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셀리스는 동물이 공격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역 공무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고를 받고 갔는데 곰이 사람을 깔고 앉아 물어뜯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보았지요. <총으로 쏘나요?> 그러자 그는 답했어요. <사람과 곰 중에서 어느 생명이 더 중요한지 판단할 권리는 내게 없어요.>」 인도에서는 해마다 약 5백 명이 야생 코끼리에게 죽는다. 정부는 유족에게 보상을 하지만, 코끼리를 살처분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주는 서벵골이다. 지난 5년 동안 403명이 사망했다. 아마 답은 거기에서 찾아야 할 듯싶다. p.74
텃밭과 과수원을 침입해 농작물과 과일을 약탈해 고소당한 모충,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파문당한 곰, 돼지의 살인 재판, 쥐에게 발부해 굴 안으로 쑤셔 넣은 퇴거 영장, 양조업자들이 초록색을 띤 한 바구미종에게 제기한 소송.... 이것은 실제로 법정에서 재판으로 다루어진 사건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옛 법 제도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증거라기보다, 인간과 야생 동물 사이의 갈등이 대처하기에 무척 곤란한 특성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이는 중세부터 수 세기 동안 고심했음에도 여전히 흡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사람이 의도를 갖고 만든 법을 자연이 어길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일까?
미국에서 가장 유쾌한 과학 저술가로 평가받는 메리 로치는 콜로라도 애스펀의 뒷골목부터, 인도령 히말라야산맥의 어느 마을, 성 바오로 광장까지 인간의 법과 동식물의 본능이 충돌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이 책을 썼다. 골치 아픈 문제들을 일으키는 동식물을 <자연의 범법자>들로, 인간의 법과 동식물의 본능이 충돌해 벌어진 사고를 <사건 현장>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는 인간과 야생 동물의 갈등을 수습하는 전문가, 곰 관리자, 나무 벌목 및 발파공, 포식 동물의 공격을 조사하는 법의학 수사관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탐구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골치 아픈 문제들을 일으키는 동식물은 정말 <자연의 범법자들>일까? 사실 진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우리 <인간>이 아닐까?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 없이, 그리고 인도적인 행동인지를 거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침입하는 야생 동물, 또는 누군가가 들여온 야생 동물을 죽였다. 우리는 실험실에서 쥐와 생쥐를 윤리적으로 다루고 인도적으로 <안락사>하는 상세한 절차를 마련해 쓰고 있지만, 우리 집과 뜰을 침입하는 설치류나 미국너구리를 처리하는 공식 표준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부사항은 퇴치업자와 <야생 동물 방제업자>에 달려 있다. 후자는 미국에서 사람들이 모피 구입을 꺼리고 덫 사냥꾼들이 가정의 고미다락에서 다람쥐 잡는 일로 돈을 벌기가 더 쉽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온 직업이다. p.357~358
무단 횡단 하는 동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쓰러질 위험이 있는 나무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비행을 방해하는 새를 어떻게 통제해야 할까? 쓰레기통을 뒤지는 곰을 포획해 다른 지역에 풀어놓으면 쉽게 문제가 해결될까. 사람들은 경작지를 보존하기 위해 혹은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해, 새를 독살하거나 소음, 레이저, 폭발물 등으로 괴롭히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또한 개체수 관리를 위해 시행되는 면역 피임법을 포함해 각종 동물 피임법의 경우는 부작용의 위험은 물론 윤리적인 논란도 안고 있다. 동물에 의해 사람이 다치거나 죽게된 경우, 대부분은 동물을 사살하는 걸로 마무리가 된다. 사람을 해치는 동물의 운명은 어떤 경우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처벌보다는 예방이 더 낫다. 양쪽 종에게 가장 안전한 방안은 서로 거리를 두는 것이다.
동물은 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본능을 따르는 존재다. 그들은 본래 타고난 대로 행동하는 단순한 동물들이다. 먹고, 싸고, 보금자리를 짓고, 자기 자신이나 새끼를 지킨다. 하지만 우연찮게 그 본능을 따르는 행위가 인간에게 또는 인간의 집이나 작물에 피해를 주는 순간 불화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갈등은 사람과 도시에게는 해결하기 힘든 난제를, 야생 동물에게는 곤경을 안겨 준다. 2백여 국가의 동식물 약 2천 종이 사람과 불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하고 있다. 각 갈등마다 상황 배경, 종, 걸려 있는 문제, 이해 관계자가 다르기에 해결 방법도 제각각 달라야 한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갈등을 '과학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한다. 자연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며, 진정한 공존은 과학적 이해와 공감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모두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