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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고듣고쓰고
정말 오랜만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터키에 위치한 ‘괴베클리 테페‘라는 건축물에 대해 언급했었다. 이 건축물은 단순 주거 목적의 건축물이 아닌 장례식과 같은 사회적인 기능을 담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저자는 이것을 집단이나 사회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생식세포와 DNA에 비유하며 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보태자면 재작년 쯤에 저자가 썼던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괴베클리 테페‘에 대해서도 그당시 저자가 책에서 다뤘던 기억이 난다. 물론 동일한 소재이긴 하지만, 거기서 뽑아내는 메시지나 의미 같은 게 그때보다는 좀 더 진화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개인적으로 과거에 읽어서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동일한 건축물을 좀 더 심도있게 또는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괴베클리 테페‘ 같은 종교 건축물은 집단 사회의 규모를 키우고 유지시키면서 집단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생식세포이자 DNA 같은 건축물이다.- P68
공기 중에 수분이 늘어나면 지역 간에 기온 차가 줄어들어서 바람이 약해지고, 토지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P83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은 지금의 이라크에 지어진 신전 ‘지구라트‘다. 실제로 지구라트 신전은 진흙을 구워서 만든 벽돌이 주요 건축 재료고, 침수에 대비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 아스팔트 재료인 역청으로 신전의 하단부를 방수 처리했다. 지구라트가 지어진 바빌로니아 왕국 지역은 당시에 주요 건축 재료가 벽돌이었다. 학자들은 성경을 기록한 사람이 바빌로니아의 수도 바빌론의 탑을 바벨탑이라고 불렀을 거라고 말한다.- P84
당시엔 종이로된 건축 도면이 없었고, 건축 공사를 말로 지시했던 시절이다. 당시 사용 언어는 수메르어, 아람어, 아카드어였는데, 학자들은 공식 언어가 세 가지나 되다 보니 혼돈이 와서 지구라트 건설이 중단됐을 거라고 설명한다.- P84
성경에서 여러 개 언어의 혼돈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을 법하다. 왜냐하면 바벨탑 정도 규모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먼 곳에서 온 많은 사람이 모여서 도시를 이루었을 때만 가능하다.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다른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서 건축했을 것이고, 당연히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P86
고대부터 제사는 동물을 죽여서 피를 흘리는 것이었다.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제사도 죄 있는 나 대신에 죄 없는 양을 죽이고 피를 흘리는 형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한자를 보면 죄 없이 바름을 뜻하는 한자 ‘義(의)‘는 나를 뜻하는 글자 ‘我(아)‘ 위에 양을 뜻하는 ‘羊(양)‘이 그려져 있다.- P88
인간의 뇌는 케이블 없이 어떻게 연결될까? 바로 ‘언어‘로 연결된다. 선생님이 교단에서 강의할 때는 선생님의 뇌와 교실에 있는 학생들의 뇌가 병렬로 연결되는 효과가 생긴다. 따라서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 살게 되면 언어로 소통하면서 그 집단의 지능이 올라간다. 그러니 도시의 인구가 늘어날수록 사람들 간의 시너지 효과가 커져서 창의력이 더 빠르게 늘어난다. 현대에서도 대도시의 인구가 늘어날수록 발명 특허 건수, 창의적 예술 작품, 논문 등이 인구 증가 비율보다 더 많이 늘어난다. 인간의 창의적 활동을 정량적으로 계산해 보면 도시가 10배 커지면 창의적 활동은 17배 늘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도시가 만들어지면 문명이 발생하는 것이다.- P93
서로 다른, 분업화된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새로운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공간 구조가 도시다. 도시를 구성한 사회는 분업과 협력을 통해 하나의 기계처럼 작동하게 된다. 그러한 복잡한 기계가 작동하도록 해 주는 것이 도시 공간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수십만 개의 부품을 조립해서 복잡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계를 만드는 사회가 가장 발전한 사회다. 왜냐하면 그 많은 부품과 화학 제품의 유통과 조립을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할 수 있는 도시 공간 시스템을 가진 사회가 가장 발전한 사회인 것이다.- P94
