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일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돈 앞에는 피붙이도 필요 없다고 하는 말이 이 작품에 그대로 등장한다. 사실 부모가 사망한 후에 유산을 가지고 싸우는 장면이야 수도 없이 봤기 때문에 뭔가 신선하지 않았지만, 부모의 유산이 아닌 한 형제의 도움으로 집안을 일으켰음에도 그가 가진 재산을 빼앗는 몰지각한 경우가 이 작품 속에 등장한다.
9남매의 셋째인 이형구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뼈대 있는 가문인 경주 이씨 35대손 상준은 마음에 품고 있던 여성이 죽자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고 있다. 종손인지라, 후손을 걱정한 상준의 부모는 미경을 며느리로 맞는다. 사실 미경은 얼굴도 보지 못하고 상준과 결혼을 했다. 그저 정미소를 하는 부잣집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얼마 안 돼서 상준의 과거(?)를 알게 된 미경. 시어머니의 다독임에 결국 상준과 살게 된다. 미경은 평신 댁으로 불리며 9명의 자녀를 낳고, 그중 하나가 먼저 죽어서 8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간다. 마음이 떠난 상준 대신 정미소 일을 하면서 인심을 잃지 않은 평산댁네 정미소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불로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된 평산댁은 마을을 떠나 장사를 하면서 자녀들을 키운다. 상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큰아들 형일, 공부는 잘하지만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 형남. 그리고 죽을 고생을 하면서 집안을 일으킨 셋째 형구. 형구는 어린 나이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든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형제들을 먹여살리고 공부를 시킨다. 형구도 공부를 잘했지만, 워낙 수재 소리를 들었던 형남을 위해 형구는 뒷바라지를 다한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형구 덕분에 형남은 박사학위를 딴다. 하지만 그동안 벌었던 전 재산을 투자했던 것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다 잃고 잘나가던 직장까지 잃은 형남은 형구가 부른다는 핑계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형구의 희생으로 그동안 살아왔던 형남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미국 박사인 자신의 생활비를 형구에게 다 대라고 이야기를 한다. 알코올중독이 된 형일이 밥벌이를 하고 살 수 있도록 회사를 차려주고, 동생 형호를 자신의 회사에 취직시켜준다. 여동생 현경내외로 형일을 돕게 하기도 하며 형구는 형제들뿐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돕고 베풀며 살아간다.
중견기업 이상으로 키운 회사를 동생 형호에게 물려주기로 한 형구. 하지만 형호는 형남의 꾐에 넘어가 형구를 속이고 회사를 통째로 삼키려 한다. 어떻게 하나같이 형제들이 이지경인가 싶을 정도로 답답하기만 하다. 형구와 함께 아내인 미현도 착하디착했다.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형구는 자신의 세 자녀들에게는 참 엄격했다.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일체의 지원을 안 하는 것뿐 아니라, 유산상속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오히려 모르는 사람은 유학 비용까지 대 줄 정도로 지극정성인데 말이다. 결국 형호와 형남에게 회사를 빼앗기고, 집까지 빼앗길 지경에 처한 형구 부부는 자녀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이미 여기저기 손을 써놨던 상황인지라 자신의 것을 되찾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형구는 쪽지 한 장만 남기고 집을 나와 노숙자가 되는데...
사람을 너무 믿었던 형구는 참 많은 상처를 입는다. 가족뿐 아니라 밥을 먹여준 사람을 따라갔다가 사이비 종교 교주가 될 뻔하기도 하고, 포장마차를 하다가 깡패한테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고생한 것을 잘 아는 형제들이 어떻게 형구에게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을까? 사람 같지도 않은 형남은 정말 암 같은 존재다.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오히려 자신의 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큰소리치는 형남은 가는 데마다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다. 돈에 대한 욕심은 얼마나 많은 지, 평산댁이 남긴 유산을 힘들게 사는 형제들에게 양보하자는 형구의 말에 욕설을 하며 형을 가르치려 든다고 소리를 지르는 걸 보면 정말 인간 말종이 맞는 것 같다.
솔직히 막장드라마 같은 상황을 욕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서 읽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그의 삶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정말 울컥했다. 휴...
물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입니다.
악의 굴레에 자신을 가두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