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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님의 서재
  • 고양이에 대하여
  • 도리스 레싱
  • 12,420원 (10%690)
  • 2020-05-22
  • : 879

펀트래블의 일본근대문학기행에서 도쿄에 있는 나쓰메 소세기 산방을 방문했습니다. 산방 가까이 거리는 물론 산방 곳곳에서도 고양이 그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 1905년에 발표된 그의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상징하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세키의 영향 때문인지 일본 작가들 가운데 고양이가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리스 레싱의 <고양이에 대하여>를 읽은 것도 소세키의 영향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양이에 대하여>는 레싱이 1967년에 발표한 <고양이는 정말 별나>, 1993년에 발표된 <고양이는 정말 별나, 특히 루퍼스는> 그리고 2000년에 발표한 <엘 마니피코의 노년>을 우리나라에서 한 권으로 묶은 책이라고 합니다.


저자 도리스 레싱은 1919년 이란의 케르만샤에서 출생하였고, 1925년부터 25년간 영국 식민지였던 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로 이주하여 옥수수 농장에 살았고, 1949년에는 런던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1950년에 첫 소설 <풀잎은 노래한다>를 발표한 그녀는 1992년에 발표한 <런던 스케치>로 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역디 최고령 수상자였다고 합니다.


책장을 열면, “무엇보다도 당신 자신을 위해 써라. 남들이 뭐라고 지껄이든 상관하지 말고, 글쓰기는 삶의 방식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라는 도리스 레싱의 말을 만나게 됩니다. 글쓰기를 주저하는 분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좋은 말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고양이는 별나>에서는 아프리카에서 농장을 할 때 만났던 고양이들을 서술하였습니다. 작가가 이 시절에 만나는 고양이, 특히 야생고양이는 전투의 대상이었습니다. 독수리, 올빼미와 더불어 농장의 닭은 먹어치우는 공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셋의 관계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햇빛이 밝을 때는 매긔 시간, 어스럼 녘은 올빼미의 시간, 하지만 밤은 고양이의 시간이었다. 야생 고양이의 시간.(20쪽)” 그래서 야생고양이가 나타나면 총을 들고 가 쏘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기르던 집고양이도 있었습니다.


고양이에 적대적이었던 삶이 바뀐 것은 런던으로 이주한 다음이라고 합니다. ‘항상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생활에 고양이가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런던에서 처음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는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암코양이였는데, ‘도시에서 고양이는 너무 부자연스러운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시골농가의 고양이처럼 독립성을 터득하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고양이는 식성도 까다로워서 ‘살짝 익힌 송아지 간과 살짝 데친 대구 살’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식습관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까닭이었던 모양입니다.


세 개의 고양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고양이들의 생태를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잘 관찰했구나 싶습니다. 작가는 친구한테서 고양이를 분양받기도 했지만 나쓰메 소세키처럼 야생고양이를 입양하기도 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집고양이와 야생고양이가 한 지붕 아래서 공존해나가는 과정을 적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요즈음에도 아파트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수월치가 않습니다만, 당시에는 엄청나게 불어나는 고양이를 분양만으로 관리할 수가 없어 일부러 죽이기도 하고, 불임수술을 시키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고양이를 길러본 적이 없어 고양이의 특성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만, 병든 고양이가 어느 정도의 단계를 넘어서면 고양이 스스로 죽음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서늘한 장소에 들어가 웅크리고 죽음을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고양이를 영물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 것인가 봅니다.


어떻거나 저자는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정말 대단한 호사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충격적이고 놀라운 즐거움을 맛보고, 고양이의 존재를 느끼는 삶, 손바닥에 느껴지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털, 추운 밤에 자다가 깼을 때 느껴지는 온기,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고양이조차 갖고 있는 우아함과 매력, 고양이가 혼자 방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우리는 그 고독한 걸음에서 표범을 본다. 심지어 퓨마를 연상할 때도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까지도 고양이를 길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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