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 뭐야. 우주선이 추락하고 외계인이 거기서 나와, 어느 한 집에 들어오고. 그럼 이야기가 대충 그려지는데 이 영화는 전혀 그런 공상판타지가 아니었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내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전부 떠나고, 가족은 나를 짐짝처럼 생각하고. 그저 가만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와 함께 티브이를 가만히 봐준다면 이 삭막하고 인정이 없는 세상이라고 잠시 떠날 수 있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쓸데없고 쓸모없는 기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분명해지고, 스쳐갔던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들, 지나간 것을 기억하고 추억한다는 건 그 순간이 최애였다는 것에 자꾸 나이 듦에 자존감은 바닥을 찍고 쓸쓸하기만 하다.
추억 속에서 맞이했던 포근한 온도와 나른한 햇살, 아카시아 꽃과 같은 향을 앞으로 만나지 못할지라도, 추억 속의 그 장소, 그 공간은 그대로인데 시간은 자꾸만 나를 타이른다. 이제 그만하라고.
추억 속 그 사람은 최애를 부르고 있었지. 넌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면서, 너 자체가 바로 사랑이라면서. 이걸 그 존재감 없던 외계인 줄스가 해낸다.
후반부에 줄스가 우주선 안으로 들어오라는 포즈를 취할 때 뭐지? 하면서 가슴에 쿵 내려앉았다. 감동적이고 따뜻한 그런 영화는 잘 안 보는데 ㅋㅋ 이 영화는 정보 없이 보다 보니 어? 하게 된 영화였다.
조건 없이 나의 이야기를 마냥 들어주는 사람이 내 옆에 있을까 하고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줄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