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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크스가 옳았던 이유
  • 테리 이글턴
  • 18,000원 (10%1,000)
  • 2025-01-20
  • : 1,463

이글턴 특유의 재치와 유머, 그리고 명쾌함!

마르크스가 옳았던 이유 10가지!

이 책은 마르크스 이론에 대한 책이다. 마르크스 이론은 다 지나간 옛논리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이론 하나 제대로 없다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어느 시대이던 그 시대의 사상이 있었고 그 사상에 대한 반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주의에 대한 논쟁은 너무 없는게 아닐까?

마르크스 이론은 자본주의가 완전히 형성되기 전에 나온 이론이므로 자본주의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만든 논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채 형성되기도 전에 그 허점들에 대해 낱낱이 파악했다면 자본주의는 그 시작부터 너무 부실했던 논리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그 허점 투성이 자본주의 논리에 대해 마르크스 이론이 너무나 따박따박 잘 반박하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저자는 영국에서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화비평가이자 문학평론가 라고 한다.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마르크스 이론이 연구되고 현세태를 분석하는데 유의미한 툴이 될 수 있음을 가장 활발하게 보여주고 있는 학자라고나 할까.

저자는 서문에서 '2011년 이 책이 처음 출간된 후 마르크스 사상은 적어도 한 가지 측면에서 극적으로 확인되었다.' 라고 이 책을 시작한다. 2007~208년에 미국에 금융위기가 닥쳤고 2011년에 '월가를 점령하라'는 '반(금융)자본주의'구호를 외치는 행동시위가 80여개 나라로 번졌고, 이 책은 그런 역사적 맥락 아래 나오게 되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이 책은 2018년 개정판이 나오기에 이르러 이제 한국에도 번역되었다. 그러니까... 마르크스 이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포퓰리즘은 항상 이런 식으로 양날의 칼과 같아서 가장 관대한 평등주의 본능과 가장 추악한 본능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우파 포퓰리즘은 자본주의 자체에 내재된 모순의 한 극을 나타낸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자유주의 시장 체제가 더욱 지구화되고 집약화되면서 모든 안정된 정체성과 익숙한 좌표가 용광로에 던져져 끊임없는 유동과 동요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이 혼란에 대한 반발로 이 용감한 신세계에서 뿌리 뽑히고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 깊은 불안감이 조성되었는데, 그런 불안은 혐오와 인종주의 측면에서 쉽게 이용될 수 있다. 흔히 그렇듯이 증오의 뿌리는 단순한 적대감이 아니라 두려움에 있다. (p. 7)

핵심은 이 무익한 갈등에서 어느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이 갈등이 선진 자본주의 본질에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구화된 형태의 선진 자본주의 시스템이 작동되는 한 이런 내재된 모순에 끊임없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즉 모순을 제거하려면 스스로를 제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모순은 매 순간 위협적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이러한 이해를 추구하는 데 마르크스의 사상은 그 어느 때보다 여전히 유효하다. (p. 7~8)

개정판 서문 中

우파 포퓰리즘이 한국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는 지금 이 서문의 문장들이 너무도 와닿았다. 자본주의를 경제학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현상적으로 이해하는데에도 마르크스 사상이 이렇게 필요한 거였다니 다시금 놀랍기도 했고.

여하튼, 개정판의 서문은 이 책이 왜 2025년 지금도 유효하게 읽힐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면 처음 이 책을 발간하며 저자가 쓴 서문에선 이 책의 탄생배경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놀라운 생각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카를 마르크스의 작업에 대한 가장 익숙한 비판들이 모두 잘못된 것이라면? 혹은 적어도 완전히 틀리진 않더라도 대부분 틀린 것이라면 어찌 되는가?' (p. 9) 나는 마르크스 사상이 완벽하다는 게 아니라 개연성이 있다고 제시하려는 것이다. 이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에서는 마르크스에 대한 가장 표준적인 비판 열 가지를 택하여 중욛에 어떤 순서를 정하지 않고 하나하나씩 반박하려 한다. 또한 마르크스 작업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그의 사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p. 10)

초판 서문 中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마르크스 입문서' 라고 쓰여 있다. 솔직히 '재미'까지는 보장하지 못하더라도 색다른 '입문서'라는 점에선 고개끄덕여진다. 사실 마르크스 사상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 이 책을 읽을때 이해하기 쉽기는 하다. 하지만 마르크스 사상을 모르더라도 이 책의 반박논리들을 보면 그 사상이 궁금해진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색다른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 사상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한 반박문장 열가지로 이 책은 소제목을 짖고 있어서 차례만 봐도 일단 그 주장들이 무엇인지 빠른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각 챕터별로 소제목 아래에 그 반대 논리를 개략적으로 요약해놓고 있어서, 아하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하려는 내용이 이 챕터의 줄거리구나 라는 것도 빠르게 알 수 있다.

  • 마르크스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 마르크스주의는 도그마가 아니다

  • 마르크스주의는 결정론이 아니다

  • 마르크스주의는 유토피아를 꿈꾸지 않았다

  • 마르크스주의는 경제 환원론이 아니다

  • 마르크스주의는 기계적 유물론자가 아니었다

  • 마르크스주의는 계급 강박증이 없다

  • 마르크스주의는 폭력 혁명을 옹호하지 않는다

  • 마르크스주의는 국가를 믿지 않는다

  • 마르크스주의는 급진적 운동에 기여했다

  • 소제목들만 봐도 왠지 상식적수준으로만 알던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흥미를 끄는 열개의 문장 아닌가!

    마르크스주의가 왜 여전히 유효한지,

    마르크스주의가 어떻게 소련에서의 사회주의와 다른지,

    마르크스주의가 역사를 결정론적으로 인식한 것이 왜 아니고,

    마르크스주의가 유토피아적 몽상이 왜 아닌지,

    마르크스주의가 경제를 넘어 어떻게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지,

    마르크스주의에서 계급론이 얼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계급론을 재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지,

    마르크스주의보다 자본주의가 얼마나 더 폭력적이고 착취적이었는지,

    마르크스주의가 독재자에 의한 권위주의 국가를 세울 것이라는 상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마르크스주의가 다양한 급진적 운동(페미니즘, 환경주의, 반세계화, 평화운동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저자는 아주 열심히 열렬하게 논증에 논증을 거듭한다.

    비판에 대한 재비판이라 학문적으로 이해하려 들자면 어렵겠지만 저자는 문화비평가이고 문학비평가라그런지 문장이 학술적이지 않아 내용의 무게를 문장이 조금은 가볍게 해주고 있어 읽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이토록 흥미롭고 여전히 유효한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비판으로서만 유용할 뿐 그 대안으로 소환되지 않는 우리 시대의 마르크스(주의)란 무슨 의미란 말인가? '마르크스는 분명히 옳았다. 그런데 왜, 자본주의 모순이 극에 달한 이 시대에 소환되지 않는가?' ' (p. 338 -옮긴이의 말 中-) 라는 역자의 물음은 묵직한 의미심장함을 남긴다. 그렇다. 마르크스가 옳았다는 이론은 분명 논리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분단국가인 한국사회에서 마르크스 라는 이름과 그 이론은 여전히 거론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우파건 좌파건 포퓰리즘이 극성인 이 시대에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상'에 대한 토대는 좀더 넓어지고 깊어져야 하지 않을까? 아쉽지만 바래본다. 프로메테우스가 꿈이 좌절되어 고통에 묶였을지라도 포기하진 않았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사상적 토론이 좌절된 것처럼 보이는 시대같아도 포기되진 않고 토론과 합의가 더디게라도 성장해나갈 수 있기를. 그래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재해석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보탬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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