜이 아니라는 거예요. 알다가도 모를 부부의 세계, 참으로 미스터리 그 자체네요. 세 번째 이야기는 한수옥 작가님의 <설계된 죽음>은 제목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만들더니 소름돋는 복수극을 보여주고, 네 번째 이야기는 표제작으로 한새마 작가님의 <시소게임>인데 본격적인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심장 쫄깃한 맛을 주네요. 푸른 수염의 아내처럼 금지된 방의 문을 열어버린 느낌이랄까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을 추호도 의심하진 않지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커플들의 마음은 믿을 수가 없네요. 사랑은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 하필이면 속고 속이는 시소게임 때문에 불신지옥에 잠시 빠졌던 것 같아요. 불륜, 치정 그리고 복수를 다룬 이야기의 핵심은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그 결말이 주는 인생 교훈이 아닐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