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생각보다 초반에 제목의 뜻이 밝혀지긴 하지만, 그 초반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네 아버지들 혹은 가장의 무거운 짐을 자연히 떠올리게 하는 초반의 이야기와 발 들인 나머지 벗어날 수 없게 된 상황 설정이 여러 감정선을 간질인다.
17세의 딸 밀리를 홀로 키우는 제임스(짐) 워몰드는 쿠바의 아바나의 람파리아 스트리트에 있는 가게에서 진공청소기를 판매하는 일을 하는데, 벌이가 녹록지 않다. 결혼 전 워몰드는 이혼한 아내와 아이를 낳으면 천주교 신자로 키우겠다고 약속을 한터라, 자신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외동딸 밀리는 미국 수녀회 학교에 보내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요주의 인물인데다, 한 아이에게 불을 붙이는 사고(?)를 쳐서 학교에 불려가기도 한다. 거기다 밀리는 사고 싶은 것이 많다. 이것저것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지만 진공청소기를 잘 팔리지 않는다. 얼마 후 생일을 앞둔 밀리에게 선물을 물어봤더니, 앞으로 받을 선물들을 다 합쳐서 원하는 선물을 가지고 싶다고 말한다. 그를 위한 부수적인 물품들은 본인이 이미 준비해 놨다는 말에 워몰드는 당황스럽다. 결국 밀리가 말한 선물은 발 부분에 종양이 있는 말이었다. 결국 딸애의 소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워몰드.
생활고 수준에 시달리는 워몰드에게 갑작스럽게 이방인 같은 한 남자가 찾아온다. 매사를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이 남자는 거의 반강제로 워몰드를 화장실로 부른다. 그리고 수도를 틀어놓고 이야기를 꺼낸다. 혹시나 화장실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것 같은 낌새가 들자 워몰드를 화장실 칸으로 집어넣기도 한다. 바로 영국의 비밀정보기관에서 일하는 호손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그렇게 워몰드에게 오늘 밤 10시에 세비아 빌트모어 호텔 501호로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과 함께 열쇠를 두고 사라진다.
호손을 만나러 가는 길에 동네 이웃인 닥터 하셀바허를 만나게 되는 워몰드. 호손은 닥터 하셀바허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가 독일인인데가 동쪽인지 서쪽인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사귀었던 하셀바허는 위험한 인물이 아니라 생각하는 워몰드. 하셀바허가 아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워몰드가 수집하는 위스키를 사 온 것이다. 이런 배려에 감동하는 워몰드.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와 헤어지고 호텔로 향한다.
그리고 호텔에서 워몰드는 호손으로부터 어떤 제의를 받게 된다. 바로 쿠바의 스파이가 되어 영국에 정보를 넘겨달라는 제의였다. 당연히 그에 대한 보수를 챙겨준다는 조건이었는데, 당장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워몰드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호손의 제의에 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렇게 워몰드는 작전명 아바나의 우리 사람으로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호손에게 전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 작은 마을에 일어날 일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또한 워몰드가 숙련된 정보원이 아니라는 것도 한몫을 할 것이다. 나름 지역사회에서 성실한 사람으로 알려진 워몰드이기에, 돈에 대한 값어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없는 정보를 해내기 위해 결국 생각해 낸 방법은 자신이 판매하는 진공청소기를 그럴듯하게 꾸며서 보고를 하고, 자신의 종업원을 정보원으로 위장해서 보고를 하는 식으로 가짜 보고를 하기 시작한다. 워몰드의 보고는 호손을 통해 영국으로 넘어간다. 이 엉뚱한 보고에 대해 왜 호손을 비롯한 비밀 요원들과 영국은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일까? 이 보고를 사실로 받아들인 영국에 의해 워몰드가 정보원으로 둔갑시킨 인물이 살해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워몰드는 본격적으로 스파이가 되는데...
우선 스파이와 정보요원 등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가 이 작품에서는 다르게 해석된다는 사실이 나름의 위안이 된다. 영화나 작품들에 보면 정보원이 토사구팽 되거나 거짓 정보를 흘린 이유로 살해되는 상황들이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지극히 풍자에 의의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수긍이 된다. 작은 가게를 영위하면서 진공청소기를 팔던 워몰드가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거상으로 소개되는 상황의 아이러니는 작품 전체를 흐르고 있는 분위기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