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어려움은 있지만 이겨낸다. 밤마다 밀림 같은 내 허파에서 소음이 들리는데, 마치 기상천외한 짐승이 고래고래 울부짖는 듯하다. 나는 헐떡이며 깨어나 잠에 취한 채 양손으로 공기를 움켜쥐고 입속으로 밀어넣지만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래도 숨을 내쉬기보다는 들이쉬기가 한결 쉬운 편이다. 인생이 던져주는 것을 거부하기보다 그냥 받아들이기가 더 편하듯이. 반격하기보다 얻어맞기가 더 편하듯이. 그러나 씨근거리고 헐떡거리면서도 결국 숨을 내뱉는다. 드디어 해냈다.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아픈 등을 토닥이며 자신을 칭찬해도 좋겠다.- P86
나는 아래로 숨쉰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나 지금이나 허파가 있다. 거룩한 영감, 갓난아기의 첫 울음소리, 말을 만들어내는 숨결, 까르르 터뜨리는 웃음소리, 즐거운 노랫소리, 행복한 연인의 신음소리, 불행한 연인의 탄식소리, 구두쇠의 우는소리, 쭈그렁할멈의 쉰 목소리, 질병의 악취, 죽어가는 자의 속삭임, 그리고 모든 것이 지나가면 마침내 공기도 없고 소리도 없는 공허.
한숨은 그냥 한숨이 아니다. 우리는 세상을 들이마시고 의미를 내쉰다. 그럴 수 있는 동안. 그럴 수 있는 동안만.- P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