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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있네

초초하게 쭈그리고 앉아 다리를 말고

날짜변경선 너머 달의 뒤편에서 웅크리고 있는

그 사람을 생각하면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마음의 가장 연약한 부분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에 잠기곤 했을 때

이런 감정을 달래듯 풋사과를 씹었을 때

시고 단 맛이 위로처럼

따뜻하고 축축이 목 안으로 차오르고

까닭 모를 눈물이 고여왔을 때

오늘 밤은 잠이 오지 않았을 때

눈물은 눈으로 나오지 않고 등으로 흘러

기분 나쁘게 셔츠를 적셨을 때

수명이 다 된 매미가 더운 어둠 속에서도

엄마엄마 비극적이게 울었을 때

그 소리에 정신을 가만히 집중하노라면

내 육체는 아주 얇고 투명한 빛의 막이 되어

집개미가 식탁 위를 오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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