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몇 달 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서왕모의 강림》이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그 책에 나오는 내용 중에 일본 교토를 배경으로 한 것들이 적잖이 있었다. 그당시 책을 읽으면서 생소한 지명이나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보니 자연스레 교토라는 지역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았고, 그 호기심으로 교토에 관한 책들을 검색하다가 오늘 읽기 시작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전반적으로 간단히 살펴보니 여행책의 특성에 걸맞게 지역이나 건물의 사진과 그에 따른 설명이 쭉 이어지는 듯하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교토와 좀 더 친숙해지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교토에 흐르는 다양한 감성을 느끼려면 절대 서두르지 말 것, 천천히 걸으며 음미할 것, 욕심을 내려놓고 교토의 시간을 따라갈 것, 교토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P5
느릿느릿 걷고, 맛보고, 느끼는 여행이야말로 이 도시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P5
무로마치 시대는 세상에 대한 일체의 집착을 버리는 선 문화가 크게 번성하던 시대였다. 그래서 이때 창건된 대부분의 사찰에는 바위와 자갈을 사용하는 추상적인 고산수 정원枯山水庭園(석정)이 만들어졌고, 료안지도 그중 하나다.- P12
정원을 만든 의도에 선종 사찰의 와비사비(간소함을 바탕으로 인생무상을 아름답게 느끼는 미의식이자 깨달음) 정신이 바탕이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P12
고산수 정원은 보통 돌을 섬으로 보고 흰 자갈밭에 선을 그려 물의 흐름을 표현한다.- P14
료안지의 석정은 가로 30미터, 세로 10여 미터의 직사각형의 흰 자갈밭 위에 크기가 각기 다른 15개의 바위를 배치한 75평 남짓의 정원. 바위가 5개, 2개, 3개, 2개, 3개씩 각각 나뉘어 배치되어 있다. 이 배치는 황금비율이라 불린다.- P14
분명 15개의 돌이 배치되어 있지만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반드시 14개밖에 보이지 않는 신기한 구조다. 동양에서 완벽을 의미하는 15라는 숫자에서 하나를 뺌으로써 불완전한 정원을 표현하고 있다.- P14
석정의 두 면을 둘러싼 높이 1.8미터의 토담은 유채기름을 섞어 반죽한 흙으로 만들어져 ‘유토담‘이라고 불린다. 이 토담은 흰 모래사장에 빛이 반사되는 것을 막고 눈, 비, 바람으로부터 정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치 그림의 액자처럼 석정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P15
‘유오지족唯吾知足‘ ...(중략)... ‘오직 나만의 족함을 알 뿐이다‘라는 뜻으로, 풀어 해석하면 ‘불완전한 것에 불만을 갖지 말고 지금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P19
관점을 바꾸면 새로운 발견을 즐길 수 있다.- P19
정갈한 분위기와 절제미가 돋보이는 사찰이나 신사의 정원과 달리 무린안은 원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개인 주택의 정원답게 집주인의 취향을 오롯이 담아낸 개성 있는 공간이다.- P20
무린안은 1894년부터 3년에 걸쳐 조성된, 정치인 야마가타 아리토모의 별장. 교토 최고의 선종 사찰인 난젠지 주변에는 별장들이 많고 별장에 딸린 정원도 많아 ‘난젠지 일대 별장 정원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다. 모두 사유지여서 비공개이지만, 유일하게 이곳은 야마가타 가문이 교토시에 별장을 기증하여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 P20
히가시야마를 풍경에 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건물을 부지 서쪽에 세우고, 그 정면에 정원을 조성했다. 교토의 옛 정원들이 감상하기 위한 정원이었다면, 근대 정원인 무린안은 산촌의 풍경을 재현해 오솔길을 산책하며 즐기는 체험하는 정원으로 변화했다. 이는 ‘나‘라는 개인의 경험과 감각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의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P22
이전까지는 연못을 바다로, 바위를 섬으로 보는 상징주의적 정원이 교토 정원의 대세였다면, 무린안 정원은 멀리 히가시야마를 배경으로 하여 밝고 개방적인 잔디밭과 경쾌한 물줄기를 가진 자연주의적인 정원이다.- P23
