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동안 인물과 사건 등을 중심으로 만났던 벌거벗은 세계사의 새로운 주제는 바로 과학이다. 세계사와 과학, 왠지 문과와 이과의 결합인 듯싶어서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읽고 나니 역시나 흥미롭다. 과학의 범주가 워낙 넓은지라, 생물학과 화학, 지구과학의 다양한 이야기가 다 담겨있다. 반가운 내용도 있고, 궁금했던 사실을 명확하게 벗겨주는 내용도 있으니 관심도에 따라 순서를 바꿔가면서 읽어도 문제없다.
작년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었다. 자신이 남긴 재산에서 나오는 이자로 노벨상을 만든 노벨의 이야기도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실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는 고체형 폭약으로 다양한 사업의 혁신과 함께 미국 횡단철도 개발, 수에즈 운하 건설, 코르하르트 터널 건설 등에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다이너마이트는 양날의 검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전쟁을 벌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통해 죽거나 다쳤다. 사실 노벨의 아버지는 러시아에서 무기상을 했는데, 이런 집안 배경 때문에 노벨은 다양한 무기뿐 아니라 폭약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폭약을 개발하던 중 노벨의 동생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벨은 자신의 발명을 지속했다. 잘 알려진 일화 중 하나가 바로 노벨의 부고 사건인데, 신문기자의 오인으로 둘째 형 루드비그 노벨의 사망을 바로 알프레도 노벨로 신문에 실은 것이다. 그때 붙은 노벨의 별명은 죽음의 상인이었다. 이 사건에 큰 충격을 받은 노벨은 국제 평화국을 설립하고, 자신이 기부한 재단 기부금의 수익으로 상금을 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 읽었던 책과 영화의 내용과 결을 같이 하는 내용 이자 궁금했던 내용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백두산 화산 폭발에 관한 내용이었다. 몇 년 전부터 백두산에 화산 폭발의 조짐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괴담처럼 퍼졌다. 사실 백두산이 사화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백두산 주변에서 지진도 많이 일어나고 여러 가지 정황들이 퍼지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있던 차에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책 안에는 백두산뿐 아니라 폼페이의 베수비오 화산에 대한 내용과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던 피나투보 화산에 관한 내용도 만나볼 수 있었다. 베수비오 화산보다 1단계가 더 높은 파나투보 화산 폭발은 큰 피해를 일으켰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분화 당시 태풍 유냐가 덮치면서 엄청난 폭우가 내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큰불을 잡는 게 물이기 때문에 왜 이 화산 폭발이 피해가 심했나 싶었는데, 끓는 기름에 물이 들어가면 더 폭발적인 열이 발생하는 이치와 같다고 보면 된다. 또 7단계의 탐보라산의 경우는 9만 2천여 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8만 2천여 명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3cm 이상의 화산재가 덮치면서 모든 농작물이 죽었기 때문이다. 이어 화산 가스의 분출로 인해 지역의 동물은 물론 사람들까지 질식으로 사망하였기에 최악의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그렇다면 백두산은 정말 조만간 폭발할 것인가? 물론 요 근래 화산 폭발의 조짐 중 하나인 지진이 많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백두산 천지의 물 온도 역시 과거에 비해 올라가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해당 조짐이 계속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5년 백두산 폭발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긴장의 끈은 놓을 수 없다. 여전히 백두산은 활화산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과학적 이야기들이 세계사와 더불어 등장하는 벌거벗은 세계사 과학 편. 다음에는 어떤 분야의 세계사를 벌거벗길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