농사의 경작을 뜻하는 영어 단어 cultivation은 경작, 재배를 뜻하는 라틴어 cultus에서 파생된 것으로, 문화를 뜻하는 culture의 어원이며, 문명을 뜻하는 영어 단어 civilization의 라틴어 어원 ‘civilis‘는 시민 생활이나 시민다운 것을 가리키는 말로, ‘도시에 사는 것‘을 뜻한다. 문화는 농사에서 오고, 문명은 도시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된 단어 구성이다.- P94
세금을 거두기 위해서 점차 문자 체계가 발달하게 된다. 최초의 문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사용한, 점토판에 눌러서 표시한 쐐기 문자(설형 문자)다. 이 문자는 기본적으로 세금을 장부에 기록하기 위한 것이었다.- P100
소돔과 고모라는 소금 무역을 통해서 융성했던 도시였다. 소돔은 소금 덩어리인 암염으로 만들어진 산에 위치해 있다. 소금은 당시에 화폐의 기능을 하던 자원이다. 그러니 소돔은 당시로서는 금을 가지고 있던 서부 시대의 캘리포니아나 마찬가지였다고 볼 수 있겠다. 금을 캐려는 골드러시를 통해서 캘리포니아가 발전했듯이 소금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소돔의 인구도 점점 늘어났을 것이다.- P102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주변에 물건을 사고팔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상업이 발달한다. 상업을 하면 더 작은 면적의 땅에서도 먹고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상업이 발달하면 도시가 더 발전한다. 도시와 상업은 공생하는 불가분의 관계다.- P102
여러 학자들이 문자가 자리 잡은 문명 집단에서 인구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문서화된 성문법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집단의 규모가 작은 부족이나 씨족 사회에서는 구전을 통해서 사회가 통제되지만,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말로 전달되는 법에는 지역 간의 차이와 변수가 너무 많아져서 법이 성문화成文化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인류는 문자 체계를 갖게 되었고, 문자 체계와 규범이 합쳐져서 성문법이 자리 잡게 됐다.- P103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상에 악성 댓글이 심각한 문제인데, 심리학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 사람들이 익명성을 가지면 다른 사람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익명의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많아진다. 둘째,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서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비판한다. 그래서 애덤 스미스는 당대의 도덕적 타락의 원인 중 하나가 도시화가 낳은 익명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P107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이집트 문명과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있다. 비슷한 점은 건조 기후대의 거대한 강 하구에 위치하며 농업을 기반으로 인구 규모가 큰 집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메소포타미아는 여러 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하였고, 이집트는 하나의 큰 국가로 성장한 것이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메소포타미아의 종교는 각기 다른 수호신을 모시고 전쟁에서 이기고 현생에서 복을 비는 구복 신앙 중심이었다면, 이집트 종교는 사후세계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높은 건축물은 신전인 지구라트고, 이집트의 가장 높은 건축물은 무덤인 피라미드다. 두 사회의 가장 높은 건축물이 각각 신전과 무덤이라는 점은 두 사회의 다른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P110
지구라트Ziggurat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어로, ‘높이 솟은 물체‘라는 뜻을 가진 아시리아어 자카루 (Zaqaru)에서 파생된 단어다. ‘하늘과 땅을 이어 주는 집‘이라는 뜻으로 의역되기도 한다.- P111
진흙 벽돌은 방수에 약하다- P114
역청은 현대에 우리가 도로포장에 쓰는 아스팔트라고 보면 된다.- P114
21세기 기술력의 척도가 반도체 기술이라면, 기원전에는 높은 온도의 가마를 만드는 것이 기술력의 척도였다. 역청을 이용한 방수 재료와 도기로 구워서 만든 건축 재료 등 당대로서는 대단한 기술력들이 합쳐져서 ‘바벨탑‘이라고 추정되는 바빌론의 지구라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P117
신바빌로니아 왕국 기술력의 상징인 높은 온도의 풀무 불가마는 <구약 성경> 속 다니엘의 친구들 이야기에 등장한다. 당시 우상 숭배를 하지 않는 다니엘의 세 친구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를 신바빌로니아 왕국의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성경 속느부갓네살 왕)가 풀무 불에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이 던져질 정도로 큰 풀무 불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당시 신바빌로니아 왕국의 기술력과 세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요즘으로 치면 포항제철소를 가지고 있는 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높은 온도의 풀무 불은 높은 금속 제련 기술을 말하는 것이고, 금속제련 기술은 최첨단 전쟁 무기와도 직결된다. 풀무 불은 여러모로 권력의 상징이 된다.- P117