시게모리 미레이는 1930년대 꽃꽂이, 다도 등 일본의 전통 예술을 배우고 일본 전국의 옛 정원을 조사하며 독학으로 연구하다 고산수 정원 양식에 매료되어 스스로 정원을 설계하게 된다. 그는 전통기법을 중시하면서도 기존의 고정된 가치관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심미안으로 일본 정원에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온 인물이다. 그가 창작의 모토로 삼은 ‘영원한 모던‘이란 옛것에 시대를 초월한 새로움이 존재한다는 믿음이었다.- P27
교토의 5대 선종사찰 중 하나로 1236년 세워진 도후쿠지. 이곳에 가면 웅장한 가람의 규모에 놀라게 되는데, 이는 당시 교토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람을 목표로 건설했기 때문이다. 사찰의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정원의 총 규모만도 1,000평에 이른다.- P28
도후쿠지 최고의 볼거리인 본방 정원은 정원 건축가 시게모리 미레이가 설계해 1939년 완성되었다. 이곳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의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그가 43살에 처음 설계해 완성한 본방정원은 가마쿠라 시대의 정원 양식을 기본으로 현대 예술의 추상적 개념을 도입한 근대 선종 정원의 백미로 손꼽힌다.- P28
일체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선종의 가르침- P28
본방 정원은 주지 스님의 거처인 본방을 빙 둘러싸고 있는데, 동서남북에 4개의 정원으로 이뤄져 있다.- P31
갈석(사찰 가장자리에 쓰이던 길죽한 돌)- P31
본방에 남아있는 갈석을 정원에 재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심해 낸 아이디어가 바로 체크무늬였던 것. 이런 바둑판 무늬는 일본의 전통 문양으로 마루나 맹장지 등 건축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이를 정원에 도입한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에 가깝다.- P31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선종의 가르침에 따르는 것이고 그 상태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P32
도후쿠지에는 다리가 3개 있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바로 통천교通天橋. 가장 전망이 아름답고 가장 포토제닉해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찬다. 통천교에 올라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면 경내가 온통 불타는 것처럼 붉게 물든 잊지 못할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P35
도후쿠지 주변에는 탑두 사원(주지를 지낸 고승이 생활하던 암자)이 25곳이나 있다. 그중에서도 고묘인은 특히 건축과 정원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규모가 아담하면서도 볼거리가 많고, 사람이 붐비는 곳도 아니어서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며 천천히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즐겁다.- P36
고묘인은 1391년 세워졌으니 600년 넘은 오래된 곳이다. 건물 안쪽에 자리한 파심정波心庭은 시게모리 미레이가 설계한 정원으로, 도후쿠지 본방정원과 함께 1939년에 만들어졌다. 돌과 이끼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파심정은 흰 자갈밭 위에 세 개의 바위(삼존석三尊石)를 기준으로 여러 바위들이 사선으로 늘어서있다.- P36
파심정은 번뇌를 물리치면 달(불심)이 파도에 비친다는 콘셉트가 정원 설계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P36
나월암은 1957년 시게모리 미레이가 달을 모티프로 직접 설계한 건물. 창문과 벽, 장지문에 그려진 큰 원은 달을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P39
장벽화란 일본 건축에서 내부 공간을 구분하는 벽이나 칸막이, 장지문 등에 그린 그림을 뜻하는 말이다. 주로 일본의 성이나 사찰, 귀족의 저택에서 볼 수 있는데, 주로 종이에 그린 후에 붙이는 방식이다. 단순히 장식용이라기보다는 공간의 의미와 부합하는 주제의 그림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왔고 일본 건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P45
교토의 중심지인 기온 한복판에 자리한 사찰 겐닌지. 1202년에 세워져 82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선종사찰로, 예술 작품으로 유명하다.- P46
예부터 용은 물의 신으로 불법의 가르침의 비(법우)를 내리게 한다는 비유가 있어 선종 법당에 그리는 일이 많다고 한다.- P46
물방울은 개개인의 마음을 뜻하는 것이다.- P49
