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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님의 서재
  •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2
  • 야기사와 사토시
  • 15,750원 (10%870)
  • 2024-11-08
  • : 3,404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2>는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의 뒷이야기입니다. 진보초 헌책방에 관한 이야기는 속편에서도 이어집니다. 진보초 헌책방이 대를 이어온 것은 일본 사회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가업을 잇는다’는 사고방식도 한 몫을 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렸을 적부터 헌책방에서 살아왔다고 하면 그 분위기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모리사키 서점의 3대 주인 사토루의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거치며 존재한 서적들 사이에 둘러싸이면 시간의 흐름 자체가 달라지고, 내가 그 흐름 속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또렷하게 느끼게 된다. (…) 여기 이렇게 있으면 내 그릇과 딱 맞는 구멍에 감정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뭐랄까, 계속 이대로만 있고 싶은 기분이 든다.(108쪽)”


어쩌면 이런 분위기는 진보초 헌책방이 어려웠던 시절을 버티게 해주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진보초 헌책방거리지만 어려웠던 시절 있었다는 것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대부터는 헌책을 찾는 인구 자체가 줄어 고난이었던 시기도 꽤 있었다고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이렇게 영업을 이어가는 것은 이 서점을 사랑하고 애용하는 손님들이 아직 남아 있는 덕분이다.(9쪽)”


전편에서처럼 소개하는 근대문학작품들도 적지 않습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나 사마자키 도손과 같이 유명한 작가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개정판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을 터이니 초판이 절판되면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결국 헌책방으로 갈 수 밖에 없겠습니다. 저 역시 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하여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헌책방을 뒤져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진보초처럼 헌책방이 모여 있다면 읽어보고 싶지만 절판된 책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보초를 찾는 다양한 이들의 목적도 이야기해주는데, 저처럼 읽고 싶은 책을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희귀본을 구하는 사람, 진귀한 책을 수집하는 사람, 세도리(せどり)라고 하는 사람은 가치가 있는 헌책을 사서 다른 헌책방에 팔아 차액을 얻는 사람도 있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초판본만 구하는 사람도 있고 책에 들어있는 삽화만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세상은 넓고 헌책을 사는 사람도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진보초에 관한 귀중한 정보 말고도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2>의 줄거리는 사토루 삼촌의 아내 모모코가 암을 진단받고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하여 화자인 다카코와 와다씨가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하는 과정, 도모짱과 다카노씨와의 관계 등이 밝혀집니다. 특히 모모코씨가 죽음을 맞는 과정은 생각할 거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토루 삼촌의 이야기입니다. “요 반년 동안 떠나보낼 각오를 했다고 여겼어. 하지만 안 돼. 막상 때가 닥치니까 역시 하루라도 같이 있고 싶어져. 아직 떠나지 말라고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 돼. 그 사람은 이미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였어. 결국 받아들이지 못한 건 나야. 아무래도 내가 욕심이 많은가 봐.(223쪽)”


역시 사토루는 모모코를 쉽게 떠나보낼 수 없었나 봅니다. 모모코의 장례를 치른 뒤에 모리사키 서점의 문을 닫고 집에 틀어박힙니다. 두어 달의 시간이 지나고 이따금 청소하고 환기를 시키면서 서점을 지키던 다카코가 모모코가 남긴 유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부디 모리사키 서점을 앞으로도 잘 부탁해. 당신과 내가 함께했던 증거가 여기 있어. 당신이 이 서점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는데, 당신 못지 않게 나 역시 이곳을 아주 좋아해.(260쪽)”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모코가 다카코에게 ‘잔뜩 슬퍼한 다음에 또다시 앞을 바라보며 살아달라’고 전해달라는 말도 했습니다. 이런 모모코의 진심을 알게 된 사로투는 모리사키 서점의 문을 다시 열게 됩니다.


작가는 “이곳은 도쿄의 헌책방 거리에 있는 자그마한 서점. 여기에는 소소한 이야기가 가득 있다. 수많은 사람의 마음 또한, 이 서점에 담겨 있다.(274쪽)”라고 적어 긴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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