볼 수 있는 사람은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된다. 정보의 차이는 권력을 만든다.- P118
인도 무굴 제국의 황제 샤자한Shah Jahan이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타지마할‘- P127
‘타지마할‘은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며 22년 동안 지었다고 한다.- P127
인간은 전차로 전투력을 증폭시켜 정복지를 늘려 갔고, 그로 인해서 국가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게 되었다. 그렇게 국가의 영토가 넓어지면 농업 경제에 기반을 둔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고, 그로 인해 세금 징수금이 많아지고, 이는 곧 왕의 권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건축물의 규모에 반영된다. 이제 국가는 이전의 집단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건축 토목 공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건축 토목 공사로 만들어진 공간 구조는 중앙 정부의 권력을 공고히 했고, 왕은 더 조직적으로 넓은 영토를 통치할 수 있게 되었다. 더 큰 국가는 더 큰 군대를 유지할 수 있었고, 다시 전쟁으로 영토 확장과 당시의 주요 노동력인 노예를 확보했다.- P128
말이 아니라 문서로 기록됐을 때 규칙은 힘을 가진다. 말은 보이거나 증거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기록되어 고칠 수 없는 문자는 증거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성문법이 문명의 발달 척도에 중요한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P129
문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세금을 얼마나 징수했는지 기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최초의 문자인 메소포타미아의 쐐기 문자는 세금을 징수한 양을 기록하기 위해서 쓰인 장부 작성을 위한 문자였다. 당시 글을 쓸 줄 아는 ‘서기‘라는 직업은 상당히 중요한 고위 관리였다. 문맹률이 높은 사회에서 서기의 사회적 지위는 높았다.- P129
메리언 울프의 <푸르스트와 오징어>(이희수 옮김, 어크로스)라는 책을 보면, 당시 문자는 발음을 표기하는 표음문자가 아니었기에 서기가 되기 위해서는 수천 가지 경우를 배워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당시에 서기가 사용하던 문자는 최첨단 기술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마치 지금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금도 가장 좋은 직업은 실리콘 밸리의 프로그래머인 것처럼 바빌로니아 시대에는 서기가 그런 직업이었다. 그래서 당시 유적 중에는 서기가 되기 위해서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담긴 유적도 있다.- P129
예나 지금이나 전쟁 무기는 집단 유지에 중요하다. 최근 들어 미·중 패권의 시대에서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는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를 이용한 전쟁 무기 생산을 막기 위해서다.- P130
사람이 모여 살면 주변에 내 물건을 사 줄 사람이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상인들은 돈을 벌고, 상업이 발달한다.- P130
이언 모리스는 그의 책 <가치관의 탄생>(이재경 옮김, 반니)에서 사회계급이 발생하는 이유를 에너지와 연관시켜 설명하기도 한다. 그에 의하면 농업 사회에서 계급이 형성된 이유는 에너지가 부족해서다. 화석 연료가 없는 사회에서 1인당 1만 킬로칼로리 이상 에너지를 획득할 유일한 방법은 정치적·경제적 불평등을 수용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학설에 따르면, 반대로 에너지 획득량이 늘어나면 평등한 사회를 요구하게 된다. 17세기에 한 사람이 하루에 획득하는 에너지 양이 3만 킬로칼로리를 크게 초과하면서 당시 사람들이 정치 경제적 위계의 평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P134
에너지 획득이 발전하면서 단위 면적당 살 수 있는 인구의 수도 증가했다. 이언 모리스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1제곱킬로미터당 1백 명이 살았다면, 화석 연료가 발전한 지금 방글라데시에서는 1제곱킬로미터당 1천 명이 살고, 홍콩에서는 6천명이 살고 있다고 말한다.- P134
