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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병에 걸린 친구와 그 친구의 죽음을 지켜보는 이의 글이 얼기설기 교차되는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오래된 관심사를 떠올리게 했다. 죽는 것과 병에 걸린다는 것은 인간 모두를 당혹스럽게 하는 사건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이에 대해 생각하며 내 삶을 되돌아보는 요즘이다.

천선란 작가의 추천의 글 중 이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도 우리는 삶의 답을 알지 못한 채 죽음의 근사치를 나란히 걷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마치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처럼 오만해지고,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무심히 흘려보낸다. 건강한몸과 평온한 일상에 대한 감사함을 망각한 채로. 하지만 이순간에도 누군가는 죽음의 문턱으로 향하고 있고, 나 또한죽어가고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동행>에 자꾸 들어가보게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위로를 받고 싶어서. 이건 별로 건강하지 않은 행위일 수도있다. 하지만 일상은 너무나 평화롭고 찬란하기에 절망을말하기가 새삼스럽다. 상실의 아픔을 쏟아내기가 힘들다.
그런 마음이 들면 마음속 깊은 웅덩이가 고요해지며 한없이고독해진다. 그리고 마음은 다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누가 날 좀 안아줬으면.
거워 보였다. 효정의 눈에는 푸른 하늘과 바다가 담겨 있었고, 효정은 힘차게 그 빛나는 꿈을 향해 달려갔다. 나도 호정의 옆에서, 효정과 함께 달렸다. 우리는 우리가 알 수 없는미지의 세계로, 이 길의 끝에 있을 달콤한 결실을 상상하며거침없이 달렸다. 언제고, 영원히 그렇게 달릴 수 있을 줄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효정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바람을 가르며 힘껏 달리던 효정의 다리를 누군가 뒤에서 끌어당기는 듯했다. 효정은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걷기 시작했다. 나도 효정의 보폭에 맞춰 걸었다. 그렇게 걸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의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만나게 될까? 누구와 함께 무엇을 바라보며 갈까? 왜 우리는 그토록빨리 가고 싶어할까?
효정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온게 후회된다고 했고,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는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했다. 걸으면서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을느끼고,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보며 감탄하고, 신나게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기울였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게 무엇인지 되돌아봤다. 효정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그리고 자신을 지탱해주었던 일을 떠올렸다. 효정의 마음속에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결연함이 깃드는 게 보였다.
죽음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그 여정을 풍요롭게 하는건 결국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는다. 무한한 기쁨도, 아쉬움도, 분노도, 깊은 절망도 아무런 감정을느끼지 못하는 무의 상태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결국 받아들인생이인다.
우리는 인생의 길 위에서 잠시 스쳐지났을 뿐이지만,
나는 영원히 살아 있는 효정을, 함께했던 찬란한 시간을, 그리고 피할 수 없던 죽음을 기억할 것이다. 그 시간들 덕분에나는 한때 충만한 에너지로 가득찼고, 동시에 깊은 슬픔을느꼈으며, 그 슬픔 속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효정과 함께했던 시간 덕분에, 너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며 나는 비로소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어둡고 못생기고 울퉁불퉁한 밑바닥의 나를 받아들이고, 나는 다시 걸어갈 준비를 한다. 앞으로 만나게 될 인연들과 가보지 못한 우주를 기대하며, 죽음으로 인해 부서질 모든 것들을 두려워하며, 그로 인해 틈틈이 나를 파고들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간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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