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사이토 고헤이齋藤幸平는 1987년생으로 현재 도쿄대학교 부교수이다.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에서 마르크스 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후 위기로 인류의 미래에 의문이 드리운 이때,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이렇다. 자본주의로는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 자본주의는 그 특성상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데, 산업혁명 이래 자본주의에 기반한 급격한 성장이 현재의 기후와 생태 위기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현재 제기되는 다양한 해법들, UN의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나 기후 케인스주의 등은 모두 미봉책일 뿐이라고 그는 진단한다.
그는 이제 탈성장(degrowth)을 목표로 삼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버리고 생태주의에 기반한 코뮤니즘을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소련의 해체로 역사와 공산주의에 종말이 선언된 이때, 그는 코뮤니즘을 말한다. 그가 말하는 코뮤니즘은 생산수단을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소유하여 민주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운영하는 코뮤니즘이다.
그는 말년의 마르크스가 당시의 생태주의와 중세의 공유(commons)에 기반한 전통사회 연구를 통해 인류는 자본주의를 거쳐 코뮤니즘으로 진행한다는 단선적 '역사의 진보'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그 연구 결과는 어떠한 저작물로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연구노트와 편지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년에 마르크스가 수행했던 연구로부터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며, 협동체로 번역되는 게노센샤프트genossenschaft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자본주의의 미래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과격할지 몰라도 곱씹어 볼 만하다.
책 속 몇 구절을 다음에 옮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과 생산의 변혁이다. 이 책의 입장이 기존의 탈성장파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기존의 탈성장파는 마르크스주의와 노동운동에 대한 반감을 신경 쓰느라 '노동'이라는 차원에 파고들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 기존의 탈성장파는 주로 소비 차원에서 이뤄지는 '자발적 억제'에 초점을 맞춘다. 절수.절전을 하고, 육식을 그만두고, 중고품을 사고, 물건을 공유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소유, 재분배, 가치관 변화 등에만 주목하여 노동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주의와 맞서지 못하는 것이다. (290페이지)
생산이라는 영역에서는 공동체가 태어난다. 제8장에서도 살펴보겠지만, 그 공동체에는 더욱 넓게 퍼져서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노동에서 생겨난 운동에 정치까지 움직일 가능성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 책에서 문제시하는 것은 일상생활 차원의 '제국적 생활양식'이 아니라 그런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생산이다. 즉, 중요한 것은 '제국적 생산양식'의 극복이라는 말이다. 제국적 생활양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먼저 제국적 생산양식을 극복해야 한다.
단, 생각 없이 하향식 해결책에 의존하는 '정치주의' 모델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해두겠다.
물론 정치는 필요하다. 기후 변화 대책의 제한 시간을 앞두고 하향식 대책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정치가 기후 변화와 맞서려면 자본에도 도전해야 한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그런 정치를 실현하려면 사회운동의 강력한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294페이지)
그[<자본>에 숨어 있던] 진정한 구상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사용가치 경제로 전환, '노동 시간 단축', '획일적인 분업 폐지', '생산 과정 민주화, '필수 노동 중시'. (297페이지)
오해하지 않도록 거듭 이야기하지만, 마르크스가 만년에 했던 주장은 도시 생활과 첨단 기술을 버리고 촌락공동체 사회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불가능한 일이고, 그런 생활을 이상화 할 필요도 없다. 촌락공동체 같은 생활에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으며 도시에도 기술 발전에도 높게 평가할 점은 많이 있다. 도시와 기술의 합리성을 전부 부정해버릴 필요는 전혀 없다.
그렇지만 현재의 도시에는 문제가 많으며 수정이 필요하다. 공동체의 상호부조가 속속들이 해체되었고,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하는 지속 불가능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도시화가 도를 지나친 상태다.
그 결과 도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약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맞서 상호부조를 되찾으려면, 도시 생활을 바꿔야 한다. 도시를 버리고 산골에 틀어박힌들, 최종적으로 지구 전체가 '대홍수'에 휩쓸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자본이 만들어낸 도시라는 공간을 비판하고 새로운 도시의 합리성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324-325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