농업 경제 구조를 가진 사회에서 인류가 만들 수 있는 최대 규모의 도시는 100만 명이다. 지금처럼 에너지를 화석 연료에서 얻고,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수용 가능한 도시 인구수가 폭증한다. 1900년 런던 인구는 약 650만 명이고, 2014년 도쿄 인구는 약 3800만 명이나 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크레머Kremer에 따르면 3800만 명이라는 숫자는 대략 기원전 1500년경에 살았던 전 세계 인구와 같은 숫자다. 기원전 1500년경 전 지구에 흩어져서 살던 인류가 지금은 한 도시에 모여 살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만든 도시라는 환경이 일반적인 자연환경과는 얼마나 다른 세상이고 다른 환경인지 이 숫자가 말해 주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작은 농업에서 비롯되었다. 농업 경제가 자리를 잡자 문명들이 발생했고, 동시에 계급 사회가 형성되었다.- P135
댐을 만들면 물이 차올라서 높은 곳에 물이 모이게 된다. 높은 곳에 있는 물은 위치에너지가 많아진다. 위치에너지는
‘질량 x 중력 가속도 9.8 × 높이‘로 계산된다. 물체가 무겁고 높이가 높을수록 위치에너지가 커진다. 댐이 수문을 열어서 물이 떨어지면 높이는 낮아진다. 위치에너지가 낮아지는 것이다. 높이는 낮아지는 대신 떨어질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속도가 빨라지면 운동에너지가 커진다. 운동에너지 구하는 공식은 ‘2분의 1× 질량 x 속도의 제곱‘이다. 따라서 잃어버린 위치에너지만큼 운동에너지가 커진다. 이것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P136
권력자들이 돈과 권력을 써서 높이 쌓아 올린 돌은 물리학적으로 위치에너지를 갖게 된다. 여기에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적용하면, 이때 만들어진 위치에너지는 건축물을 지을 때 소비된 노동력인 운동에너지와 같게 된다. 따라서 한 건축물의 위치에너지를 구하면 같은 값인 운동에너지를 알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 건축물을 지은 권력자의 힘을 상대적으로 비교 측정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해서 계산해 본 값이 지구라트와 피라미드는 160배 정도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차이는 그 건축물을 만든 집단의 규모가 차이 나서다. 반대로 보면 그 건축물 규모의 차이만큼 그 건축물이 유지해 주는 집단의 규모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나는 지구라트는 도시국가를 만드는 건축물이고, 피라미드는 제국을 만드는 건축물이라고 말한다.- P137
건축물을 지을 때 사용한 재료의 기본 단위 크기를 보는 것이다. 기본 단위가 클수록 권력자의 건물이다.- P137
과학자들은 정보를 오랜 시간 지나도 다음 세대까지 안정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돌‘이라고 말한다.- P139
우리는 지금 대부분의 정보를 반도체 메모리칩에 저장한다. 빠르고 공간을 적게 차지해서 효과적이지만, 이 방법으로는 정보를 백 년 넘게 유지 보존하기 어렵다. 반도체보다는 종이에 프린트된 책을 만들 때 정보는 수백 년 동안 보존된다. 그리고 돌에 새기면 수만 년이 지나도 유지된다.- P139
1만여 년 전에 만들어진 ‘괴베클리 테페‘나 약 4천5백 년 전에 건축한 피라미드를 지금도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시간을 뛰어넘어서 정보를 전달하는데 최고의 방식은 돌을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안정성에 있다. 반도체보다는 나무를 이용해서 만든 종이가 더 안정적이고, 종이보다는 돌이 변하지 않고 안정적이다. 반도체나 종이는 인간이 만든 재료지만, 돌은 자연이 만든 재료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노력을 많이 들여서 만든 재료일수록 상태가 불안정하다.- P139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은 엄청난 가공 과정과 노력이 들어간다. 그만큼 상태가 불안정하다. 종이는 반도체보다는 쉽게 만든다. 그만큼 조금 더 안정적이다. 돌을 만들 때 인간이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만큼 상태가 안정적이다. 그런 면에서 인간이 만든 재료인 벽돌보다 돌 건축 자재가 더 안정적이다. 유적을 보아도 벽돌로 만들어진 지구라트 신전은 많이 소실돼 없어졌다. 지금 남아 있는 지구라트도 상층부는 풍화 작용에 절반 가까이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돌로 만들어진 피라미드는 표면을 싸고 있던 돌만 사라졌을뿐 대부분 건재하다. 그러니 돌로 건축하는 것이 더 힘들지만, 정보를 유지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이다.- P140
어느 시대건 기후 변화는 문명의 붕괴를 초래한다.- P141
미시시피강 중류 강가에 있는 멤피스는 이름부터 특이하다. 멤피스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남단에 있는 도시의 이름이다. 왜 미국 한복판에 있는 도시 이름에 이집트 도시의 이름을 따왔을까? 미시시피강은 나일강처럼 남북으로 흐르는 거대한 강이다. 실제로 미시시피강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강으로 나일강, 아마존강, 양쯔강 다음으로 긴 강이다. 아마존강과 양쯔강은 동서로 흐르는 강이지만,
미시시피강은 나일강처럼 여러 기후대에 걸쳐서 남북으로 흐르는 강이다. 그런 공통점 때문인지 미시시피강 강가의 도시에 이집트 문명의 부활을 꿈꾸며 멤피스라는 이집트 도시의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 미시시피강 강가에 거대한 현대식 피라미드 건축물이 서 있기도 하다.- P145