쇼렌인 : 교토에 있는 5개의 문적 사원(왕족이나 관련된 인물이 출가해 주지를 맡는 사찰) 중 하나. 회유식 정원과 맹장지의 모던 아트를 볼 수 있어 최근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곳이다.- P50
일본에서도 특히 미술대학이 많은 교토- P54
훈습관 : 300년 역사의 전통 향초 전문점 쇼에이도가 운영하는 색다른 콘셉트의 전시관이다. 오직 코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향에 대한 개념을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시각과 촉각, 후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향 박물관인 셈이다.- P60
‘향기 산책‘을 콘셉트로 하는 상설 전시실 코라보 Koh-labo 는 다양한 향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공간이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신기한 흰색 기둥 5대. 깔때기 같은 구멍에 코를 대고 펌프를 누르면 향초의 원료 본연의 향을 맡을 수 있다. 5대에 모두 다른 원료가 들어있으니 하나씩 체험하며 비교해볼 수 있다.- P60
백단나무의 속살은 강한 향기를 내기 때문에 원줄기를 베어 속살을 말려 향료의 재료로 사용해왔다. 이것이 바로 백단향이다. 예부터 진정 효과와 정신집중, 각성작용, 우울증과 불면증 치료에도 사용된 귀한 재료다.- P63
코라보 중앙에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흰색의 향기 박스 3대가 있는데, 이 상자 안에 들어가면 벽면 가득 열대우림의 이미지가 펼쳐지고 각기 다른 향을 체험할 수 있다. 과감하게 머리부터 쏘옥 들어가보자.- P63
노무라 미술관 : 노무라 증권, 옛 야마토 은행 등의 창업자인 노무라 도쿠시치의 소장품을 포함하여 미술 작품 1,9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사립 미술관이다. 기와를 얹은 전통적인 외관의 미술관으로 들어가면 내부는 매우 모던한 분위기의 전시실을 만나게 된다. 특히 다도와 노가쿠(일본 전통 가면 악극) 관련 공예품들을 많이 전시하고 있다.- P66
젠비 카기젠 아트 뮤지엄ZENBI KAGIZEN ART MUSEUM : 300년 역사의 전통과자점인 카기젠 요시후사가 설립한 미술관. 중요무형문화재인 교토 출신의 목공 칠예가 구로다 다쓰아키(1904~1982)의 작품을 중심으로 공예 미술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P67
교토 하면 사찰이나 신사 같은 전통 건축물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막상 교토의 거리를 걷다 보면 역사가 느껴지는 모던한 건축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P71
교토는 2차 세계대전 때에도 폭격을 피해갔고 지진 같은 자연재해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며 건설된 근대 건축물들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다. 교토는 천년 고도의 자부심을 가지는 동시에 문화, 예술, 교육 등에서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인 도시여서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건축물들의 보존과 리노베이션에 있어서도 무척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P71
신푸칸新風館은 1920년대 세워진 오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호텔과 숍, 레스토랑, 영화관이 들어선 복합 시설로 2020년 오픈했다.- P72
역사적 건축물에 예술과 자연이 융합된 시설은 어디를 둘러봐도 그림이 된다.- P72
신푸칸의 전신인 교토중앙전화국은 교토가 고도에서 근대도시로 넘어가던 시기인 1926년 세워진 근대식 건물로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교토시 등록문화재 1호로 지정되었다. 설계를 한 요시다 테츠로는 일본 근대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불리는 건축가다. 그리고 2001년 나중에 재개발할 것을 전제로, 전화국의 외관은 그대로 살리고 영국의 유명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증축 건물의 설계를 맡아 상업 시설로 개업하게 된다. 교토에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하자는 의미로 ‘신풍관新風館‘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P72
건축가 구마 겐고는 교토가 수도로서 발전하며 다양한 정원을 가진 유서 깊은 땅이므로 신푸칸에도 과거와 현대를 잇는 농밀한 정원을 만들고 구 교토중앙전화국 건물의 벽돌이 안뜰과 어우러져 교토의 거리와 조화를 이루게 했다고 말한다.-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