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이 무대가 되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골랐던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2>을 읽기 전에 전편이 있다고 해서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을 빌리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몇 번이나 찾아가야 했고, 군포에 있는 도서관도 세곳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빌렸습니다. 막상 읽어보고는 그렇게 들인 품이 결코 헛되이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1월에 구경한 도쿄의 진보초가 이야기의 무대였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진보초의 속살을 발견하는 책읽기였습니다.
화자는 사내연애를 하다가 양다리를 걸쳤던 남자로부터 차인 다카코입니다.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리고 폐인이 되었던 그녀에게 어렸을 적에 따랐던 외삼촌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문을 연 모리사키 서점을 이어받은 사토루 삼촌입니다. 모리사키 서점은 근대작가들의 작품을 취급하는 전문서점이었습니다. 사토루 외삼촌은 병원에 가는 사이 서점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다카코가 모리사키 서점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진보초에 있는 서점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점들 사이에 숨어 있는 찻집의 분위기는 덤이었습니다. 다나카가 모리사키 서점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곰팡내가 코를 자극했다. 곰팡내 나, 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외삼촌이 웃으며 말했다. ‘비가 그친 아침처럼 촉촉하다고 말해줬으면 좋겠구나’” 모리사키 사점은 6천권의 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2천권 정도 있는 우리 집과 비교해보면 정말 작은 헌책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카코의 사정을 들은 사토루 외삼촌은 “인생은 가끔 멈춰서 보는 것도 중요해. 지금 네가 이러는 건 인생이라는 긴 여행 중에 갖는 짧은 휴식 같은 거지. 여기는 항구고 너라는 배는 잠시 여기 닻을 내리고 있는 것일 뿐이야. 그러니 잘 쉬고 나서 또 출항하면 돼.(57쪽)”라고 달래줍니다. 다카코는 서점을 지키면서 남는 시간에 책에 빠져드는데, 이런 대목도 인상적입니다. “헌책 속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많은 역사가 쌓여있었다. 이건 결코 책의 내용에 관해서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한 권 한 권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온 그 흔적들을 나는 여럿 발견했다. 예를 들어 가지이 모토지로가 지은 「어떤 마음의 풍경」의 한 쪽에는 이런 부분과 마주쳤다. ‘본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다. 자신의 영혼의 일부분 혹은 전부가 그것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64쪽)”
모리사키 서점 뿐 아니라 다카코의 단골이 된 찻집 스보루로 이야기가 확대됩니다. 스보루에서 일하는 도모짱이나 다카노군과도 교류를 하게 되었고, 스보루에 오는 와다씨하고는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등장인물을 통하여 여러 작가의 책들이 소개되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여학생』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함께 읽어볼 생각입니다.
이야기의 후반은 다카코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기 때문에 모리사키 서점을 떠난 1년반 뒤의 이야기입니다. 5년 전에 집을 나간 모모코 외숙모가 돌아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토루 외삼촌은 돌아온 아내의 진심이 무엇인지 의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카코가 사토루와 모모코의 사이에서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이 이야기 후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결국 모모코는 다시 떠나고 말았던 것인데, 사토루가 뒤쫓아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스보루에서 만난 와다씨가 사실은 마음에 둔 여성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카코가 실망하고 말았던 것인데, 사실은 와다씨가 기다렸던 여성은 와다씨를 거절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카코와 와다씨 사이에 묘한 기류가 시작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마무리가 뒷이야기가 있음을 암시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은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2>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