멤피스 지역의 흑인들에게는 프라이드치킨 윙이 소울푸드로 통한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아침부터 프라이드치킨 윙을 먹는 풍습이 있다. 노예 해방 이전 흑인들은 백인 주인을 위해 부엌에서 요리를 했다. 그런데 백인들은 닭 날개는 먹지 않아서 버렸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닭 날개를 주워다가 버려진 돼지비계를 이용해서 만든 돼지기름에 튀겨 먹은 것이 프라이드치킨 윙의 시작이다. 당시에는 냉장고가 없어서 음식을 상하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튀기는 것이었다. 전날 주인집에서 버린 식재료를 바로 다음날 아침에 튀겨서 먹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흑인 노예들은 아침부터 프라이드치킨을 먹었다. 이렇게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할 방법이 거의 없었던 흑인 노예들이 먹던 프라이드치킨 윙이 소울푸드가 된 것이다. 백인 주인이 버린 닭 날개로 흑인들이 프라이드치킨을 만들어 먹은 것은 마치 파라오 피라미드의 공사 현장에서 버려진 돌을 가지고 죽은 왕비와 왕자의 피라미드를 지은 것과 같은 원리다.- P146
멤피스는 프라이드치킨 말고도 바비큐가 유명하다. 내가 머물던 시기에 바비큐 경연대회 축제가 있어서 가 보았다. 미국의 평균 흑인 인구 비율은 14퍼센트인데 멤피스의 흑인 인구 비율은 40퍼센트 이상이다. 멤피스는 미국에서 인구 대비 흑인이 가장 많은 도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비큐 축제에서는 흑인을 거의 찾아볼수 없었다. 심지어 동양인이나 중동 지역 사람들도 없었다. 99퍼센트가 백인으로 구성된 축제였다.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로 인종의 다양성이 없었다. 바비큐는 미국에서 백인만의 문화였기 때문이다.- P146
미국의 바비큐는 보통 돼지를 잡아서 소스를 바르고 요리한다. 돼지는 비쌌기에 한 마리를 통째로 요리하는 것은 백인 주인집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노예들은 닭 날개 조각 같은 걸 먹어야했다.- P146
음식 문화를 재료의 크기와 조리 시간으로 그래프를 만들어서 분석해 보자. X축은 식재료의 크기, Y축은 요리 시간이다. X의 제일 왼쪽은 가장 작은 닭 날개부터 시작해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닭, 칠면조, 돼지, 소까지 점점 커진다. 요리 시간을 나타내는 Y축의 맨 아래는 10분부터 위로는 10시간까지 있다. 프라이드치킨 윙은 그래프 내에서 가장 왼쪽 아래에 위치한다. 가장 작은 단위의 식재료고, 가장 빨리 요리해 먹을 수 있다.- P147
노예들은 음식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쓸 수 없다. 이들은 일하러 가기 전이나 힘들게 노동하고 집에 와서 피곤에 지친 몸으로 빨리 요리해서 먹고 자야 했다. 튀김은 가장 빠르고 손쉬운 요리법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바비큐는 은근한 불에 열 시간가량 걸려서 천천히 요리하는 음식이다. 소스를 만드는 데도 시간과 비법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돼지를 잡으려면 닭이나 칠면조보다 돈도 더 든다.
치킨 윙이 벽돌이라면 돼지 바비큐는 피라미드의 큰 돌덩어리다. 피라미드는 그만큼 거대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어질 수 없었던 건축물이다. 요리와 건축은 완전히 다른 분야지만, 그안에 숨겨진 사회적 원칙은 동일하다. 둘 다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P147
건축 재료의 원산지를 보면 그것을 건축한 집단의 영토를 파악할 수 있다.- P148
피라미드는 이집트가 제국이었기에 만들 수 있었고, 동시에 피라미드는 그 제국을 유지시킨 건축물이다.- P149
2024년 전체 인류의 종교 인구 통계를 보면 전 세계 인구 81억여명 중 72억 명이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에서 기독교 약 26억, 이슬람교 약 20억, 힌두교 약 11억, 불교 약 5억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도 종교인의 비율은 상당히 높지만, 과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모든 인류가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과학이 없던 시절에는 종교가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유일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과 건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종교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열쇠다. 그런데 문화권과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나오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창조와 흙‘이다.- P150
흙을 빚어서 토기 등을 만들었던 시대의 사람들에게 흙은 창조의 재료로 생각됐을 것이다. 흙을 일궈 농사지으면서 생명의 열매를 얻었던 사람들에게는 흙에서 생명이 탄생한다고 믿는 종교가 만들어지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생각의 흐름인 것 같다.-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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